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얼굴인식 혁명 온다"

올해 2월 다른 취재를 위해 찾아간 일본 세콤사 건물, 
건물 출입문쪽으로 다가가자 CCTV 카메라쪽에서 난데없이 인삿말이 들렸습니다.

"000 소장님 안녕하세요!. 000부장님 수고하십니다".
직원의 얼굴을 알아 본 CCTV 카메라가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당초 예정돼 있던 취재를 마친 뒤 CCTV 작동 방법에 대해 취재를 하고 싶다고 말한 뒤 어렵게 허락을 받아냈습니다.

그후 시간이 흘러 취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주, 세콤측의 내부 사정으로 여러차례 일정을 조정한 끝에 얻어낸 기회였습니다.

직원의 얼굴을 인식하는 CCTV의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사진을 입체 얼굴로 바꾸는 부분입니다.
사진을 스캔해 컴퓨터에 입력하면 프로그램이 평면적인 얼굴을 3D 입체얼굴로 바꿉니다. 물론 이를 위해선 동양인의 평균적인 얼굴 데이터가 이용된다고 합니다.

3D 얼굴 모양은 모두 35가지 각도로 변형돼 컴퓨터에 저장된다고 합니다. 어떤 각도에서 카메라에 얼굴이 잡히더라도 이를 대조할 수 있도록 말이죠. 물론 아직은 짙은 색의 선글라스를 낀다거나 변장을 할 경우에는 얼굴을 100% 인식할 수 없다고 합니다. 또 남성에 비해 화장을 짙게 하는 여성의 경우에는 다소 틀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세콤측은 하지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인식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고 자신하더군요.

CCTV 카메라가 얼굴을 인식하는 속도는 1초에 1명꼴, 지하철 개찰구에서 사람들이 빠져 나오는 속도를 참고해 그렇게 조정했다고 하더군요. 현재의 기술로는 등록이 가능한 사람은 2천5백 명까지라고 합니다.

움직이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기술을 'Walking through' 얼굴인식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직원임을 등록해 놓으면 별도의 신분증이 필요하지 않게 됩니다.
얼굴이 곧 신분증이 되는 셈입니다.

얼굴 인식 기술은 어떤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까요?

세콤측이 현재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의료분야입니다. 일례로 얼굴 인식 기술이 적용된다면 병원에서 다른 사람에게 엉뚱한 수술을 하는 의료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얼굴 인식 기술은 고객 응대에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만약 손님을 응대하는 업장에 설치가 된다면 VIP 고객이 방문했을 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범죄 현장에선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2천 5백 명이 아닌 모든 사람의 얼굴을 등록할 수 있게 된다면 마치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처럼 범죄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유럽에선 이미 훌리건들의 경기장 출입을 막는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세상이 된다면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현재에도 많이 사용되는 지문이나 홍채 인식과 달리 얼굴 인식 기술은 불특정 다수가 본인이 원치 않는 경우에도 신원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에게 이런 시스템이 악용된다면 그 피해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겁니다.

이런 우려 때문에 구글은 결국 구글 안경에 얼굴인식 관련 앱들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구글 안경을 통한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자 구글측이 아예 구글 안경을 이용해 사람 얼굴을 읽어들이고 기록, 식별하는 등의 앱들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현재 기술로 구글 안경을 통한 얼굴 인식은 그리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런 앱들을 사용하면 구글 안경이 길거리에서 마주친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는 어떤 글들을 올렸고, 어떤 사람들이 친구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모르는 다른 사람이 나 자신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 들이시겠습니까?

올초 3D 프린터를 취재해 보도하면서 머지 않아 3D 프린터 기술이 세상을 바꾸지 않을까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얼굴인식 CCTV를 취재하면서도 다시 한번 비슷한 느낌을 가졌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 이상의 혁신적인 변화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 분명합니다.

세계적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는 혁신적인 신기술들이 사람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응과 감시, 한발 앞선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