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2013년 프로야구 '부활하는 별들'

[취재파일] 2013년 프로야구 '부활하는 별들'
‘부활포’, ‘부활투’, ‘부활 다짐’, ‘부활 신고’...

스포츠 기사에서 ‘부활’이라는 단어가 넘쳐난다. 하지만 ‘부활’은 정말 조심스럽게 써야한다. 계속 부진하다가 몇 번 잘 했다고 ‘부활했다‘고 썼다가는 자칫 거짓말쟁이가 볼 수도 있다. 부활했다는 선수가 다시 부진에 빠져 난처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예전 한 언론사 부장은 부원들에게 아예 ‘부활‘이라는 단어를 못 쓰게 했다고 한다. “예수도 한 번 부활했는데, 무슨 부활을 이렇게 많이 하냐?”는 게 이유다.

2013년 시즌이 막 시작한 시점에서 ‘부활’을 얘기하기엔 분명 이르다. 타격감은 오르내리기 마련이고, 체력도 부상도 모두 변수다. 지금 상승세를 시즌 끝까지 유지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지난해와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으로 부활 기미를 보이는 스타들이 눈에 띈다. 후일을 장담할 순 없지만, 그렇지만 감히 2013년 ‘부활‘을 말한다. 

돌아온 빅초이

초반 KIA 최희섭의 방망이가 심상치 않다. 4월 17일 LG전에서 뒤늦게 시즌 첫 홈런을 신고하더니 4월 21일 SK전까지 4경기 연속 홈런을 치면서 거포의 위용을 되찾았다. 4경기에서 홈런 5개를 몰아쳤다. 이 가운데 2개는 결승 홈런이었고, 한 개는 역전 홈런이었다.
접전 상황에서 한 방을 날리는 해결사 본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LG 임찬규, SK 여건욱과 새든까지 상대 선발 3명을 홈런으로 무너뜨렸고, LG의 필승 불펜 유원상에게도 일격을 가하는 의미 있는 홈런이었다.
최희섭은 2009년 타율 0.308에 33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며 KIA의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2011시즌이 끝난 뒤에는 소집 거부 파동으로 전지훈련에서도 제외되며 은퇴 기로에 서기도 했다. 지난 시즌에는 80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홈런은 고작 7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요즘 2009년 페이스로 살아나고 있다. 부활을 예감하기에 충분하다. 최희섭의 드라마틱한 상승세는 간결해진 타격 자세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까지는 오른쪽 다리를 높이 들었다가 치는 외다리타법을 사용했는데, 올 시즌엔 오른다리의 높이를 많이 낮췄다. 최대한 두 다리를 받쳐놓고 간결하게 상체를 돌린다. 김용달 KIA타격코치는 “최희섭이 스프링캠프에서 하체훈련에 집중하면서 하체의 축이 견고해 졌고, 스탠스를 넓혀 안정감이 더해졌다”고 분석했다. 최희섭이 살아나면서 지난 4월 21일에는 이범호와 김상현도 같은 날 시즌 첫 홈런을 신고했다. 말로만 위력적이던 이른바 L-C-K포(이범호-최희섭-김상현)가 앞으로 현실에서 어떤 파괴력을 보여줄 지 2013년 팬들의 기대는 크다.  

‘안쪼‘에서 ’안보‘로....양현종, 재도전! 다승왕
이미지

2007년 입단한 양현종은 한 때 류현진-김광현과 함께 ‘왼손 3총사’로 명성을 떨쳤다. 2009년 선발보직을 맡자마자 12승을 거두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더니 2010년엔 KIA출신 왼손투수로는 최다인 16승을 기록했다. 당시 김광현(17승) 류현진(16승)과 함께 펼친 왼손투수들의 다승왕 경쟁은 최고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던 양현종은 2011년부터 갑자기 극도의 부진에 빠진다. 2011년 7승9패, 지난해엔 단 1승에 그쳤다. 150km를 넘나들던 강속구는 사라졌고, 흔들리는 제구력은 걷잡을 수 없었다.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갈수록 상태가 악화됐다. 팬들은 부진한 그를 향해 ‘안쪼’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붙였는데, ‘안경 쓴 쪼다’의 줄임말이다. 그렇게 양현종은 평범한 투수로, 아니 모자란 투수로 전락하는 듯 했다. 그런데 올 시즌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의 전매특허였던 강속구가 살아났다. 아직 제구력은 완전하지 않지만 예전처럼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자신감이 느껴진다. 초반 4연승에 평균자책점 1.17로 두 부문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왼손 투수 가뭄에 한숨짓던 선동열 KIA 감독에게 양현종은 다시 보물이 됐다. KIA의 상대팀 팬들은 양현종을 여전히 ‘안쪼’라 부르고 있다. 하지만 KIA팬들에게 양현종은 이제 ‘안보’(안경 쓴 보물)가 되고 있다.

핵잠수함 ‘부활은 필수!‘
이미지

올 시즌 투수가운데 최고연봉자는 넥센의 김병현이다. 무려 6억원을 받는다. 국내무대 2년차인데, 다승왕 장원삼, 구원왕 오승환보다도 높은 금액을 받았다. 기자들은 물론 많은 팬들은 ‘왜?’라며 의문부호를 붙였다. 아마도 이장석 넥센 구단 대표가 김병현에 대해 뭔가 확신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김병현은 지난 시즌 3승 8패  평균자책점 5.66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제구력 난조로 몸에 맞는 공을 14개나 남발했다. 올 시즌도 기록상은 지난해와 크게 나아 보이진 않는다. KIA와 한화를 상대로 승리를 챙겼고, 막내 팀 NC전에서 7이닝 1안타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삼성전에서는 7실점하며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였다. 김병현은 부활할 수 있을까?

좀 더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했다. 야구통계 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에 김병현의 구질 통계를 의뢰해 분석했더니 다소 긍정적인 변화가 눈에 띄었다. 구속은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공의 회전수가 향상됐다. 공끝의 움직임이 좋아졌다는 뜻이다. 특히 언더핸드 투수의 주무기이 커브와 싱커가 좋아 졌다. 커브의 경우 지난해에는 분당 회전수가 879.18회 였는데, 올 시즌은 1,303.58회로 부쩍 늘었다. 커브의 좌우 변동폭은 지난해엔 6.37cm에서 올 시즌엔 17.11cm로 두 배 이상 커졌다. 그 만큼 변화가 커서 위력적이라는 얘기다. 싱커도 만찬가지다. 분당 회전수는 지난해 1486.55회에서 1571.82회로 늘었다. 좌우 변동폭 역시 17.47cm에서 20.66cm로 커졌다. 통계상으로 볼 때 분명 김병현의 공은 지난해보다 더 위력적이다.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많은 땀을 흘렸다는 증거일 것이다.
김병현은 한국인 최초의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꼈고,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양대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영광을 누린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다. 긴 공백을 딛고 고국무대에 섰지만, 아직 보여준 게 별로 없다. 김병현에게 올 시즌 부활은 필수다. 김병현은 한국야구 최고연봉을 받는 투수니까...

‘부활 전문’ 김광현...올해는 진짜
이미지

김광현은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야구의 에이스다. 2010년 MVP에 등극했을 때는 류현진을 능가한다는 평까지 들었다. 그런데 2011년 연이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김광현은 2010년 11월 SK를 우승으로 이끈 이후 갑자기 안면마비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원인은 지나친 스트레스로 인한 뇌경색이었다. 휴식을 취하느라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김광현은 뒤늦게 시즌을 시작했다. 그런데 김광현의 의료기록이 외부에 유출되면서 한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를 했고, 김광현은 더 큰 충격에 빠졌다. 여기에 자신을 키워준 은인 김성근 SK감독이 해임됐다. 어깨통증까지 김광현을 괴롭혔다. 김광현은 서두르지 않고 재활에 전념하며 이를 갈았다. 지난해 6월 2일 7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KIA를 상대로  선발등판해 5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그리고 내리 4연승을 달렸다. ‘김광현의 부활’을 예감하기에 충분한 역투였다. 그런데 후반부에 어깨통증이 재발했다. 2012년 9월 7일 KIA 윤석민과 에이스 맞대결에서 김광현은 철저히 자존심을 구겼다. 석점 홈런을 맞는 등 7실점하며 3회를 버티지 못하고 강판됐다. 이후 휴식과 복귀를 반복하며 포스트시즌까지 버텼지만, 김광현다운 피칭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광현은 시즌이 끝난 뒤 수술권유를 뿌리치고 재활로 승부를 걸었다. 그리고 지난 4월 17일 삼성전에 첫 등판해 6이닝 6탈삼진 3실점(비자책)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수비진의 실책으로 한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탁월한 탈삼진 능력으로 옛 모습을 보여 줬다. 다만 두 번째 등판에서 4실점하며 흔들리긴 했다. 하지만 확실히 지난해보다 페이스는 빠르다. 올해는 진짜 부활할 거라 믿고 싶다.

얼마전 넥센의 송지만선수가 삼성의 오승환을 상대로 홈런을 쳤다. 그리고는 “한국 최고의 투수에게 홈런을 쳤으니 은퇴해도 여한이 없겠다.”는 인터뷰를 했다. 만40세. 은퇴하고도 남을 나이다. 송지만은 그 홈런 이후 간간이 출전 기회를 얻어 알토란같은 활약을 하고 있다. 물론 은퇴를 앞둔 그의 활약에 부활이란 말은 어색하다. 하지만 짧은 순간이라도 살아있다는 걸 보여준 노장의 투혼은 ‘부활’ 그 이상의 감동을 전했다. 매순간 부활을 위해 역경을 이겨내고 있는 많은 선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