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정한 주거지 없이 찜질방이나 숙박업소를 전전하는 주거위기 가정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생활을 4년째 하는 가정도 있었습니다.
김현우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저녁식사는 떡볶이와 라면으로 때웁니다.
설거지는 욕실에서 해결합니다.
온 가족이 누우면 꽉 차는 이 작은 여관방이 세 가족의 보금자리입니다.
택시 기사인 아버지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운전을 오래 할 수 없습니다.
한 달에 50만 원 벌이도 빠듯한 형편입니다.
하루 2만 원인 방세는 이미 20일 넘게 밀렸습니다.
중학생인 두 딸을 여관에 남겨둔 채 밤마다 일하러 나가야 하는 아버지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주거위기' 가장 : 여관 근방에서만 대부분 돌아요. 만약에 애들이 자고 있는데 무슨 일이라도 날까봐서요.]
이 모녀는 여관생활이 벌써 4년째입니다.
관리비를 내지 못해서 임대주택에서 나온 뒤 집없이 전전하고 있는 겁니다.
주민등록상 주소도 여관 주소로 올려 놓았습니다.
[(사랑해요? 얼마만큼?) 엄마가 나 간지럼 태워주는 만큼.]
몸이 불편한 딸을 28년째 돌보느라 어머니는 다른 일 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습니다.
다달이 지원받는 기초생활비로는 병원비를 감당하기도 벅찹니다.
['주거위기' 가장 : 희망을 갖기가 어려운 제도구나, 가난에서 탈출할 방법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집없이 여관이나 찜질방을 전전하는 주거 위기 가정을 위한 시설은 서울시를 통틀어 7곳뿐입니다.
50가구 남짓 수용할 수 있는 규모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2년이 지나면 다시 나와야 합니다.
서울시가 수용 시설을 4곳 더 만들려고 했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되거나 연기된 상태입니다.
[방형주/사회복지시설 대표 : 집값이 떨어진다, 자기들 자녀 교육에 문제가 생긴다, 이런 식으로 민원이 엄청 들어왔어요.]
최근 서울시가 주거위기 가정 42곳에 300만 원씩 긴급 지원했지만,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남상오/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 : 임대료를 보조가 중요하다고 보여지고요, 공공주택을 그분들한테 조건이 좋은 쪽에 입주시키는 것이….]
그대로 놓아두면 노숙자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주거위기 가정.
정부는 전국적으로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
(영상취재 : 이원식, 영상편집 : 채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