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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차까지 내건 유통가, '요우커'를 잡아라

요즘 유통가에는 먹구름이 잔뜩 껴 있습니다. 극심한 내수부진에 각종 세일에 재고 떨이 행사까지 벌여도 좀처럼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습니다. 1월 초 백화점 신년세일은 지난 해 대비 10% 안팎 매출이 줄어들었고, 대형마트 역시 1월달 매출이 10% 안팎 곤두박질했습니다. 손님 한 명당 쓰는 돈인 객단가도 10년 전 수준으로 추락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유통업체들은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설 설물 판매도 신통치 않은 상황인데 반짝 특수 시장이 열렸습니다. 바로 중국 손님들입니다. 중국도 9일부터 우리 설과 같은 춘제 연휴에 들어갑니다. 연휴기간도 우리보다 긴 일주일인데, 앞뒤로 더 길게 휴가를 얻는 중국인들도 많아 이 기간에 한국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난 해 처음으로 연 방문자가 3백만명을 넘어선 중국인들은 이제 일본인을 제치고 관광객 최대 국가에 올라섰습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춘제 기간에는 6만3천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보다 25% 가량 증가한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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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쓰기 위해 관광을 온 손님이다 보니 유통업체들은 이 중국인 관광객 '요우커'를 잡기 위해 총력전에 들어갔습니다. 공격적인 곳은 롯데입니다. 가장 큰 중국어 간판을 외벽에 내걸었고, 면세점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중국어로 된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면세점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중국말로 된 새해 인사였고, 주요 목마다 중국어로 된 띠를 두른 안내요원들이 있었습니다. 춘제 기간 동안 특별히 중국어 안내요원을 2배로 늘렸다고 합니다. 게다가 여기는 자동차 2대를 오직 중국인들만을 위해 경품으로 내걸었는데, 중국인들만 응모할 수 있는 경품 행사의 최고 경품이 현대차였습니다. 이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 3년새 3배로 늘어났으니 사활을 걸만 합니다. 

다른 백화점들도 전략은 다양합니다. 특정국가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에 할인혜택을 주는 일은 극히 드문데,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신용카드인 은련카드는 5~10%씩 할인해줬습니다. 전시회 무료 입장권 등 수많은 할인권도 덤으로 제공했습니다. 중국사람들이 좋아하는 빨간색에 '福'자를 박은 선물 봉투도 백화점 입구에서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또 중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시계와 화장품류 매대는 전진 배치하고 키웠습니다. 

춘제가 시작되지도 않았던 지난 주 취재를 나갔는데 면세점과 백화점은 벌써부터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습니다. 한 면세점 주차장은 중국인들을 태운 버스들이 쉴새없이 들락날락했고, 면세점 안도 주말 대형마트를 방불케 할 만큼 중국 관광객이 많았습니다. 춘제에 한국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중국 CCTV 방송국까지 면세점으로 취재를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 백화점은 중국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공연을 지난 주 무료로 열었는데, 첫 공연 당시 백화점 관계자는 공연 시작 30여분 전인데도 관람객이 적다며 걱정을 했지만, 속속 모여든 중국인들로 어느새 만석이 되기도 했습니다. 

유통업체들은 춘제 기간에 매출이 평소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유통업체 입장에선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같은 반짝 특수입니다. 최근에는 중국 관광객들의 구매력이 더 높아져 비싼 가격 탓에 예전에는 찾지 않았던 특급호텔도 중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엔저 현상으로 일본인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이제 가장 큰 손님으로 올라선 중국인 관광객들을 모시려는 유통가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 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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