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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① "먼저 성의부터" VS "먼저 회담부터"

6자회담 '동상이몽'…각국의 복잡한 셈법

[월드리포트] ① "먼저 성의부터" VS "먼저 회담부터"
워싱턴과 베이징을 무대로 한반도 정세와 북핵 문제 해법 등을 놓고 6자회담 참가국들간 치열한 외교전이
전개됐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돌파구가 마련되는 게 아니냐 하는 일각의 '기대'가 있었습니다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엄중한 '현실'만 재확인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미-일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19일(우리 시각으론 20일) 워싱턴에서 만났습니다.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지난해 2.29 합의보다 더 엄격한 조건을 북한에 제시했습니다. 북한이 먼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성의를 보여야 비핵화 의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겠다고 했습니다.

2.29 합의란 지난해 2월 29일 북한의 김계관 부상과 미국의 글린 데이비스 6자회담 수석대표가 베이징에서 만나 합의한 사항으로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중단 선언, 우라늄 농축 활동 중단 그리고 이를 확인할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단의 복귀 등 3가지를 이행하면 미국은 북한에 24만톤의 영양지원을 해주겠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2.29 합의 이후 곧바로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에 나서면서 합의는 깨져버립니다.

한-미-일 3국의 수석대표들은 이 2.29 합의 이상의 조치를 북한이 취해야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의지 내지 진정성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겠다는 것입니다. 2.29 합의 이상의 조치로는 북한이 탈퇴한 핵확산금지조약(NPT)복귀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한-미-일 3국이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판단하는 잣대로 2.29 합의를 거론하는건, 2.29 합의가 북핵과 관련해 북-미간 가장 최근의 합의이고 여기서 합의한 3가지 사항을 북한이 이행하면 2008년 12월 북핵 6자회담이 깨지기 전 상황으로 북한 핵 상황을 되돌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6자회담 재개의 출발지점을 파탄 당시 북핵 상황으로 되돌리자는 겁니다.

여기에는 또 2.29 합의 당시 북한이 하기로 '이미  약속한 사항'을 갖고 앞으로의 회담이나 대화에서 북한이 또 '카드'로 쓰지 못하게 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습니다. 이미 산 말 값을 두번 치르지 않겠다는 겁니다. 아울러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이 미덥지 못한 상황에서 서둘러 6자회담을 열었다가 아무런 성과 없이 회담이 끝나버릴 경우 그렇지 않아도 '무용론'에 북한으로부터는 '사망선고'까지 받은 6자회담 등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해결은 요원해진다는 절박감도 깔려 있습니다.

한-미-일 3국의 입장을 정리해보면 "북한이 먼저 성의를 보여라. 그걸 보고 대화를 할지(6자회담 재개) 판단해보겠다"는 겁니다. 학생과 교사에 비유하자면, 이른바 반에서 문제아인 북한이란 학생이 밀린 숙제(2.29합의)를 잘 해오면 앞으로 공부를 열심히 할 생각(비핵화 조치)이 있구나 하고 교사(한-미-일)가 평가해 줄거라는 겁니다.

한-미-일의 이런 입장을 북한이 과연 수용하겠느냐, 대화를 해보기도 전에 상대방이 대화할 의지가 있는지
'자의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자세로 문제가 풀리겠냐는 하는 비판이 목소리도 있습니다만 어쨋든 한-미-일은 어느 때보다 강하게 "먼저 성의"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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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북한의 입장은 어떻까요?

북한의 핵 협상을 총괄하는 사령탑인 김계관 제1부상은 19일 베이징에서 장예쑤이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북-중간 첫 전략대화를 가졌습니다. 김 부상은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비서의 유훈이다. 6자회담을 포함한 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풀기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방중해, 시진핑 주석을 만났던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밝힌 "6자회담 등 다양한 대화를 원한다"보다 '유훈'까지 거론하는 등 표현상 한발 더 나간 듯 들립니다. 하지만 실질은 '아니올시다' 그대로인듯 합니다.

김 부상은 북-중 전략대화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만을 의제로 하는 회담에는 참여할수 없다고 했습니다. 회담 의제를 북한의 비핵화만이 아닌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 겁니다.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이나 괌, 오키나와 등지에서 핵무기를 탑재하고 한반도로 전개되는 전폭기 등을 문제 삼은 건데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과 핵공격 위협 때문에 자위적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고, 때문에 한반도에 위기를 조성하는 이런 "근본 문제"가 해소되기 전에는 핵 개발을 지속할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비핵화의지를 보이라"는 데 대해  한-미-일 3국이 보기에 북한은 행동은 커녕 말에서조차 비핵화 의지가 안보이는 상황입니다. 김 부상이 북-중 전략대화에서 전개한 이런 논리를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3년만의 유엔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대내외에 밝혔습니다.

당연히 북한의 이런 주장은 한-미-일 등 국제사회가 받아들이기 힘든 논리입니다.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는 북한의 기자회견에 대해 새로울 것도 없고 비핵화 진정성도 보이지 않는 회견이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이런 반응이 나올 줄 예상하지 못했을까요?  아닐걸로 봅니다. 충분히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런 주장을 펴는데는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정당성을 피력하는 것외에 다른 노림수도 있어 보입니다.

최근의 남북 대화 제의에 이어 북미 고위급 회담 제안 또 북중 전략대화 개최 등 잇따른 대화 공세를 취하면서 북한을 제재해야 한다, 압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잦아들었습니다. 북한이 자꾸 대화하는 시늉(?)을 하니 국제사회가 제재하자고 하기가 어렵게 된 것입니다. 북한의 대화 공세로 국면이 회담 국면으로 확실히 바뀐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재 국면이 지속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북한은 이런 뜨뜻미지근한 상황을 내심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계속되면서 결국 북한은 슬그머니 핵보유국 지위가 굳어져가는 상황 말입니다.

---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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