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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불안한 류중일호…WBC 운명은?

[취재파일] 불안한 류중일호…WBC 운명은?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앞둔 평가전에서 연이어 졸전을 펼치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6번의 평가전에서 2승1무3패를 기록했다. 그나마 2승도 한국 프로야구의 막내팀 NC에게 거둔 것이다.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의 상승세를 이어 이번엔 정상까지 오르겠다는 각오를 무색하게 했다. 특히 WBC 공식 연습경기로 치러진 마지막 두 경기는 충격적이었다. 대만 군인선발팀에게 1대0 패배. 그리고 대만 실업선발팀과는 2대2로 비겼다. 비록 몸상태를 점검하는 연습경기라고는 하지만 프로선수도 아닌 아마추어를 상대로 연이어 방망이를 헛돌렸다는 건 선수들에게 적지 않은 심리적 타격을 줬을 것이다.

대만 군인선발팀은 프로 진출을 앞두고 군에 입대한 유망주들로 구성됐다. 역대 최강이라는 한국의 강타자들은 대만의 유망주 투수들을 상대로 단 3안타에 그치며 0패를 당했다. 대만 실업선발팀은 프로에 못 간 아마추어 팀으로 군인선발팀보다 한수 아래로 평가된다. 당초 대만 실업올스타팀이라고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2개의 실업팀에서 선수들을 뽑아 구성한 반쪽 선발팀이었다. 이 실업선발팀은 지난 26일 네덜란드에 6대0 완패를 당했다. 네덜란드전에서 투수력을 소모하고 이틀 만에 우리와 맞붙은 상황에서 마운드의 힘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 팀의 투수들을 상대로 산발 7안타로 2득점하는 데 그쳤다.  류중일 감독의 고민은 클 수 밖에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너무 적극적이었나?
류중일 감독은 “연습 경기를 통해 타자들의 타격감을 끌어 올리는데 집중할 것이다. 선수들에게 믿고 맡기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타자들은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달려 들었다. 상대를 얕잡아 본 듯 했다. 볼을 고르기 보다는 스트라이크존과 비슷하면 방망이를 돌렸다. 이렇게 신중하지 못한 대처는 오히려 타격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볼넷은 한 개에 그쳤고, 병살타는 무려 11개나 나왔다. 평가전 6경기에서 단 13득점을 했는데, 한 경기 평균 2득점이다. 오히려 연습 경기를 통해 떨어진 타격감을 어떻게 끌어 올릴 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너무 소극적이었나?  
류중일 감독은 '빠른 야구'를 하겠다고 밝혀 왔다. 한 루라도 더 진루해서 한 점이라도 더 내겠다며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주문했다. 하지만 연습 경기에서는 작전을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다. 번트도 없었고, 도루도 없었다. 유일하게 도루를 시도한 선수는 정근우였는데 그마저도 실패했다. 주루플레이에서도 실전 감각이 필요하다. 그런데 타자들은 타격감을 끌어 올리는데 집중하다 보니 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소극적인 주루플레이가 목표로 했던 ‘빠른 야구’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마지막 경기 8회말 2대2로 맞선 상황에서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앞선 1루주자 전준우는 이승엽의 우익수 뜬 공이 잡힐 거라는 의심도 하지 않고 3루까지 내달렸다가 더블아웃이 되고 말았다.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무작정 뛰었다가 땅을 쳤던 이승엽을 떠올리는 본헤드 플레이였다. 과연 실전에서 류중일 감독의 ‘빠른 야구’가 어떻게 선을 보일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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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는 믿을만한가?...수비가 문제
타선이 고개를 숙였지만, 마운드는 나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WBC 첫 경기인 네덜란드전 선발로 예고된 윤석민은 연습 경기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박희수-오승환 등 불펜진도 이름값을 했다. 류현진-김광현 등 에이스들이 대거 빠진 가운데에서도 마운드의 힘은 빛을 발했다. 그런데 번번히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특히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내준 두 점은 모두 어설픈 수비때문이었다. 3회초 손아섭의 무모한 다이빙 캐치에 이은 최정의 포구 실수로 타자주자를 3루까지 보냈다가 점수를 내줬고, 8회초 최정의 송구실책으로 2-3루 위기를 맞은 뒤 실점이 이어졌다. 수비가 흔들리면 투수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안정된 마운드에 위험요소는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네덜란드전에 달렸다!
우리가 안정적으로 2라운드에 진출하려면 첫 상대 네덜란드를 반드시 꺾어야 한다. 그런데 연습경기에서 드러난 네덜란드의 전력은 생각보다 강했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쿠바를 5대0으로 눌렀고, 대만실업선발팀을 6대 0으로 눌렀다. 메이저리그 434홈런에 빛나는 앤드루 존스를 비롯해 대부분 선수들이 미국무대에서 뛰고 있고, 일본 홈런왕 출신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강타선을 이끌고 있다. 또 2006년 1회 WBC에서는 강호 도미니카 공화국을 2번이나 꺾어 파란을 일으킨 복병이다. 최정예 멤버가 격돌한 올림픽에서 우리는 네덜란드와 두 번 만나 모두 이겼지만, 야구월드컵과 대륙간컵까지 포함하면 3승 6패로 오히려 열세다.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다.  

우리 대표팀은 연습경기를 통해 많은 약점들을 드러냈다. 그래도 실전에서는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웬지 이번 WBC에서는 4년 전보다 더 극적인 드라마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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