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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름 없는 튀김기, 맛은 어떨까요?

트렌드 쫓기 바쁜 가전업계 취재기

[취재파일] 기름 없는 튀김기, 맛은 어떨까요?
시작은 제 건강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의식을 잘 못했는데, 사실 튀긴 음식을 쫓아다니면서 먹고 있는 걸 깨달았습니다. 기름을 줄여야겠구나 생각하던 어느 날, 기름 없이 튀김을 만든다는 기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니 기름 없이 튀김을 만들다니, 맹물로 가는 자동차가 있다고 해라,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있더군요, 에어프라이어라고 했습니다. 저 같은 사람들이 꽤 있다는 이야기구나, 생각이 들었죠.

사실 90년대 중반에 김치냉장고가 처음 나왔을 때 그랬습니다. 1995년에 만도기계가 처음 김치냉장고를 내놨습니다. 첫 해 판매량은 단 4천 대. 누가 김치만 넣는 냉장고를 따로 사느냐고 비웃음을 사기까지 했습니다. 그나마 강남 주부들을 중심으로 3천 대를 공짜로 나눠주고 맘에 들면 반 년 뒤에 반값에 사라고 판촉행사를 한 결과였습니다. 제 리포트 맨 앞 부분에 소개하기도 했는데, 당시 김치 관련 뉴스는 얼음뚜껑을 단 플라스틱 통 같은 장독 개량품들이 주류였습니다. 그런데 점점 더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빵 터졌습니다. 지금은 김치냉장고 보급률이 90%에 육박하고, 두세 대씩 놓고 사는 집도 적잖습니다. 꼭 연애 비슷하죠. 타이밍이 맞아서 성공한 겁니다. 만도는 타이밍이 맞은데다 성공시키는 재주도 있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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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프라이어를 만든 가전회사들도 제 2의 김치냉장고를 꿈꾸고 있을 겁니다. 잘 될까요? 글쎄요, 두고 봐야겠죠.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건 요새 가전업계의 뜨거운 트렌드 하나는 웰빙이라는 겁니다. 아이들이 기름 범벅 된 튀김을 먹는 게 싫은 엄마들이 이 기계를 갈수록 사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물론 맛을 보니 기름에 튀긴 것만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기름맛에 덜 찌든 아이들이라면, 그럭저럭 먹겠다 싶은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좀 더 튀김맛에 가깝게 만들 날도 오겠죠. 그러면 대박이 날 것 같습니다.

비슷한 것이 이불에서 진드기를 잡아준다는 침구류 청소기가 있을 수 있고요. 공기청정기 중에 바이러스를 제거해 준다는 제품들도 있습니다. 정말 효과가 확실하다면 아이들이 있는 집은 하나씩 장만하게 되겠죠.

또 한 가지 트렌드는 여자들 편하게 해주는 기계가 뜬다는 겁니다. 물론 가전이란게 주부들 일을 도와주는 경향이 많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딱 필요한 정도의 가전만 사서 쓰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맞벌이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돈을 좀 들이더라도 작은 부분이라도 집안일을 해결해 줄 수 있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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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요새 뜨는 물건이 우선 소용량 세탁기, 특히 벽걸이 세탁깁니다. 애들 키우는 집에선 빨래감이 그때 그때 많이 나오는데 세탁기에 넣고 돌리기가 뭐하니까 손빨래를 많이 해왔죠. 그런데 3kg짜리 소용량 세탁기가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삼성에서 나온 ‘아이사랑 세탁기’도 있지만, 역시 공간을 어딘가 차지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죠. 그래서 뜨는 게 벽걸이 세탁기입니다. 말 그대로 욕실 벽에 거는 세탁깁니다. 조금씩 넣고 돌리기 좋으니 엄마들 일이 많이 줄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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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가 LG에서 나온 스타일러라는 기곕니다. 양복 상의나 여성정장 같은 옷을 넣어두고 버튼만 누르면 스팀 쏘고 흔들고 다시 건조시켜서 주름을 펴줍니다. 바지 단도 다려줍니다. 아직 셔츠는 못 펴는데, 제가 관계자들에게 그랬습니다. 조금 더 기술을 발전시켜서 남자 셔츠까지 펴줄 정도가 되면 노벨 평화상 받게 될 거라고 말이죠. 가정에 평화가 오지 않겠습니까? 다만 문제는 아직 너무 비싸다는 것이죠. 관계자들이 진지하게 묻더군요 “얼마 정도면 사실까요? 크기도 얼마까지 줄이면 괜찮을까요?”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서 내놓은 개발진의 고민이 느껴졌습니다.

그런 고민이 결국 새 성공 상품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겠죠. 지금 말씀드린 모든 상품이 성공하지는 못할 겁니다. 별 볼 일 없이 그냥 사라지는 경우도 적잖을 텐데요. 가전업체 입장에선 새로운 분야를 만드는 것은 숙명입니다. 그리고 그게 성공하면 우리의 삶도 더 편해지고 나아지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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