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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같은 선물세트인데 마트서는 2배나 비싼 이유는?

덤 행사, 따져보고 사세요

[취재파일] 같은 선물세트인데 마트서는 2배나 비싼 이유는?
설 직전이니까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대부분 선물세트를 사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물건을 하나 샀는데 나중에 다른 데서 훨씬 싸게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기분이 굉장히 나쁘죠. 그래서 이런 글을 쓰면 “아 진작 좀 쓰지, 이제와서 쓰면 어쩌라고” 하실 수도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도 다음엔 손해 보지 마시라는 생각에서 쓰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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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선물세트인데, 사는 곳에 따라서 값이 다릅니다. 물론 다른게 당연할 수도 있는데,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만든 ‘려 기프트 2호’라는 상품이 대표적인데요. 샴푸 4개에 여행용 샴푸 2개 해서 백화점, 마트 모두 3만 9천 9백원에 팝니다. 그런데 이 상품, 인터넷에서 찾아 보시면 만 9천 5백원, 반값 이하로 파는 곳이 나옵니다. 가짠가 싶지만 아닙니다. 똑같은 물건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선물세트 20종류를 조사해봤더니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파는 물건이 평균 40%, 최고 106% 인터넷보다 비쌌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물론 기본적으로 인터넷은 따로 매장도 없이 창고에 쌓아뒀다가 주문 받고 바로 배송해버리기 때문에 기본비용이 적게 들긴 합니다. 백화점, 마트는 목 좋은 곳에 건물 지었으니 그 값에, 관리하는 사람들도 많고 또 가보면 선물세트 사라고 판촉행사 하는 분들 인건비도 나갑니다. 그러니까 일단 가격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죠. 물건을 일단 눈으로 보고 사는 값 치고 조금만 비싸다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래도 두 배는 너무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겠죠. 그 이유는 백화점, 마트에서 하고 있는 소위 ‘덤 행사’입니다. 마트에 가면 ‘3+1’, 그러니까 세 개 사면 하나 더 끼워준다, 4+1, 5+1, 10+1까지 별별 덤 행사가 많습니다. 백화점은 마트처럼 그런 표시를 붙여놓진 않았던데, 역시나 파는 분들이 “세 개 사면 하나 끼워드릴께요”라고 말로 홍보를 합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세 개 사면 하나 덤으로 줄 거, 하나만 사도 그만큼 값을 깎아주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게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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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최대한 많이 팔기 위해섭니다. 선물세트를 얼마에 팔지, 조건은 어떻게 붙일지는 각 제조업체가 결정합니다. 그런데 업체 입장에선 설, 추석 명절에 매출의 30% 이상을 팔아야 합니다. 되도록 물건을 많이 파는 게 좋죠. 그러면 1개 값을 싸게 하는 것 보다는 3+1 같은 행사를 해서 사람들이 한 개를 사러 왔다가도 “어, 3개 사면 하나를 더준다니까 2개 더 사서 덤을 받아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대량구매를 유도하는 것이죠.

게다가 선물세트는 아주 많이 남는 장삽니다. 다시 아까 말씀드렸던 3만 9천 9백원짜리 샴푸 선물세트로 돌아가보면, 이 안에 들어가는 샴푸들, 인터넷 뒤져보면 만 8천원이면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마트에서 3만 9천 9백원 주고 사시면 무려 2만 2천원 떼이시는 꼴입니다. 3+1 행사로 해서 12만원 주고 네 개 사셔도 개당 3만원 준 것이니까 역시 만 2천원정도 덤터기 쓴 것이구요. 이러니 최대한 많이 사가게 각종 판촉행사를 하는 게 업체 입장에서야 당연한 일이죠.

백화점, 마트도 이 사실을 알긴 아는데 매출이 늘면 그만큼 수수료 수입이 늘어나니까 막을 이유는 없습니다. 자기들끼리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인데, 소비자로선 알고 보면 기분 나쁜 일입니다.

그리고 2+1부터 10+1까지 덤 행사가 많은데,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두 개를 샀는데 하나를 끼워줄 정도면 두 개 팔아서 어마어마하게 남긴다는 이야깁니다. 좀 비싼 선물세트들이 많고요. 10+1은 열 개 팔아도 하나 끼워줄 정도로 좀 마진이 적다, 만원 정도 하는 치약 샴푸 세트 같은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결국 소비자가 꼼꼼하게 따져보고 물건을 사야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명한 소비자가 늘어나야만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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