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카센터도 골목 상권…'대기업은 손 떼!'

한승구 기자 likehan9@sbs.co.kr

작성 2013.04.27 11:49 수정 2013.04.27 17:3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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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하다 보면 카센터 찾을 일 많습니다. 저만 해도 최근 1년 동안 타이어 펑크, 엔진오일 교환, 각종 필터 교환 등등 해서 몇 번 들락거린 것 같네요. 차를 산 게 2010년 말이었는데, 당시 주행거리가 1000km가 되면 엔진오일을 무료로 교환해 준다는 쿠폰을 받았습니다. 물론 제조사 간판이 달린 카센터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대기업이 아닌 이른바 '동네 카센터'들의 불만은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차를 사고 나서 첫 정비소를 어디로 가느냐, 첫 기름을 어떤 브랜드 주유소에서 넣느냐는 업체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입니다. 한 번 들르면 각종 이력 관리부터 포인트 적립 등 혜택으로 고정 고객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동네 카센터'들은 어차피 차 값에 쿠폰값이 다 포함돼 있는 것이라며, 대기업 계열 정비소들과 시작부터 불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전국에 카센터가 3만개 정도 됩니다. 이 중에 대략 8천개 좀 안 되는 숫자가 직영이든 가맹점이든 대기업 계열의 카센터들입니다. 최근에는 현대 블루핸즈나 기아 오토큐처럼 자동차 제조사 간판을 단 곳 뿐만 아니라 보험사들이나 정유사, 타이어 회사 계열의 카센터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원래는 긴급출동 서비스나 주유, 타이어 교환을 위해 생긴 점포들인데, 고객들에게 정비 서비스까지 제공하려다 보니 업무 영역이 자꾸 늘어난 겁니다. 결국 동네 카센터들이 동반성장위원회에 대기업 진입과 확장을 막아달라고 신청했습니다.

 규모가 작은 곳을 빼고 논의 대상이 된 14곳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험업계: 삼성화재 애니카, 동부화재 프로미, 현대해상 하이카, LIG 손해보험 매직카, 메리츠화재 레디카
제조업계: 현대 블루핸즈, 기아 오토큐, 르노삼성 엔젤센터, 쌍용차 리멤버서비스, 한국지엠 지엠서비스
정유업계: SK네트웍스 스피드메이트, GS엠비즈 오토오아시스
타이어업계: 한국타이어 티스테이션, 금호타이어 타이어프로

 CF로도 많이 봐서 그런지 익숙한 이름들입니다. 어쨌든 이 중에 제조업계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추가 점포 확대는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가 됐습니다. 정부나 공공 기관의 정비업 입찰에도 응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만 타이어업계의 경우 점포 확대를 인정하되, 휠얼라인먼트(바퀴 정렬) 관련 정비만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러나 제조업계와의 합의는 끝내 결렬됐습니다. 제조업계는 3년 간 15% 점포 확대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논의에 참여했던 동네 카센터들이나 동반위 등에서 15%보다 낮은 수치를 제시했지만,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동반위가 강제 조정에 착수했습니다. 동반위는 동네 빵집 논란 때 기존 동네 빵집에서 걸어서 500미터 이내, 매년 신규 점포수 2% 이내라는 강제 조정안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다만 이번 논의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있습니다. '골목 상권' 논란에는 기본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야 합니다. '동반 성장'이란 가치 속에 싸고 쾌적하고 주차 편한 대형마트 대신 동네 슈퍼나 시장을 이용해야 하고, 아기자기하고 종류도 많은 프랜타이즈 빵집 대신 딱히 맛이 좋지도 않은 동네 빵집을 갈 수 있다는 사람들의 암묵적 동의 내지는 합의가 필요합니다.(싸고 질 좋은 물건을 파는 시장과 맛 좋고 경쟁력 있는 동네 빵집도 물론 있겠지요.)

 카센터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동안 동네 카센터들에 쌓인 불신은 적지 않습니다. 적지 않은 운전자들은 "영세해서 왠지 믿음이 가지 않고, 차에 대해 잘 모르니 바가지를 쓰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된다", "차는 더 이상 기계가 아니라 컴퓨터에 가까운데, 동네 카센터에서 잘 수리를 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라고 말합니다.

 자동차 정비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유력합니다. 그렇다면 위의 과제는 동반위와 대기업, 동네 카센터들이 모두 짊어져야 합니다. 동네 카센터들은 끊임없이 모여 연구하고, 사례를 공유하고, 협회 주도 하에 서비스 교육도 받아야 합니다.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는 부분도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대기업 카센터가 할 수 있는 영역과 동네 카센터가 할 수 있는 영역을 명확히 하고, 제조사들은 동네 카센터 교육에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해야 합니다.

 자동차 정비는 가격도 비싸고,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빵집 논란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단순히 영세하기 때문에 도와줘야 한다는 것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운전자들을 끌어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동반위와 업계가 지금의 논의를 현명하게 마무리 짓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