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번개' 볼트 인터뷰 금지 요청했다가 번복…망신

[취재파일] '번개' 볼트 인터뷰 금지 요청했다가 번복…망신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인 우사인 볼트 (자메이카)가 기자들에게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을 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해 구설에 올랐습니다. 이 해프닝은 현재 카브리해의 케이먼군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케이먼 국제육상대회에서 벌어졌는데요. 우리시간으로 어제 이 대회 조직위원회 측은 현지에 취재 온 수백 명의 기자들에게 볼트에 관련된 특별 미디어 요강, 이른바 보도지침을 내렸습니다.

미디어 요강의 주요 내용은 “기자회견에서는 볼트의 허벅지 부상과 그의 팀 동료이자 라이벌인 요한 블레이크와 관련된 어떠한 질문도 해서는 안 되며 이것을 어기는 기자는 기자회견장에서 쫓겨날 것”이란 무시 무시한 경고성 메시지였습니다.

게다가 조직위원 측은 볼트에게 이런 내용을 질문했으면 좋겠다면 몇 가지 예를 제시했는데, 그 내용들도 너무 한심한 수준이어서 기자들을 더욱 화나게 했습니다. 예를 들면 “ 다음 경기 스케쥴은 어떻게 됩니까?” “가장 큰 후원자(기업)은 누굽니까?” “팬들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등 이런 신변잡기나 광고 스폰서에 관한 것이 많았습니다.

현장에 기자들이 크게 반발했고 전세계 체육기자들의 대표기구인 세계체육기자연맹 (AIPS)도 “ 어떻게 스포츠 행사에서 이렇게 언론의 취재를 제한하는 경우가 있냐”며 “이는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 라며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비난이 빗발치자 조직위원회도 결국 손을 들었습니다. 조직위원회는 우리시간으로 오늘 새벽 “인터뷰 제한은 몇 부서간의 소통이 제대로 안돼 일어난 불상사 였고 기자회견장에서는 어떤 질문도 가능하다”며 보도 지침을 완전히 철회했습니다. 볼트의 에이전트인 심스는 “볼트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며 볼트는 언제든지 기자들의 자유로운 취재에 응할 것이다”는 뒤늦는 해명까지 내놨습니다.

국내도 마찬가지지만 스포츠 스타와 언론의 사이가 늘 좋은 것은 아닙니다. 연예인들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이번처럼 이렇게 질문을 사전에 제한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왜냐면 기자들이 엉뚱하거나 불쾌한 질문을 하더라도 일단은 받아들여 지는게 관례이고요. 대신에 선수는 걸끄러운 질문을 받았을 경우 이른바 “노 코멘트 (No Comment)” 그 질문에는 대답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히면 됩니다.
우사인 볼트 세리모

더구나 이번 해프닝의 대상이 우사인 볼트라는 점도 약간은 충격입니다. 볼트는 전세계 스포츠 스타들 중에서 가장 유쾌하고 뛰어난 유머감각을 지닌 선수로 평가받아왔었죠. 골인 지점을 통과한 뒤에 춤을 추며 세리머니를 펼치고, 관중들과 사진도 찍고,  휴식때는 음악 DJ로 활동도 하고 말이죠. 이런 볼트가 왜 이번에는 이런 일을 벌였는지는 저도 상당히 의문입니다.

보통 스포츠 스타와 언론의 불편한 관계는 그 선수가 부상이거나 하향세 일때 많이 나타납니다. 왜냐면 부정적인 기사가 많이 나오기 때문인데요.  볼트는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100m와 200m, 그리고 400m 계주에서 우승하며 3관왕에 오르는 등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6개의 금메달을 따낸 지구상 최고의 스프린터입니다. 3년 뒤 열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단거리 종목의 유력한 우승후보이기도 한데요.

볼트는 지난주 허벅지 부상으로 조국 자메이카에서 열린 육상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심각한 부상이 아닌데 왜 이번에는 기자들에게 아예 질문조차 못하게 하는 이런 민감한 반응을 보였는지 잘 이해가 안갑니다. 하지만 라이벌이자 동료인 블레이크 건은 어느 정도 고개가 끄떡여 집니다. 블레이크는 지난 2011년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 결승에서 볼트가 실격된 사이 세계 챔피언에 오른 선수죠. 현재 27살인 볼트보다 3살이나 어려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높다 보니 볼트로서도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늘 기자회견장에서 넉살좋게 농담을 펼치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줬던 볼트가 ‘인터뷰 금지’라는 해프닝에 연루된 것은 상당히 실망스럽습니다. 혹시 기자들이 모르는 다른 비밀이나 어려움이 있는 건 아닌지라는 생각도 가져봅니다. 그래도 볼트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입니다. 마치 말이 달리듯 긴 다리로 쭉쭉 힘차게 트랙을 뛴 뒤 환한 웃음을 지으며 번개 세리머리를 펼치던 그의 모습에서 늘 강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예전처럼 잔잔한 일에 신경쓰지 않고 늘 당당하고 유쾌했던 볼트의 힘찬 질주를 다시 보게 되길 기대해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