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면 군인들이 좋아하는 냉동 비프스테이크의 경우 160그램짜리가 PX에서 3,57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조업체가 군납 때 제시한 가격은 15,950원입니다. 이것을 72% 할인해 주겠다며 낙찰 받은 뒤 팔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같은 제품이 시중 대형마트에선 얼마일까요? PX보다 훨씬 싼 2,270원입니다.
이렇게 시중가보다 비싼 물품을 알아보려면 국군복지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부가정보란에 마트상품정보 코너를 검색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올해 새로 납품이 결정된 3백여개 품목 가운데 20여개가 시중가보다 비쌉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납품업체를 선정할 때 기준을 '할인율'로 정하기 때문입니다. 즉, 정상가격을 엄청나게 부풀린 뒤 할인을 많이 해준다고 제시하면 업체로 선정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 뒤에 할인을 해 줘도 실제 마트가격보다 비싸거나 비슷하게, 아니면 조금 싸게 맞출 수 있는 거죠. 그러다보니 할인율이 50%는 물론이고 7~80% 가까이 되는 물품도 있습니다.
할인을 70% 넘게 해도 남는다니...도대체 원가가 얼마인지, 이익이 얼마나 남는 건지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한 대형 식품업체는 가끔씩은 납품입찰을 포기한다고 합니다.
대형 업체이다보니 감시하는 사람도 많고 시중가 비교가 쉬워서 '시중가 뻥튀기'하기가 어렵다는거죠. 그러다보니, 이름도 듣지 못했던 업체들이 비교적 쉽게 납품업체로 선정되는 게 현실입니다.(물론 중소기업 지원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군인들은 선택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부대 앞 마트가 가격이 훨씬 싸다는 사실을 알고도 부대 안 PX에서 알지 못하던 업체 물품을 더 비싼 값에 사야 합니다. 병사 월급 올라봐야 소용없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닙니다. 군인이 억울하지 않게 하면서 중소기업 제품을 정상적으로 납품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니,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습니다. 바로 '물가조사'라는 제도입니다.
권익위는 조사결과 이런 식의 정상가격 부풀리기 수법으로 납품업체가 연간 500억원에서 800억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업체들에 대해선 경찰청 지능수사과에, 이를 방조한 의혹이 있는 군인들에 대해선 국방부 조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사실, 이런 군납물품 정상가격 부풀리기와 과도한 할인율, 군대내 비싼값 판매는 군과 관련된 사람이면 몇번씩 들어보고 문제도 제기해 왔습니다.
가끔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자료제출도 요구합니다. 하지만 번번히 조사는 무산됐고, 꼬리자르기 식의 징계 수순을 밟으며 덮혀 왔습니다. 다른 사람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의 복지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특혜를 주자는 게 아닙니다. 정상적으로 하자는 이야기입니다.
능력이 안되면 처음부터 조달방법을 다시 연구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괜히 '떡고물'을 만들 빌미를 줄 필요도 없습니다. 내부에서 문제가 제기되면 우선 어떤 문제인지 살펴서 자발적으로 수정해야지, 은폐하려고만 하면 안 됩니다. 이번 수사 결과가 어떻게 흘러갈 지 취재되는대로 또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