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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교통범칙금 인상이 껄끄러운 이유

[취재파일] 교통범칙금 인상이 껄끄러운 이유
정부가 교통 범칙금을 대폭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과 28일 국무총리실과 안전행정부 주재로 열린 관계 부처 회의에서 범칙금 인상 의견이 제기돼 검토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재 3만원인 안전띠 미착용 범칙금이 6만원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서도 현재 승용차 6만원, 승합차 7만원인 범칙금을 각각 2배 정도 올리는 방안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띠 미착용 범칙금의 경우 1995년 제도 시행 이후 지난 18년 동안 단 한번도 오르지 않았다.

◈ 국민 안전 위해 범칙금 인상?

선진국에 비해 우리 나라 범칙금은 낮은 편이라는 게 관계기관의 설명이다. 운전 중에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다 적발될 경우 미국은 16만원, 영국은 10만원 정도의 범칙금을 물리는 것과 비교하면 현재 3만원 선인 우리 나라 범칙금은 1/5에서 1/3 수준인 셈이다.

정부가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 않은 만큼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범칙금 인상의 표면적 이유는 '국민 안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범칙금이 높아진 만큼 안전띠 착용은 늘고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줄어들지 않겠냐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이유를 댄다고 해도 곧이 곧대로 들을 사람은 없을 것 같다.

◈ "범칙금 더 걷어 세수 증대"

정부는 지난해 9월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2013년도 교통범칙금을 비롯해 정부가 걷는 각종 과태료를 4천억원 가량 더 걷어 추가 세수를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국회도 예산안 심사에서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대선을 앞두고 각종 공약이 남발하던 시점이었다.

특히 교통범칙금의 경우 2012년 목표치인 7천5백억원보다 9백억원이 많은 8천4백억원을 걷겠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지난해 초부터 9월까지 범칙금 징수율은 목표의 33%인 2천5백억원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회 심사 과정을 그냥 통과했다.

경찰청 뿐 아니라 다른 26개 정부 부처와 외청, 위원회들도 각종 벌금과 과태료 수입을 지난해보다 4천억원 가량 늘려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대선 공약을 예산안에 반영하기 위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먹구구식 예산안을 별다른 제지없이 통과됐다는 게 국회 주변의 얘기다.

◈ 예산안 통과된지 얼마나 됐다고…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규모가 세입감소분 12조원에 세출증액분을 더한 '12조원+α'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 달 29일 가진 브리핑에서 "성장률 하락으로 세수와 세외수입이 6조원씩 줄어 12조원 정도 세입이 감소한다"며 "추경 규모는 12조원 플러스 알파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지 불과 석달여 만에 다시 추경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각종 공약이행과 경기 부양 등을 위해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정작 들어오지도 못할 돈을 세수로 잡아놨기 때문이다.

정부의 범칙금 인상 추진이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실 교통 범칙금 뿐 아니라 담뱃값 인상을 놓고도 똑같은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다 해줄 것처럼 공약해놓고 급해지니 서민 주머니 털려는 것 아니냐는 게 반발의 이유다.

필요하다면 세금을 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장밋빛 공약과 재원 확보 계획을 발표해놓고 세불리해지자 마치 국민의 교통 안전과 건강을 위해 범칙금 올리고 담뱃값 인상한다는 식으로 나온다면 이를 수긍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범칙금과 담뱃값 인상이 어떤 식으로 추진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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