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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꽃소식이 톱뉴스인 나라

[데스크칼럼] 꽃소식이 톱뉴스인 나라
꽃 피는 것이 톱뉴스가 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우리의 이웃 일본 이야기다. 일본에서는 2월이 되면 벚꽃의 개화 시기가 화제다. 방송과 신문 모두 올해는 언제 벚꽃이 피는지를 주요 뉴스로 다룬다. 남북으로 긴 나라답게 1월부터 5월까지 벚꽃이 피었다 진다. 벚꽃놀이도 화려하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 아래서 직장 동료, 가족, 연인들이 왁자지껄하게 봄날을 즐긴다. 일본에서 볼수 있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봄날의 꽃구경에 대한 소식도 일본 방송과 신문의 주요 뉴스다. 꽃피는 것, 꽃놀이하는 것이 주요 뉴스가 된다는 것은 그 사회가 그만큼 평화롭고 여유롭다는 뜻일 게다.

일본의 평화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경제적 여유, 예의바르고 청결한 국민성, 아름다운 국토 등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정치적 안정도 빠트릴 수 없는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외부 세계와의 갈등을 원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평화헌법'도 일본의 평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평화로운 나라' 일본을 틀지우고 있는 평화헌법 9조를 읽어보자.  

-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포기한다.
- 이를 위해 육·해·공군 그 밖의 전력은 불보유, 국가의 교전권은 불인정한다

다른 나라와 갈등이나 다툼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절대 싸움이나 협박은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오직 평화로운 수단으로만 갈등과 분쟁을 해결한다는 뜻이니 어찌보면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국가가 전쟁을 포기하고 군대도 두지 않겠다니... 그런데 일본이란 국가는 이렇게 66년을 살아왔다. 세계에서 가장 평화롭고 민주적인 나라, 평화애호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고 말이다.

일제시대
왜 이렇게 살아왔을까. 이웃나라에 대한 반성의 차원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과 침략이 자국민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과 희생을 안겨줬다는 것을 일본인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일본인들에게 전쟁이란 아버지와 오빠를 앗아가는 것, 어머니와 동생들에게 굶주림과 끝없는 고통의 감내를 강요하는 것이다. 온 도시가 불타는 공포를 겪는 것, 그러다가 원자폭탄이란 괴물로 인해 당대는 물론 대를 이어가며 고통이 계속되는 것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와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과거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후회가 '전쟁의 포기, 군대의 포기'평화헌법 성립의 기초다.

침략의 피해자로서 한국이나 중국 등 이웃국가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본적으로 개헌은 일본 국민들이 선택할 문제다. 또 일본이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도 할 수 있는 나라가 된다고 해서 꽃피는 소식이 그들의 뉴스에서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꽃놀이는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이 세계 제일의 평화애호국이라고 자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웃들은 물론 자신들에게도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준 잘못된 과거사를 일본이 잊고 있다고, 아니 억지로 잊으려 하고  왜곡시키려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더구나 침략은 보는 사람 입장에 따라 다르다고 우긴다면 온 국민이 평화로운 나라, 꽃놀이가 주요뉴스가 되는 나라 일본은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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