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연비 측정 기준 바꾸니 '1등급 차량' 급감…국산차 위기

한승구 기자 likehan9@sbs.co.kr

작성 2013.03.03 09:45 수정 2013.03.03 09:5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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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가 00㎞라더니 순 거짓말이구먼"

한창 내리던 기름값이요, 몇 주 다시 오르는 걸 보면서 연비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차를 모는 사람들 가운데 이런 생각 안 해 본 사람 없을 거고, 실제 연비가 표시 연비만큼 안 나온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얘기,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 정도로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표시 연비 보면 저도 모르게 한 2㎞ 정도 빼고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현실과 동떨어진, 그리고 그게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겠죠. 그래서 올해부터 국내에서 팔리는 모든 차량에 '복합연비, 신연비'라는 게 적용됐습니다. 작년에는 새로 출시되는 차들만 표시하게 됐는데, 올해부터 모든 차량으로 확산됐습니다. 재작년 이전에 차를 사신 분들이라면, '에너지관리공단 수송에너지' 홈페이지에 가 보시면 바뀐 연비를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연비 측정 방식을 많이 바꿨습니다. 연비 잘 나오는 고속도로는 물론, 도심주행, 급정거나 급가속, 에어컨 틀었을 때, 추운 날씨에 도심 주행할 때 등 여러 조건을 따져 봅니다. 이렇게 해 보니 모든 차량들이 기존 연비보다 많이 떨어졌습니다. 승용차 기준으로 평균 12% 정도 연비가 떨어진 것으로 나왔습니다. 또 1등급 기준도 더 엄격하게 범위를 좁혀 놨습니다.

예상대로 1등급 차량이 급감했습니다. 3년 전에는 전체 차량의 17%가 1등급이었는데, 이제 1등급은 7%밖에 안 됩니다. 우리가 알던 많은 차량들이 2등급으로 주저앉았습니다. 그렇다 해도 내역을 보면 더 씁쓸합니다. 1등급 전체 차량이 줄어든 건 맞는데, 그 안에서 수입차는 오히려 늘어난 겁니다. 국산 차가 그만큼 많이 내려갔다는 뜻이겠죠. 3년 전 1등급 차량 가운데 국산이 수입차의 3배나 됐는데, 지금은 수입차가 국산보다 3배 많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차 중에 가장 연비가 좋은 차는 푸조208 1.4 모델입니다. 복합연비가 리터당 21.1㎞ 나오는 경유찹니다. 그 다음이 토요타의 프리우스(21.0㎞/ℓ), 시트로엥의 DS3 1.4(20.2㎞/ℓ)가 연비가 좋습니다. 네 번째가 현대자동차의 엑센트 1.6 경유 모델로 복합연비가 19.2㎞/ℓ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차는 수동변속기 모델입니다. 1등급 차량 중에 국산 차는 12개, 이 중에 7개가 수동변속기 기준입니다. 자동변속기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에 비춰 보면 다소 궁색합니다.(물론 엑센트 1.6경유 모델은 자동변속기를 달아도 리터당 16.5㎞로 1등급입니다. 그래도 수동 변속기하고는 차이가 많이 나죠.) 1등급의 절대 다수는 수입 경유차들입니다. 지난해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520d를 필두로 한 BMW와 폭스바겐과 포드, 아우디의 차량들이 대거 상위권을 점령했습니다.

요즘 잘 팔리는 수입차들은 대부분 디젤 승용차들입니다. 어마어마한 연비에 배출가스도 적고, 디자인도 좋아서 인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디젤 승용차에 그닥 많은 공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디젤차는 시끄럽고 매연 많이 나오는 차, 승용차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많았습니다. 과거 현대자동차가 소나타 디젤 모델을 출시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고 그 이후 한 동안 디젤 승용차들을 볼 수 없었습니다. 최근 i40 1.7 디젤 모델이 나왔지만, 복합연비는 15.1㎞/ℓ로 2등급에 그쳤고, 판매도 부진합니다. 결국은 최근 디젤 승용차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 동안 온갖 IT 기술을 접목하며 화려한 옵션을 단 차들은 많이 나왔지만, 기본적인 동력 계통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왔습니다.

현대자동차는 해외 누적 판매량이 이달 중 5천만대를 돌파하는 세계 5위의 글로벌 회삽니다. 최근에는 수소연료 전지를 쓰는 투싼ix 모델에 대한 양산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처음으로 10%를 넘어섰고, 환율 탓에 수출 여건도 많이 나쁩니다. 연비, 디자인, 옵션, 안정감 등등 한 가지라도 포기하면 세계 5위 지키기 힘들 겁니다. 자동차도 제조업이다 보니 고용효과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죠, 수입차에 빼앗긴 디젤 승용차 주도권 경쟁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