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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구의 해피베이스볼] 롯데, 로이스터 감독을 기억하자

[정진구의 해피베이스볼] 롯데, 로이스터 감독을 기억하자
요즘 부산 사직구장이 썰렁하다. 밥 먹듯 만원관중이 들어차던 사직구장은 이제 옛일이 된 듯 하다. 사직구장 관중 하락은 프로야구 전체 흥행에도 악재다. 프로야구가 2008년부터 중흥기를 열었던 원동력은 바로 구도 부산의 야구 열기였다. 

사직구장에 관중이 줄어든 이유는 뭘까? 우선 예년에 비해 쌀쌀한 4월 날씨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롯데 팬들이 보여준 열기는 이 정도 추위쯤은 거뜬히 이겨냈다.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롯데 야구가 재미없어 졌다는 얘기가 많다. 지독한 변비야구에, 지난해 위용을 떨친 마운드까지 신통치 않다. 팬들이 등을 돌릴 수 밖에 없는 경기가 속출한다.

시간을 뒤로 돌려 5년전, 2008년으로 가보자. 롯데 홈경기는 항상 축제였다. 물론 항상 이기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롯데의 야구는 화끈했다. 투수들이 10점을 주면 11점을 내는 야구를 했다. 이대호가 홈런을 치면 사직구장이 들썩였다. 그리고 관중들의 흥분이 채 가라앉기 전에 나온 가르시아가 초구를 노려 백투백 홈런을 퍼올렸다. 이쯤 되면 팬들은 아주 미친다.

조금은 투박했지만 거침없는 스윙, 과감한 주루플레이로 상대 팀을 정신 없게 만드는 플레이, 바로 롯데가 그랬다.

당시 롯데 감독은 미국인 제리 로이스터였다. 국내 프로야구 최초의 정식 외국인 감독이었던 그는 언제나 ‘노 피어(No Fear. 두려움 없는)’를 외쳤다. 상대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 결과에 대한 두려움도 갖지 말라고 했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던 선수들도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노 피어’로 무장한 선수들은 거침이 없었다.

로이스터 감독이 팀을 맡았던 3년간 롯데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노 피어 정신’은 롯데 선수들의 몸과 마음에 완전하게 스며들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롯데 선수들은 물론 팬들에게까지 자신감을 심어줬다.

로이스터 감독이 팀을 떠난 후 자연스럽게 롯데의 이런 모습은 서서히 희석되어 갔다. 그리고 올해 롯데 야구는 3년전과는 딴판이 됐다. 팀 타선의 중심이었던 이대호, 가르시아, 홍성흔이 모두 롯데를 떠났고, 김시진 감독 부임 후 팀 스타일도 마운드 중심으로 변했다. 팬들에게 어필하던 롯데는 더 이상 없다. 마치 축제가 끝난 후의 모습 같다.

롯데가 등 돌린 팬들을 다시 야구장으로 데려오려면 로이스터 감독 시절의 재밌는 야구를 재현해야 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 로이스터 감독을 다시 데려오라는 말이 아니다. 로이스터 감독이 추구한 ‘노 피어 정신’만이라도 되찾아야한다. 그래야 롯데도 살고, 한국야구도 살아날 수 있다.

아직 롯데에는 로이스터 감독 밑에서 야구를 했던 선수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들은 ‘노 피어 정신’을 기억할 것이다. 감독이 바뀌고, 팀 스타일이 바뀌었어도 두려움 없는 야구는 통한다. 롯데는 지금 그것을 살려내야 한다.

(SBS ESPN 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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