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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성범죄 처벌 강화…부작용 우려" 이유 있습니다

[취재파일] "성범죄 처벌 강화…부작용 우려" 이유 있습니다
60년 만에 성범죄 친고제가 폐지되고 아동, 장애인 성폭행의 공소시효가 없어지는 등 성범죄 처벌이 대폭 강화됐습니다. 그제 SBS 역시, 톱 뉴스로 상세 소식을 3개의 뉴스로 나눠 보도했습니다. 제가 보도한 부분은 이번 조치로 인한 부작용입니다.

보도 직후 '제도 시행 전에 쓸데없는 걱정부터 한다', '처벌 강화에 반대하는 거냐?', '피의자 인권보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인권이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항의들이 쏟아졌습니다. 메일을 보내신 분들께는 직접 답신을 통해 보도의 취지와 기사의 의도를 설명드렸지만, 워낙 많은 항의가 있었던 터라 별도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취재파일의 형식을 빌려 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그제 성범죄 처벌 강화와 관련된 SBS 뉴스는 모두 3개의 리포트로 이뤄졌습니다. 앞선 2개의 리포트에서는 처벌 강화의 내용과 그 의미, 필요성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제가 보도한 3번째 뉴스는 이번 조치로 인한 우려점과 부작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뉴스는 한 꼭지만 떼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전체 흐름으로 읽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꼭지는 앞선 2개의 정책 기사에 더해 예상되는 부작용을 지적하는 기사였습니다. 제 개인의 판단을 전한 것이 아니라 새 제도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짚어 보는 꼭지였습니다. 새 제도를 시행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시행될 경우 우려되는 이런, 저런 문제점들을 미리 대비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거나 정책이 시행될 경우, 의도치 않은 부작용은 늘 생기기 마련입니다. 물론, 기우일 수도 있겠으나, 정책 혼선을 줄이고 부작용을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예상되는 문제점을 미리 지적하는 것은 언론의 사회적 책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뉴스에서 지적했듯 이미 우리 나라는 전 세계 어느나라보다 강력한 시스템(전자발지, 화학적거세, 신상공개, 유전자정보은행 등)을 갖추고 있지만, 성범죄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겁니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당장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과 대안 없이는 성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없앨 수 없습니다. 그 부분을 뉴스에서 지적하고 싶었던 겁니다. 대증요법이 아닌 실질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성폭력을 성범죄자 개인의 문제로 단순화하는 오류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성범죄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함께 왜곡된 성 의식 개선과 지속적인 교육 등 사회적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제도의 시행으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신상노출 등 제2, 제3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상당수 여성 단체와 인권단체는 지적했습니다. 피해자 스스로가 사건 해결의 중심에 서야 하는 데, 사건에서 배제된 채 본인의 의사에 반해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에 의해 성범죄 피해 사실이 외부로 노출될 경우 피해자와 그 가족이 입게 될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아울러 죄가 밉다하여 피의자의 인권이 경시되거나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피의자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 피해자나 그 가족들의 인권을 경시하는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한 아내의 남편이고, 4살 된 딸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누구보다 성범죄 특히, 아동을 상대로한 성범죄에 대해 분노하고 있습니다. '아동 성폭행에 대해 살인보다 더 한 죄를 물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법 감정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러하기에 성범죄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과 실효성 있는 방법들을 논의의 장으로 끌어내고 싶었습니다. 더 이상 여성 10명 중 6명이 밤길 걷기가 두렵다고 말하는 사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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