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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후쿠시마 2주기…아이들은 지금

후쿠시마 취재기 1

지난 월요일, 후쿠시마로 향하는 신칸센 열차를 탔습니다. 지진과 쓰나미, 원전 피해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는 이 지역에 취재를 위해 가는 것은 이번이 세번째.  특파원 임기를 고려하면 후쿠시마로 향하는 거의 마지막 출장이 될 듯 싶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때와 달리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취재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우선이라는 데스크의 조언에 따라 빌린 겁니다. 

저녁 7시쯤, 후쿠시마 현 고리야마 역에 도착해 저녁을 먹기 위해 호텔 밖으로 나섰습니다. 시험 삼아 방사능 측정기를 휴대한 채로요. 길거리에 나서기 무섭게 장소에 따라 방사능 수치가 시간당 0.5 마이크로 시버트로 뛰더군요. 도쿄 평균치의 10배입니다. 기계가 정상인가? 반신반의 하면서 밥을 먹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하는 첫 식사는 언제나 조금 신경이 쓰입니다. 도쿄에 있을 때는 식자재에 후쿠시마산이라고 씌여 있으면 구입이 꺼려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환경에 참 적응이 빠릅니다. 두번째 식사부터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먹게 됩니다. 방사능 측정기를 빌린 것도 똑같은 이유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 지역을 취재하다보면 처음에는 마스크도 하고 모자도 쓰고 조심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조심성이 눈에 띄게 사라집니다.

다음 날 취재는 아침 6시 출발, 후쿠시마 원전에서 직선 거리로 22킬로미터 떨어져 가장 가까운 학교인 가와우치무라 초등학교는 숙소에서 7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지만 원전 사고 이후 폐쇄된 도로가 많고 대부분 산길인 국도를 지나야 하는 탓에 일찍 출발했습니다. 도착한 학교는 조그만 시골학교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설이 너무도 훌륭해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대학 체육관에 비견할 만한 실내 체육관에 수영장, 커다란 식당까지…만든 지 9년 됐다는 학교 건물은 마치 새 것처럼 깨끗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떠나간 학교는 적막하다 싶을 정도로 조용했습니다. 

3.11 대지진 이전 114명이던 전교생은 16명으로 줄었고, 13명의 교사가 이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2학년 학생은 한명도 없고 4학년 학생은 단 1명 뿐이라 선생님이 책상을 나란히 한 채 옆에 앉아 국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더군요. 아이는 4학년 생이 원전 사고 이전에는 24명이었다고 하더군요. 친구들이 모두 떠나 홀로 남아 수업을 듣는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요...처음에는 너무 외로웠지만 다행이 3학년 동생 3명과 체육과 음악, 공예 등 일부 수업을 함께 듣기 때문에 지금은 외롭지 않다고 밝게 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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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정의 방사능 수치는 예상보다 높지 않았습니다. 시간당 0.1 마이크로 베크렐 전후로 도쿄 평균치의 두배 정도. 이 학교 교장 선생님은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바람이 반대 방향으로 분데다 학교 주변 마을이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피해가 적었다고 설명했습니다.   

6시간 동안의 취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을 따라 운전하길 10분 정도 지났을까요. 차량 앞에 놓아 두었던 방사능 측정기의 수치가 빠르게 올라갑니다. 시간당 1 마이크로 시버트를 넘어서자 요란하게 경보음을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삐익 삐익" 시끄러운 경보음 소리에 맞춰 제 심장 박동도 더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어서 이 지역을 빠져 나가야 겠다는 생각 밖에 없습니다.

수치는 계속 높아져 2 마이크로 시버트까지 올라갔습니다. 도쿄 방사능 수치의 40배…. 차 창밖 마을에는 개미 한마리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대피한 지역입니다. 그런데 창 밖 풍경이 눈에 익습니다. 아뿔사! 지난해 취재를 하러 왔던 바로 그 마을입니다. 그 때는 맨몸으로 이 마을을 반나절 동안 돌아다녔는데…그때는 좀 무모했었다는 생각이 잠시동안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도 잠깐…어서 경보음이 좀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5분쯤 운전을 했는데도 계속 귀가 따갑습니다. 카메라 기자와 저는 말문을 닫은 채 계속 차를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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