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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선만 치르면 치솟는 물가…물가도 레임덕

[취재파일] 대선만 치르면 치솟는 물가…물가도 레임덕
연초부터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밀가루 가격이 오른 것을 시작으로 두부, 콩나물, 분유, 과자 하나씩 하나씩 경쟁하듯 뛰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소주도 올랐군요. 인상폭도 큽니다. 소주 경우 출고가는 8%대로 올랐지만, 실제 유통매장에서 팔리고 있는 소주는 10%이상 씩 올랐습니다. 당장 이마트에서도 9백원대 소주는 사라지고 천원대 소주 뿐입니다. 두부, 밀가루도 실감 인상폭은 10%가 넘습니다.

여파는 빠릅니다. 식당에서도 4천원짜리 소주가 벌써 등장하고 있습니다. 밀가루 값이 올랐다고 제빵업계과 과자업계도 곁눈질을 하고 있습니다. 짜장면도 오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누가 먼저 신호탄을 빵 쏴주기라도하면 한숨에 내달릴 태세입니다. 물가가 뛴다고 기사도 많이 나오고 하니까 정부도 나섰습니다. 지난주 박재완 기재부 장관이 물가관리 회의에서 엄포도 놨고, 공정위, 국세청도 '가만 안 둔다'식의 경고 메시지도 보냈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정권말이면 나타난다는 물가상승인데 레임덕에 빠진 정부 경고메시지가 과연 통할까요?

옛날로 한번 돌아가보겠습니다. 그리 먼 옛날도 아닙니다. 지난 10년치 물가변동자료만 봐도 대충 답은 나옵니다. 먼저 2002년을 한번 보겠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해입니다. 선거가 끝나자 마자 '다시다'가 6.3% 오릅니다. 그리고 간장과 콜라가 9.3%, 7.8% 오르는 군요. 2월이 끝나기도 전에 두부, 마요네즈, 고추장이 15%대로 대폭 오릅니다. 선거를 치르기 전에는 라면값도 올랐고요. 2002년 11월부터 2002년 3월까지 넉달동안 가공식품과 식음료품 스무개 가운데 15개 품목이 올랐습니다. 75%이네요. 넉달만에 오른 품목 치고는 좀 많습니다. 레임덕과 물가 상승은 적어도 2002년에는 같이 갔습니다.

2007년을 봤더니 이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선이 끝난 그 다음날 곧바로 물값이 오릅니다. 일주일도 안돼 소주와 맥주가 또 내달리고요. 밀가루, 고추장, 된장은 역시 2월이 되기전에 다 오릅니다. 2007년 11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오른 품목은 전체 21개 가운데 16개입니다. 76%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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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과일과 같은 신선식품들은 날씨, 출하량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가격변동 규칙을 설명하긴 좀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공식품과 식음료품만 살펴봤습니다. 2002년 대선을 전후해 75%, 2007년 대선을 전후해 76% 이쯤하면 대선을 치르면 물가는 다 뛴다라고 말을 해도 되겠죠. 먹거리 중에 열에 여덟은 오른 셈이니까요. 특히, 라면업계는 두 번의 대선을 치르면서 아예 서로 담합을 해가며 가격을 올렸습니다. 뒤늦게 공정위한테 들통이 났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대답은 예상이 됩니다만, 이렇습니다.

"정권 초반에는 물가 인상 억제 압력이 많다. 눈치를 많이 봐야 한다. 아무래도 정권 말이 되면 그런 감시가 느슨해지는게 사실이다. 이 틈에 올리지 못하면 안된다. 그동안 못 올렸던 것 이때 올려야한다." 
  
오히려 이때 물가를 올리는 게 새 정부는 더 좋다고도 합니다. 이미 물가가 한번 올랐으니 2월에 취임하고 나면 추가로 물가를 인상해야할 명분이 당분간 사라진다는 것이죠. 그런데 한번 살펴봐야 할 건 물가를 올리고 있는 업체들의 이익 규모입니다. 그동안 원재료 물가가 많이 올랐다. 인건비가 올랐다. 이런저런 핑계들을 대면서 물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물가를 인상한 업체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을 따져보면 별로 제품 가격을 올려야할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환율마저 떨어지고 있는데 재료 수입에 얼마나 큰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이렇게 물가가 오르다간 조만간에 식료품 제조업체들의 수입과 제조, 그리고 유통 전 과정을 분해해 가격을 산출하는 일이 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과연 가격이 합리적인지 아닌지 따져 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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