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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LG에 불났다고?" 화제의 상담원, 직접 이야기해 보니

친절 응대의 교훈

[취재파일] "LG에 불났다고?" 화제의 상담원, 직접 이야기해 보니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LG 불났어요?” 동영상의 진실을 밝혀라, 어제 저에게 주어진 임무였습니다. 한 여성이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가, “LG 유플러스입니다”라는 인삿말을 “LG에 불났습니다“로 알아들었다는 그 동영상 말입니다. 그제야 동영상을 처음 봤는데 웃음을 참기가 어려웠습니다. 누군가 또 장난전화를 해서 인터넷에 띄운건 아닌가, 혹은 회사가 만든건 아닌가, 그런 의심을 품고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LG유플러스 측에서는 일단 자기 회사 쪽에서 나온 녹음본이라는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딴 사람이 일부러 장난전화를 녹음해서 올린 건 아니라는 말이죠. 그러면 회사가 일부러 한 짓은 아닌지 따져봤는데, 그 쪽도 아니란 판단이 들었습니다. 인터넷에 동영상이 처음 떴을 때, 회사는 오히려 혼쭐이 날까봐 전전긍긍했다는 후문이었습니다. 상담내용이 유출된 것이니까요. 교육용이었는데 어쩌다가 인터넷에 잘못 나갔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회사측은 실제로 고객이 010을 누르려다가 101 번호를 누른걸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전화를 해 오시는 분들이 적잖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최종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전화를 먼저 걸어온 여성분이야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상담원에게 확인하고 싶다고 말이죠. 물론 회사가 난색을 표했습니다. 그런데 어찌저찌하여 짧게나마 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이렇습니다.

Q: 당시 상황을 좀 설명해 주시면요
A: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는데, 그래도 고객님이라서 전화를 끊지 못하니까 그렇게 상담을 하게 된 겁니다.

Q: 좀 장난 같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A: 장난은 생각 안 해봤어요. 너무 진지하셔 가지고.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은 휴대폰에 거시는 010으로 거시려다 잘못 누르셔서 101로 전화하시는 경우가 많으셨거든요. 그때는 그냥 끊어버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으세요. 그런데 장난 식이셔도 저희는 또 끝까지 응대하기로 돼 있어요.

Q: 그런데 화가 나셨어요, 아니면 재미있으셨어요?
A: 화는 안 났고요. 평상시 그냥 통화하던 게 원래 이런 전화가 많아서요. 그냥 끝까지 이해 못하시는 분도 많이 계시거든요. 평소대로 똑같이 응대한 거예요. 그리고 장난으로 하시는 것 같지는 않으셔가지고, 제가 공감상담을 많이 하거든요. 많이 이해하려고, 고객 입장에서 저희가 생각을 해보고 맞춰서 상담을 하는 걸로 주기적으로 교육도 받고 있어서, 그렇게 상담하려고 했던 겁니다. 그런데 사실 저도 재미있긴 했어요. 중간에 조금씩 웃겼던 부분도 있었어요. 통화하다 보면 상담원들이 다른 상담원들 이야기하는 것도 조금 들리거든요. 듣고 웃는 분도 계시기는 했어요.

Q: 인터넷에 칭찬도 많은데, 소감은요?
A: 기분 좋죠. 그런데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어요. 친구들한테 전화도 와서 너냐고 많이 물어봤는데요. 이제는 많이 좀 수그러들어서... 무덤덤해요.

통화를 해보니 의심은 많이 풀렸습니다. 그러고나니 참 상담원이란 일, 힘든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곳 상담원들은 하루에 80통 정도의 전화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틀에 한 통 정도는 심할 땐 거친 말도 하고 좀 막무가내인 힘든 고객들이 걸린다고 했습니다. 저 상담원도 6개월을 일했다니, 산술적으로 보면 이미 5,60통 이상 험한 전화를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런 전화들에 비하면 이번 전화는 ‘유쾌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별 일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이번 일로 LG유플러스는 톡톡히 홍보효과를 봤습니다. “상 주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도 건넸습니다. 무던한 직원 하나가 회사에 돈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로 큰 선물을 안긴 셈입니다. 요새 직원들 때문에 고생인 회사가 한 둘이 아닌데, 저도 느끼는 것이 많았던 취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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