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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신의 CEO? 금융공공기관장

신의 직장 위에 신의 CEO…고액 연봉은 '보은' 성격?

[취재파일] 신의 CEO?  금융공공기관장
최근 청와대가 각 부처가 공모를 진행하던 공공기관장 인선 절차에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낙하산'이나 '관치' 논란이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독점적 구조로 경쟁이 필요없는 공공기관.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연봉이 보장되는 덕분에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부채가 아무리 늘어도 '다 정부 정책 업무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떠안는 손실'이라며 챙길 것만 챙겨도 된다는 공공기관. 그 안에서 공공기관장은 '신의 CEO'라고 불릴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가 있습니다.

해외투자를 담당하는 한국 투자공사는 지난해 12% 가까운 투자 실적을 냈습니다. 그 결과 직원 연봉이 4.9% 올랐습니다. 1인당 평균 연봉이 9천 7백만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한국 투자공사 사장 연봉은 49.1% 올랐습니다. 연봉이 4억 9천 3백만원이 됐습니다.

이에 대해 투자공사 측은 기관장의 성과급 한도가 기본 연봉의 200%로 책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좋은 성과를 내면 기본 연봉의 2배 가까운 추가 성과급을 받는다는 거죠.

일반 기업이라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연봉입니다. 하지만 각종 리스크 등이 훨씬 적은 공공기관임을 감안하면...기관장 연봉으론 좀 과하단 생각이 들죠. 또 대규모 손실을 볼 경우엔 어떨까...과연 어떤 책임을 질까도 생각해 볼 일입니다.

부실 금융기관 감시와 정리를 담당하는 예금보험공사는 부채가 1년 새 5조 4천억원이 늘었습니다. 총 부채가 45조 9천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손실도 3조 3천억원 수준입니다. 물론 부실 저축은행 사태가 컸습니다. 예보는 나름대로 부채를 많이 줄였다고 주장합니다. 정부 정책의 부실로 빚어진 사태인지라 정부 역시 예보 편을 들어서 기관장 평가를 A로 내렸습니다.

그 결과 회사 부채는 천문학적으로 늘었는데, 기관장 연봉은 17%나 뛰었습니다. 회사 부채가 경영평가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어느 정도까지 유지해야 좋은 점수를 받는지는 예보 담당자도 확실히 알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예보 관계자의 말입니다.

"사실 평가는 어떻게 됐는지 저희도 잘 몰라요. 결과 등급만 봤지, 그 내부는 저희도 잘 모릅니다. 정부가 스캐닝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그 자체는 블랙박스 입니다." 주는대로 받는다는 얘깁니다. 그러니까 정부의 평가만 잘 받으면 됩니다.

성과 수치나 과정은 그 다음이라는 생각까지 들게 하더군요. 공공기관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500조원에 육박했는데 공공기관장 연봉도 부채 늘듯이 늘면서 3억원을 넘는 곳이 12곳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잘못된 정책이나 관리 소홀로 빚어진 정부의 골칫거리를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에 기관장 연봉이 왔다갔다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현실입니다.

경실련 김상혁 간사의 말입니다.

"(기관장 연봉은) 평가의 기준이 경영 평가나 성과, 이런 것들이 아니라 정부 일을 너희가 대신 잘 해줬다, 우리 일을 떠 맡아서...부채가 좀 늘어도 고맙다, 이런 성격의 보은적 성격이 강한 겁니다." 높은 곳만 바라보면 보장받는 높은 연봉 때문이 '관치'라는 손가락질을 받아도 신의 직장 위에 있는 신의 CEO를 노리는 사람은 늘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 연봉을 조금만 나눈다고 해도 신입 사원 몇 명은 떠 뽑을 수 있을텐데 이 자리까지 가신 '분'들 이라면 충분히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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