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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갑의 횡포…밀어내기 다반사, 반품은 '나몰라라'

[취재파일] 갑의 횡포…밀어내기 다반사, 반품은 '나몰라라'
남양유업의 30대 영업사원이 아버지 뻘인 대리점 업주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회사는 해당 직원을 해고하고,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까지 올렸지만 파문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남양유업 제품을 사지 말자는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고, 을의 위치였던 일부 편의점과 슈퍼에서는 용감(?)하게도 남양유업 제품을 받지 않겠다는 선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검찰이 남양유업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이른바 갑의 횡포에 대한 사회적 제재 움직임이 일면서 그 동안 죽어만 지내던 을의 울분도 봇물 터지듯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에 작은 힘을 실어주고자 SBS에서는 대기업의 횡포를 고발하는 연속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그 첫 순서로 이른바 갑을관계로 불리는 대기업과 대리점, 혹은 가맹점 사이에 존재하는 대표적 불공정행위인 '밀어내기' 횡포를 취재했습니다.
갑의 횡포_500

  대기업 영업사원) "제가 넣고 싶어서 넣었고요. 이런 거 이런 거 잘 나가니까 넣어보시라고."
  편의점 점주) "그걸 왜 FC(영업사원)마음대로 결정하세요?"
  대기업 영업사원) "제가 몰래 넣어서 피해 보신 거 있어요? 피해 보신 거 있나고요?
                           빼고 싶으면 빼시라고 얘기했잖아요"

왜 몰래 강제 발주를 했는지 따지는 편의점 주인에게, 대기업 영업사원이 되레 화를 내며 횡포를 부리는 통화 녹취록입니다. 이런 밀어내기 관행은 편의점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식품업체에서는 비일비재한데요, 주로 신제품이 출시되거나 재고가 쌓일 때, 또, 월말과 분기 말 결산이 임박할 때 집중되고 있습니다.

밀어내기보다 점주들을 더 눈물짓게 하는 건 바로 반품이 전혀 안 된다는 점입니다. 유통망 확대를 위해 물량을 쏟아 붓는 것까지야 이해한다고 쳐도, 시장 반응이 좋지 않으면 바로 반품을 받아줘야 하는데, 사실상 모든 재고를 점주에게 그대로 떠넘기고 있습니다. 그러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점주가 모든 피해를 떠안고 물품을 폐기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다만 얼마라도 건지려고 납품가의 10%수준으로 물건을 떠넘기는 이른바 '삥 처리'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환불은 고사하고 다른 물품으로 교체만 해줘도 양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돕니다.
갑의 횡포_500
이처럼 거래상의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매출을 강요하는 행위는 불공정거래행위로 과징금이나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을의 위치인 점주가 선뜻 나설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가맹비와 초기 투자금을 쏟아 부은 업주로서는 계약 관계가 끊길 것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혹여 말을 듣지 않았다가는 주변 대리점에 물량을 몰아줘 고사시키는 이른바 '찢어버리기' 보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인터뷰에 응한 점주들 모두, 자신들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렸고, 어렵게 용기를 내 인터뷰에 응했다가도 어떻게 회사가 알았는지, 언론에 나서지 말라는 협박이 있었다며 방송에는 내보지 말라고 다시 요청해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만큼 대리점에 대한 대기업의 통제가 삼엄하고, 보복의 강도가 세다는 방증입니다. 

정부와 사회가 대기업에 맞서 대신 싸워줘야 하는 이윱니다. 막강한 '갑'의 위치에서 힘없는 '을'에게 물품을 강제로 떠넘기고 반품처리는 외면하는 대기업의 횡포, 이제는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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