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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전설'들의 퇴장 : 베컴, 캐러거 은퇴

[데스크칼럼] '전설'들의 퇴장 : 베컴, 캐러거 은퇴
2012-2013 유럽 클럽축구시즌이 막을 내리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의 은퇴소식이 줄을 잇고 있죠. 지난주에 맨유 퍼거슨감독과 스콜스의 은퇴에 이어 엊그제는 축구선수를 넘어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데이비드 베컴이 은퇴경기를 치른 뒤 눈물을 쏟았고 리버풀의 프랜차이스 스타(한 지역이나 연고를 대표하는 스타) 제이미 캐러거가 리버풀 구장 안필드에서 은퇴경기를 치렀습니다. 잘 나갈때는 영원할 것 같던 최고의 선수들도 나이가 들어 기량이 예전만 못하면 은퇴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요? 하지만 더 이상 이들의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보지 못하게 된 것은 팬으로서 서운하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안녕 베컴 ’

이 시대 최고의 스타 베컴이 어제(19일) 은퇴경기를 벌인 뒤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프랑스 리그1 37라운드 브레스트와의 경기에서 주장완장을 차고 선발출전해 82분 동안 뛰었습니다.

3-1로 승리한 경기에서 그는 코너킥으로 두 번째 골을 관여했고 경기가 끝난 뒤 울먹이면서 동료들과 일일이 포옹을 나눴습니다. 빠르크 데 프랭스에 모인 4만 3천여 관중들은 모두 기립박수로 그의 은퇴를 아쉬워했습니다. 경기 후 그는 “내 축구인생 마지막을 파리처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좋은 동료, 팬들과 함께 보내어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베컴(38,PSG 빠리생제르망)이 누굽니까? 잉글랜드가 낳은 최고의 축구스타 베컴은 축구 뿐 아니라 시대와 문화의 아이콘으로 지구촌 축구팬과 젊은이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았죠. 남자치곤 다소 여성스럽고 가느다란(?) 목소리만 빼놓고는 모든 점이 완벽하다는 이 남자만큼 축구선수로, 또 스타로 온갖 영예를 맛본 선수가 또 있을까요?

먼저 축구선수로서 그의 업적을 보죠.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스팀을 거쳐 퍼거슨 감독이 길러낸 최고의 스타이고 맨유 최고 전성기라는 98-99시즌에 트레블(EPL리그, FA컵, 챔피언스 리그 등 3관왕)위업을 이끈 주역이죠. 퍼거슨 감독과의 갈등으로 10년간의 맨유시절을 마치고 지난 2003년 지구방위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 네 시즌을 보냈고 그 뒤 미국 프로축구(MLS) LA갤럭시를 거쳐 올해 마지막 경력을 파리에서 마치게 됐습니다. 베컴은 맨유에서 10년간 265경기 62골, 레알 마드리드에서 116경기 13골을 넣었고 잉글랜드 대표팀에서(1996-2009) 115경기 17골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1998 프랑스 월드컵부터 2002 한일 월드컵, 2006 독일월드컵까지 잉글랜드 선수로는 유일하게 세차례 월드컵에서 모두 골을 기록했습니다. 또 대표팀으로 나선 115경기 중 57경기에서 잉글랜드팀 주장완장을 찼죠. 이 정도면 국가대표로서, 또 클럽소속 선수로서 최고의 경력을 쌓았다고 할만하죠. 워낙 화려한 외모와 기록 속에 베컴 특유의 성실성은 좀 가려진 것 같습니다. 베컴의 전매특허인 정교한 프리킥은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의 산물이라고 퍼거슨 감독도 높게 평가했습니다.

베컴 부부
베컴이 축구만 잘했으면 지금처럼 유명해지진 않았을 겁니다. 그의 금발과 소년같은 해맑은 미소는 매력적인 외모에 더해져 축구실력보다 사실 더 많은 눈길을 사로잡았죠. 그가 지난 99년 세계적인 영국의 걸그룹 ‘스파이스걸스' 멤버인 빅토리아와 결혼한 뒤 이들 베컴부부는 움직임 하나하나가 다 뉴스가 되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부부’가 되죠. 그의 헤어스타일은 세계적인 유행이 됐고 그가 나온 영화와, 향수, 각종 스포츠용품 광고출연으로 그의 브랜드 가치와 영향력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2 축구스타 수입’ 순위에서 5060만 달러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죠.

돈과 명예,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세 아들, 런던과 LA의 멋진 저택과 수십대나 되는 각종 스포츠카, 프리미엄 카 등 남자의 모든 로망을 한손에 거머쥔 데이비드 베컴. 그는 모든 걸 다 갖춘 남자들의 유일한 단점인 ‘교만한’ 성격조차 갖추지 않았다고 하네요. 아내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고 별다른 스캔들도 없죠. 아내인 빅토리아도 “그가 아이들과 가정에 충실한 휼륭한 남편“이라고 칭찬할 정도입니다.

베컴은 축구선수로서 전성기를 보낸 맨유와 퍼거슨 감독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을 여러차례 표시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은퇴 이후 그의 행선지에 대해 나오는 여러 관측 가운데 올드트래포드 복귀설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죠. “맨유 이외의 잉글랜드 클럽에서 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그의 ‘맨유사랑’이 과연 코치진 합류로 이어지게 될지 주목됩니다.

안필드 프랜차이스 스타의 은퇴

제이미 캐러거
베컴은 맨유가 낳은 최고의 스타이지만 프랜차이스 스타라고 말하긴 어렵겠네요. 워낙 유명세를 타다보니 여러군데를 옮겨다녔기 때문이죠. 유럽의 명문축구클럽 중에는 한군데서만 20년 가까이 활약한 프랜차이스 스타 또는 ‘원클럽맨’이 여러명 있죠. 맨유의 폴 스콜스나 라이언 긱스, 리버풀의 스티븐 제라드와 제이미 캐러거 같은 선수들을 들 수 있죠. 꾸준한 성실성과 자기 관리, 기복없는 기량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한 클럽에서 십수년을 활약하는게 정말 쉽지않죠. 그래서 팬들은 이런 프랜차이스 스타들을 사랑하고 이들은 소속클럽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는거죠. 어제 잉글랜드 축구의 또 다른 명문구단 리버풀의 전용구장 ‘안필드’에서 제이미 캐러거(36)가 은퇴경기를 치렀습니다.

1990년 리버풀 유소년팀에 입단한 뒤 96년 1군 무대에 데뷔해 줄곧 리버풀의 붉은 유니폼만을 입었습니다. 경기 시작 전 아들, 딸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감격에 찬 얼굴로 퇴장하는 그의 환한 얼굴이 얼굴이 화면에 크게 잡혔습니다. 마침 어제 경기가 2군 강등이 확정된 QPR과의 마지막 경기였고 박지성 선수가 선발 출장해서 더 큰 대조를 이뤘습니다. 이번 시즌 QPR로 이적해 아시아 최고 스타의 자존심을 구긴 박지성과 한 팀에서 성실하게 16년 프로선수 생활을 청산한 제이미 캐러거. 둘 다 최선을 다한 최고 클래스의 선수들이지만 캐러거에게는 스스로 은퇴를 선택한 마지막 경기였고 박지성에게는 혹시나 프리미어 리그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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