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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시리아의 '음모'와 '거짓'-알 자지라를 보면 보인다.

[취재파일] 시리아의 '음모'와 '거짓'-알 자지라를 보면 보인다.
시리아 사태가 벌어진 2011년 이후 중동의 CNN으로 불리는 알 자지라 방송사 기자들의 사직이 줄을 잇고 있다.

리아드, 베이루트, 테헤란 등 중동 지역 특파원들은 물론 최근에는 파리, 모스크바, 런던 지국장과 특파원들이 알 자지라를 떠났다.

알 자지라는 지난 1996년에 설립된 이후 중동 뉴스에서 가장 정확하고 권위 있는 보도를 인정받고 있다. 65개 해외지국과 3천 여 명의 기자들이 일하고 있고 중동에서만 5천 만 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 방송사의 급여와 복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알 자지라의 기자들이 왜 줄줄이 사직하고 있는 걸까.

알 자지라 기자들의 사직 이유를 들어보자.

-알 자지라는 선동과 동원을 하는 지휘소가 되었다.
-현재 알 자지라는 자본의 하수인이 되고 있다.
-편향된 보도 성향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1,300만 명의 시청자가 우리 곁을 떠났다.
-아랍의 봄 이전에 우리는 변화의 목소리였지만 이제는 선전방송으로 전락했다.

기자들의 잇딴 사직의 공통점은 시리아 내전 관련 보도다. 사직 기자들은 한결같이 알 자지라의 시리아 보도가 왜곡 편향돼 있고, 심지어는 조작까지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1년 이후 시리아는 모든 외국 기자들을 추방했다. ‘알 자지라’도 추방됐다. 시리아 현지 취재가 어려워지자 알 자지라는 현장 통신원 제도를 활용해 내전 상황을 전하고 있다. 현장 통신원들은 시위의 규모, 피해 상황, 시리아 국민들의 내전에 대한 견해를 전하면서 일방적으로 반군 편을 들고 있다. 알 자지라에 등장하는 현장통신원은 사실상 반군들이다. 확인되지 않고 신빙성도 떨어지는 반군들의 주장을 별다른 여과 정치 없이 알 자리라는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현장 취재가 어렵고 시리아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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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스 취사선택에서 반군 편을 드는 것은 물론 화면까지도 조작한다는 의혹이 알자지라 내부에서 잇따라 제기됐다.화면을 조작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도 공개됐다. 내전이 격화되면서 왜곡과 조작도 심해진다는 것이 내부 고발자들의 주장이다. 알 자지라 기자들의 사직은 이런 내부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1996년 알 자지라는 검열 반대와 자유로운 보도를 내세우며 출발했다. 카타르 왕실의 재정 지원으로 설립된 알 자지라였지만 이들에게는 어떤 성역도 없었다. 알 자지라는 아랍권 언론들이 금기시하던 이스라엘 정치인을 방송에 출연시켰고 중동의 독재자들에 대한 날카로운 보도로 성가를 높였다. 그런데 왜 유독 시리아 보도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걸까?

시리아 사태와 관련된 ‘음모’와 ‘거짓’은 알 자지라 보도를 보면 조금은 드러난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알 자지라는 카타르 왕실의 재정 후원으로 설립됐다. 지금도 재정 지원을 받고 있고 사장 하마드 빈 타메르 사니는 카타르 국왕의 친척이다. 결국 알 자지라는 카타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지난해 사임한 베이루트 특파원은 “알 자지라는 언론의 기준이 아닌 카타르 외교부의 이익을 우선한다“고 고발했다. 결국 카타르 왕실이 알 자지라를 통해 아사드 대통령과 시리아 정부를 공격하고 반군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카타르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시리아 반군에 대해 가장 많이 자금 지원을 하고 있기도 하다.

왜 카타르 정부가 반군을 지원하고 아사드를 공격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리아 반정부 세력의 주력이 같은 수니파 교도들이기 때문이다. 시리아는 국민의 75%가 수니파인 반면 집권 세력은 알라위파다. 알라위파는 전체 국민의 12%정도에 불과한데 아사드 가문이 집권하기 전에는 남자는 하급 공무원, 여자들은 주로 도시의 가정부일을 하는 2등 계급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알라위파 출신인 하페즈 아사드의 집권 이후 치안과 정보, 군대 요직을 장악하며 시리아의 지배층으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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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은 중동에서도 가장 전제적인 왕정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보수적인 수니파 이슬람국가다. 시리아 내전을 독재 정권과 민주화 세력의 대결이라고만 볼 수 없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민주화의 봄바람이 확산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우디 같은 전제왕정 국가들이다. 시리아 반정부세력의 주축이 반독재 민주화 세력들이라면 이들을 지원할 리가 없다. 시리아 반정부 세력의 핵심은 이슬람 원리주의로 무장한 수니파들이다. 이들이 지향하는 것은 서구 대의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이집트에서 확인된 것처럼 이들은 이슬람 교리를 앞세운 새로운 형태의 이슬람 독재를 지향할 뿐이다.  

시리아 보도에서 아사드는 악, 반군은 선의 구도가 굳어져있다. 국내 언론도 예외라고 할 수 없다. 이런 구도와 이미지 속에서 국제적으로 반체제 세력에 대한 지원이 쇄도하고 있다. 83개의 정부와 기구들이 참여한 ‘시리아의 친구들’은 국제사회의 시리아 반군에 대한 응원의 상징적인 기구가 됐다. 연일 들려오는 시리아의 참상은 인권과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동정과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리아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의 희생자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화면으로 전달되는 참상이 참혹하면 참혹할수록 분노는 커진다.

그러나 알 자지라 등이 전하는 시리아 보도의 상당 부분은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태의 비극성을 강조하고 시리아 정부의 잔학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 자지라 기자들의 잇딴 사직 사태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종파와 집단, 그리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거짓’과 ‘음모’가 판치고 있다는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시리아의 진실은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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