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이대호 vs 발렌타인, 홈런대결 2라운드

[취재파일] 이대호 vs 발렌타인, 홈런대결 2라운드
“우리는 이대호를 잘 막아야 합니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을 앞두고 네덜란드의 거포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꺼낸 한 마디입니다. 발렌틴이 유독 이대호에 대해 경계심을 보이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해 7월 21일 일본 오사카 쿄세라돔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전 홈런더비에서 발렌틴(야쿠르트)은 이대호(오릭스)와 결승에서 맞붙었습니다.

당시 두 선수는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의 홈런 1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당시 홈런 숫자에서는 발렌틴이 24개, 이대호가 15개로 무려 9개나 차이가 났습니다. 게다가 발렌틴은 2011년에도 홈런왕에 오르며 일본무대에 완벽하게 적응한 상태였습니다. 대부분이 발렌틴의 우세를 점쳤지만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도 너~무 벗어났습니다. 7아웃이 될 때까지 많은 홈런을 치는 선수가 이기는 경기에서 이대호는 6개의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발렌틴은 단 한 개의 공도 담장을 넘기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발렌틴은 올스타전 이후 다시 홈런포에 불을 뿜으며 2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지만, 홈런 더비에서 0패를 당한 아픔을 지금껏 맘속에 품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꿈의 무대 WBC 첫 경기에서 코리아를 만나게 됐으니 ‘이대호‘가 떠오르는 건 당연했습니다. 발렌틴이 인터뷰에서 이대호를 잘 막으라고 말한 것은 곧 ’나도 이대호에게 아픔을 되갚아 줄 테니 잘 막아야 할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을 것입니다. 일단 연습경기를 통해서 본 타격감은 발렌틴이 한 수 위로 보입니다.

발렌틴은 쿠바와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리며 이름값을 했습니다. 훈련 때도 10번 중 3번 정도는 담장을 넘길 정도로 타격감이 올라와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대호도 한국팀 NC와 연습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긴 했지만, 타이완 팀들과 가진 두 번의 경기에서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연습 타격 때도 뜻대로 되지 않는 듯 여러차례 고개를 갸우뚱거리곤 합니다. 그래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이대호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연습경기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이다가 정작 실전에서는 홈런 3방을 터뜨리며 한국의 전승 우승을 이끈 경험이 있으니까요.

어쨌든 일본무대를 주름잡는 용병 4번 타자들의 홈런대결은 이번 경기의 최대 하이라이트가 될 것 같습니다.

이승엽 vs. 앤드류 존스 “난 죽지 않았다!”

이미지
‘31살 이대호와 29살 발렌틴’ 야구인생 최전성기에 있는 두 거포의 대결만큼이나 ‘37살 이승엽과 36살 앤드류 존스’ 전성기가 지난 왕년의 거포 대결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립니다. 물론 두 선수를 맞수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자신의 무대에서 한세대를 풍미한 최고의 선수인것 만은 사실입니다. 이승엽은 지난 2003년 한 시즌 아시아 최다 홈런(56호) 신기록을 세웠고, 한일통산 500홈런을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한국 야구 역대 최다인 8번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습니다.

앤드류 존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434개의 홈런을 때려냈고, 10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습니다. 한 시즌 20홈런-20도루를 4번이나 기록한 호타준족이기도 합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전성기를 보내고 올 시즌 일본 라쿠텐에서 제 2의 야구인생을 시작합니다.

프로무대에서는 나름대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며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는 두 선수도 국가대표팀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승엽은 1999년 세계선수권부터 태극마크를 달았습니다. 두 번의 올림픽(시드니 올림픽, 베이징 올림픽)과 두 번의 아시안게임(부산아시안게임 도하 아시안게임), 그리고 제 1회 WBC에서 한국야구를 이끌며 국민타자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언제나 그의 홈런은 결정적인 순간에 터졌고, 그 한 방은 어김없이 승리로 이어졌습니다.

이승엽은 “태극마크를 달면 실력 이상의 일이 벌어진다.”고 할 정도로 국가관이 투철한 선숩니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 일본 무대 적응에 전념하고 싶다며 잠시 대표선수 자격을 반납했지만, 이번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습니다. 그리고 뒤에서 후배들을 밀어주고 있습니다. 이승엽은 타이중에 도착한 이후 “이제는 후배들이 앞으로 나설 때”라며 언론과 인터뷰를 모두 사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팀 승리를 위해서 대타로 기회가 오더라도 모든 걸 쏟아붓겠다며 조용히 각오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반면 앤드류 존스는 국제무대에서 별다른 활약이 없습니다. 자신의 전성기에 치러진 지난 두 번의 WBC대회 때는 국가대표로 나서지 않았습니다. 네덜란드 본토가 아닌 네덜란드 앤틸러스령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선수생활을 해온 탓에 국가관도 뚜렷하지는 않습니다. 앤드류 존스는 이번에 네덜란드팀의 4번 타자를 맞을 예정입니다. 지난 쿠바전에서 병살타를 날리며 체면을 구기긴 했지만, 처음으로 출전하는 WBC에서 자신의 이름값에 걸맞는 대우를 받고 싶어 하는 듯합니다. 또 일본 무대 진출을 앞두고 아시아선수들을 상대로 타격감을 점검해 보고 싶은 의욕도 숨기지 않습니다.

닮은 듯 다른 왕년의 두 거포의 대결도 운명의 1차전에서 중요한 승부처가 될 전망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