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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홍보수석과 대변인의 조건, 10가지!

[취재파일] 홍보수석과 대변인의 조건, 10가지!
정치부 정준형 반장입니다.

윤창중 전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건 파장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 같아 보입니다만, 여진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이죠,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에서 돌아온 직후 직속 부하직원에 대한 지휘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던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에 대한 사표가 22일 수리됐습니다. 이남기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지 12일만이요, 그가 홍보수석으로 임명받은 지난 2월 18일 이후 94일만입니다.

앞으로의 관심은 후임 홍보수석이 누가 되느냐, 후임 대변인이 누가 되느냐일 것입니다. 어제, 오늘 청와대 관계자들을 취재해봤습니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후보자들의 이름이 나오는 단계는 아닙니다. 후임 홍보수석의 경우 이 수석의 사표가 수리된 만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후임 인선작업에 나서야한다는게 공통된 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후임자 물색 작업이 이뤄져온 것으로 보이며, 아직 유력 후보자들로 압축한 단계는 아니지만, 여기저기서 적임자라고 평가받고 추천받은 인사들에 대한 인사 자료들을 모으고 있는 단계로 추정됩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을 대신할 새 남성 대변인의 경우는 진작부터 후임자 물색작업이 이뤄져왔습니다만, 역시 아직까지 적임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와 언론사 주위에서는 방송사 출신 몇몇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아직까지는 자가발전적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신문사들의 경우 자기회사 출신 인사들을 적극 추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만, 이 역시 아직까지는 자가발전적 성격이 큰 상황입니다.

제가 지금 여기서 후임 홍보수석과 대변인이 누가 될 것 같다는 말은 하기 힘듭니다. 확인도 안된데다 저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청와대를 3개월 가까이 출입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홍보수석과 대변인의 조건 10가지를 한번 올려볼까 합니다. 아래 읽어보셔야하겠지만,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변인이 되기가 참 쉽지가 않겠다는 생각을 하시게 될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변인의 조건 10가지를 쭉 나열해보겠습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제 개인적 의견입니다.

1. 전문성      
2. 국정철학 공유    
3. 정무 감각
4. 원만한 인간관계와 리더십
5. 신뢰감 있는 외모. 목소리
6. 취재 능력
7. 홍보기획 능력
8. 강한 체력
9. 적당한 주량
10. 인내력


첫째는 무엇보다 언론과 관련된 전문성입니다. 홍보수석과 대변인, 모두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들을 상대해야하는 업무인 만큼 언론과 관련된 전문성은 필수적 조건입니다. 홍보수석과 대변인의 차이점이라면 상급자인 홍보수석이 현장에서 한발 떨어져서 청와대 홍보라는 큰 그림을 그린다면, 대변인은 바닥 현장에서 출입기자들과 치열하게 맞붙어야 한다는 겁니다.

둘째는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일 것입니다.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의 뜻을 읽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셋째는 정무 감각입니다. 다시말해 정치적 판단 능력입니다. 정무적 감각이란 현실균형 감각을 갖춘 상태에서 민심을 읽고, 이에맞게 정치적 판단을 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거기에 대통령의 뜻을 어느 수준까지 기자들에게 말해줄 것인지 현장에서 순발력있게 판단하고 결정해야하는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표가 수리된 이남기 수석의 경우 방송사 PD 출신이다보니 그동안 정무적 감각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후임 홍보수석의 경우 정무적 감각이 있는 사람이 발탁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넷째, 원만한 인간관계와 리더십. 이것은 어느 조직에서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만,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변인에게도 꼭 필요한 조건입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는 크게 '등록 기자'와 '상주 기자'로 나눌 수 있습니다. 등록 기자란 어느 정도 자격을 갖춘 언론사 기자로 청와대가 출입기자로 등록을 받아준 기자를 말합니다. 출입기자로 등록이 된 만큼 청와대 기자실이 마련된 춘추관을 아무 때나 드나들 수는 있지만, 대통령에게 근접해서 취재할 수는 없는 기자들입니다. 반면 상주기자는 청와대 출입기자로 등록돼 춘추관에 상주하면서 대통령을 근접취재할 수 있는 기자들을 말합니다. 일반인들이 흔히 말하는 청와대 출입기자는 '상주 기자'를 말합니다. 제 경우도 상주 기자입니다.

말이 좀 길어졌습니다만, 상주기자 수가 몇명이나 될까요? 놀라지 마십시오. 120여 명이나 됩니다.
그렇다면 등록기자까지 포함한 전체 청와대 출입기자수는 몇명이나 될까요? 역시 놀라지 마십시오.
220명 정도나 된다고 합니다. 와우,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까? 상주기자들 가운데는 중앙언론사와 지방언론사, 인터넷 언론사 기자들이 모두 포함된 숫잡니다.

제가 장황하게 청와대 출입기자수를 말했습니다만,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변인의 필수 조건으로 원만한
인간관계가 왜 들어가는지 더 이상 말을 안해도 잘 아시겠죠! 리더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많은 기자들과 잘 어울리면서도 이들을 조화롭게 이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다섯째, 신뢰감 있는 외모와 목소리입니다. 이것 역시 쉽게 이해하실 것입니다. 잘생길 필요까지는 없습니다만, 대통령을 대신하고, 청와대를 대표해 TV 방송에 자주 나와서 기자회견을 해야하는 만큼 국민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외모와 목소리도 필요 조건이라고 생각됩니다.

여섯번째, 취재 능력입니다. 무슨 기자도 아닌 홍보수석과 대변인이 취재능력이 필요하냐? 이렇게 반문하실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홍보수석.대변인 역시 취재능력이 좋아야합니다. 무슨 말이냐, 청와대 내부 다른 수석비서관실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순발력있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자면 북한 관련해서는 외교안보수석실, 경제 관련해서는 경제수석실, 일자리 관련해서는 고용복지수석실을 취재해서 현안들을 꿰차고 기자들에게 브리핑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한다는 말입니다. 필요할 경우에는 현안과 관련된 정부 부처를 상대로 취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일곱번째는 홍보기획 능력입니다. 대변인보다는 홍보수석에게 보다 필요한 능력일 것입니다. 청와대의 중장기 홍보 전략을 짜고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효과있게 알리고, 국정운영 성과를 홍보하고, 청와대 인터넷 홍보전략을 수립하는 등의 홍보 기획 능력이 있어야한다는 말입니다.

여덟번째, 강한 체력입니다. 이 역시 어느 조직에서나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 공통된 조건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만,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변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홍보수석과 대변인의 경우 보통 새벽 6시반쯤 출근을 해야합니다. 전날 TV 저녁 뉴스와 조간 신문들, 주요 인터넷 뉴스들에 대한 모니터 회의를 하고, 그날그날 대통령의 일정과 홍보전략을 논의하기위해서는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합니다. 여기에 100명이 넘는 상주기자들의 취재에 응해주고, 때에 따라 저녁 술자리도 자주 가지면서 기자들과 스킨쉽도 해나가야 합니다. 휴일에도 토요일과 일요일을 모두 쉴 수 없습니다.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하는 날이 많습니다. 강한 체력이 없이는 버티기가 힘든 자립니다. 특히 현장에서 기자들을 직접 상대해야하는 대변인의 체력은 말하나마나겠죠.

아홉번째, 적당한 주량입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을 했습니다만, 홍보수석과 대변인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친밀도와 함께 상호 신뢰감을 쌓아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업무의 일부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홍보수석, 대변인과 친밀감을 높여야하는 것은 기자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저녁에 소주한잔 하는 자리가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면서 "그래. 너네들끼리 좋은데 가서 술마시면서 잘 놀아라"하고 생각하시는 분들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절대절대 그런 일 없습니다. 홍보수석,대변인이 출입기자들과 어울려 술마시 것이라고 해봤자 삼청동 인근 식당에서 소주를 마시거나 이른바 '소주+맥주'를 섞은 폭타주 몇잔을 마시는게 다입니다. 믿어주십시오!

마지막 열번째는 인내력입니다. 무슨 말이냐, 위에서 출입기자들 수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만, 청와대에는 모두 80여개 언론사의 출입기자들이 등록돼있습니다. 각 언론사에서 1명씩 80명 가까운 기자들이
중요한 현안에 대해 홍보수석과 대변인에게 전화를 한통씩 걸어서 취재를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기자들에게는 1통이겠지만, 전화를 받는 수석과 대변인은 매일 최소 수십통씩, 현안이 여러 개일 경우엔 수백통씩의 전화를 받아야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자들의 질문은 대개 비슷비슷할테고 똑같은 대답을 수십번, 수백번 되풀이해야할 것입니다. 여러분 같으면 어떻겠습니까? 이 밖에도 기자들마다 특성도 다르고, 일일이 취재에 응하면서 기자들과 부딪히는 일도 많을 것입니다. 쉽게 짜증을 내서도 안되고, 보통 이상의 인내력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 것입니다.

이상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홍보수석과 대변인의 조건 10가지를 나열하고 간략하게 설명드려봤습니다. 여기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습니다만, 윤창중 전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건을 계기로 도덕성 역시 필요한 조건으로 추가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떠신지요? 청와대가 이런 조건들을 모두 갖춘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요? 아니, 아무나 쉽게 청와대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을 하겠다고 덤비기도 어렵지 않을까요? 이런 조건들도 갖추지 않고 자리가 탐나서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그 결과가 좋지 못할 것입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로서도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안돼 대변인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경질되고, 홍보수석의 사표가 수리되는 상황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박 대통령과 참모진이 이번에 어떤 사람을 찾아서 내놓을지 제 개인적으로도 많이 많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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