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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예비 FA' 프리미엄 효과? 별들에게 물어봐

[취재파일] '예비 FA' 프리미엄 효과? 별들에게 물어봐
지난 2004년 11월 삼성라이온즈는 FA 거물이었던 심정수와 박진만을 현대로부터 한 번에 영입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심정수와는 4년간 최대 60억원(계약금 20억원, 연봉총액 30억원, 옵션 10억원) 사상 최고액에 계약했고, 유격수 박진만에게는 최대 39억원(계약금 18억원, 연봉총액 17억원, 옵션 4억원)을 주고 영입했다.  팬들은 삼성의 ‘돈 잔치’가 야구계의 질서를 무너뜨린다며 비난을 하기도 했다. 당시 스포츠뉴스 앵커를 하고 있었던 필자는 아직도 그날 직접 썼던 앵커멘트를 잊지 못하고 있다. “삼성이 무려 99억원을 들여 슈퍼 FA 심정수와 박진만을 영입했습니다. 삼성이 억!억! 지르는 동안 다른 구단들은 헉헉대고 있습니다. 000기자의 보도입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당시 삼성이 현대에게 지급해야 했던 FA보상금 규모다. 지금은 전년도 연봉 300%를 전 소속구단에 지급하거나, 전년도 연봉의 200%에 보상선수 1명을 준다. 그런데 당시는 전년도 연봉의 450%를 주거나, 전년도 연봉의 300%에 보상 선수 1명을 주는 더 엄격한 제도였다. 삼성은 박진만 영입에 대해서는 연봉 300%에 이정호 투수를 내주고 보상을 했고, 심정수는 전년도 연봉의 450%를 보상했다. 보상금으로만 35억 4천만원을 내놓은 것이다. FA 2명을 영입하는데 모두 130억원을 넘게 쓴 것이다.

이처럼 보상금이 많았던 이유는 현대구단이 FA가 되기 전년도 연봉을 대폭 올렸기 때문이다. 현대로서는 심정수와 박진만의 FA 보상금을 높여 다른 구단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한 안전장치였다. 이른바 ‘예비 FA’ 프리미엄이다.  2003년 연봉 3억 1천만원을 받았던 심정수는 FA를 앞둔 2004년에 6억원에 재계약했고, 2003년 연봉 1억 7천만원이었던 박진만은 2004년 2억 8천만원을 받았다. 그런데 삼성이 엄청난 자금력으로 이 안전장치를 한 번에 풀어 버린 것이다. 홈런타자와 초대형 유격수를 잃은 현대는 보상금으로 위로를 삼았다.

2013시즌이 끝나면 사상 최대의 FA 시장이 열린다. 삼성의 장원삼, 오승환, 롯데 강민호, SK의 정근우, KIA 윤석민, 이용규, 두산 손시헌 등 각 팀의 스타들이 대거 FA로 풀린다.  이 많은 ‘예비 FA’들에 대한 구단들의 태도는 달랐다. 어떤 구단은 엄청난 프리미엄을 얹어 안전장치를 하려했고, 어떤 구단은 ‘FA계약은 그 때가서 할 일‘이라며 프리미엄을 거부했다. 특히 SK와 KIA의 정반대 행보가 화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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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돈보따리를 제대로 풀었다. 정근우가 3억 1천만원에서 5억 5천만원으로, 송은범이 2억 4천만원에서 4억 8천만원으로 두배 올랐다. 여기에 WBC 4강에 올라가야 FA자격을 얻게 되는 최정까지도 ‘예비 FA’ 대접을 해줬다. (‘WBC 4강에 오르면 대표팀 합류 기간을 정규시즌 등록일수에 포함시킨다‘는 규정에 따라 대표팀이 WBC 4강에 오르면 최정은 1년 먼저 FA가 될 수 있다.)  최정은 지난해 2억8천만원에서 5억 2천만원을 받게 됐다.

반면 KIA는 냉정했다. 에이스 윤석민의 연봉은 지난해 연봉 3억8천만원에서 동결됐고, 이용규는 도루왕까지 차지했는데도 지난해보다 4천만원 연봉 3억 4천만원에 계약했다.
SK는 몸값을 올려 다른 구단의 접근을 차단하려 했고, KIA는 일체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반대의 태도를 취한 SK와 KIA는 팬들로부터 “너무했다는” 같은 얘기를 듣고 있다.

과연 ‘예비 FA‘의 프리미엄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이전의 사례들을 참고해 보기 위해 역대 FA 최고액 계약을 기록한 선수들을 표로 정리해 봤다. 표 오른쪽에 표시된 ‘전년도 연봉’과 ‘전전년도 연봉’의 차액이 바로 ‘예비 FA’ 프리미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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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도 연봉이 아무리 올라도 심정수와 박진만처럼 떠날 선수는 떠났고, ‘예비 FA’ 프리미엄이 크지 않아도 남을 선수는 남았다. 중요한 건 FA계약 그 자체이지 ‘예비 FA’ 프리미엄이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구단 관계자들도 “필요한 FA를 잡겠다고 덤벼들면 보상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위의 표에서 포수를 따로 정리한 이유는 ‘예비 FA’ 포수 롯데 강민호 때문이다. 포수는 팀 전력의 절반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포지션이다. 게다가 강민호는 29살의 나이에 정교함까지 갖추고 있어. 벌써부터 몸값 100억원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과거 사례를 보면 의외로 포수에 대한 ‘예비 FA‘ 프리미엄은 크지 않았다. 그리고 대체로 팀을 옮기지 않았다. 진갑용의 경우 ’예비 FA‘ 프리미엄이 거의 없었는데도 3년간 26억이라는 대형 계약을 맺고 삼성에 잔류했다. 소속팀에서 무조건 잡는다는 원칙으로 FA계약에서 돈보따리를 풀었기 때문이다. 올시즌 강민호는 연봉을 백지위임하고도 연봉 3억 원에서 5억 5천 만원으로 뛰었다. 구단으로서는 최대한의 예우를 해주며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이미 내비쳤다. 과연 강민호는 롯데에 남을까? 이미 진갑용이 황혼기에 접어든 삼성을 비롯해 LG, 한화 등 포수가 약한 팀들은 강민호를 탐내고 있다. 신생구단 NC까지 뛰어든다면 치열한 ‘쩐의 전쟁’이 펼쳐질 것이다. 롯데로서는 끝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을 것이다.

한 팀에서 FA는 두 명까지 영입할 수 있다. 물론 신생팀 지원책에 따라 NC는 3명까지 가능하다. 슈퍼스타들이 넘쳐나는 연말 초대형 FA시장에서는 별들의 유례없는 대이동이 일어날 수도 있고, 역으로 자기팀 FA만 잡자고 달려들면 오히려 조용히 끝날 수도 있다. 과연 ‘예비 FA’ 프리미엄이 ‘별들의 이동’을 막을 수 있을까? 그야말로 별들에게 물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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