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올 겨울 한파, 최고 히트 상품은 '뽁뽁이'?

[취재파일] 올 겨울 한파, 최고 히트 상품은 '뽁뽁이'?
  참 추운 겨울입니다. 영하 20도는 우습게 보는 강추위에다 폭설도 잦았습니다. 강력한 한파로 많은 기록들이 새로 세워졌는가하면, 과거에 없던 새로운 문화도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추울 때 떠오르는 단어를 찾으라면 역설적으로 난방, 보온, 방한, 방풍이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 추우니까 따뜻한 것을 찾기 마련이겠죠. 집집마다 올 겨울에는 난방, 보온, 방한, 방풍에 고심이 컸을 겁니다. 저도 집에 있는 창문이란 창문은 죄다 조치를 취했고, 틈이란 틈은 대부분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제가 이렇게 고생한 이 설비들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제가 설치한 것만 해도, 문풍지, 털실, 방풍비닐, 에어캡(뽁뽁이) 등등 종류만 5~6가지나 됐습니다. 그래서 실험을 한번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과연 어떤 용품이 가장 효과적인지...

  대형마트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실험 설계는 간단했습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문풍지와 털실, 방풍비닐, 커튼, 그리고 에어캡 일명 뽁뽁이를 사서 똑같은 조건에 설치한 뒤 효과를 따지는 것이었습니다. 이론상 참 쉬운 실험인데 문제는 실험 장소였습니다. 조건이 똑같은 5개의 방을 구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따로따로 하기엔 시간도 걸리고 실험 환경도 달라 신뢰도도 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좋은 장소를 구했습니다. 바로 층간 실험 현장이었습니다. 1,2층간 소음을 확인하기 위해 9개의 방을 나눈 시설이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있었습니다. 고맙게도 포기해야했던 아이템은 되살아났습니다.

  창 크기, 단열재, 바닥 등등 모든 조건이 똑같은 방에 각각의 용품을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난로를 피워 실내온도를 끌어올린 뒤 16도에서 난로를 껐습니다. 한시간 동안 난방을 중단했을 때 과연 얼마나 온도가 떨어지는 비교해보기로 했습니다. 보온용품을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은 방을 대조군으로 해서 각각의 효과를 따져보는 실험이었습니다. 난로를 끈 뒤 정확히 1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실험이 실패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이방저방을 창문 너머로 지켜보면서 1시간을 보냈습니다. 연구원들도 아직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실험이어서 결과에 대한 궁금증은 더 컸습니다.

  한 시간을 기다린 뒤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은 방부터 확인했더니 7.0도 였습니다. 16도에서 9도나 떨어진 셈입니다. 그 다음 문풍지 방을 열었습니다. 혹시나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은 방보다 더 온도가 낮은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7.2도, 크지는 않았지만, 최소한의 효과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커튼은 7.5도였습니다. 남은 것은 방풍 비닐과 에어캡이었는데 사실 연구원들이 효과를 놓고 예측하기 힘들어했던 두 가지였습니다. 창틀까지 밀봉하는 비닐과 창문에만 붙이지만 공기층이 있어 보온 효과가 예상되는 에어캡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로 압도적이었습니다. 방풍비닐은 7.9도를 기록한 반면 에어캡은 무려 9.2도나 됐습니다.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은 방보다 2.2도나 더 높았던 겁니다. 예상은 했지만 너무 압도적인 결과에 연구원들도 놀랐습니다. 한번도 이렇게 같은 조건에서 서로를 상대평가 해보는 실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에어캡의 효과는 가격을 따졌을 때도 탁월했습니다. 보온용 에어캡의 경우 2미터정도가 9천원에 팔리고 있는데 전체를 설치하는데 두 장이 필요해 만8천원이 들었습니다. 문풍지는 만5천원 안팎이 들었고, 방풍비닐은 만2천원정도 들었습니다. 커튼은 성격이 약간 다른 용품이어서 가격을 따지진 않겠습니다. 가격차는 크지 않았지만 온도차는 확연했습니다. 게다가 보온용 에어캡보다 포장용 에어캡을 쓸 경우 가격은 훨씬 더 저렴해집니다.

  효과를 따지자면 창틀을 교체하거나 단열시공을 하는 게 가장 좋긴 합니다. 하지만, 요즘같은 불경기에 천 만원이 훌쩍 넘는 공사를 해가며 보온효과를 노리는 것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뉴스를 통해 가격대비 효과가 가장 뛰어난 것은 에어캡이라는 정보를 제공해 준 것에 스스로 만족했습니다.

  다만, 알루미늄과 같은 오래된 창틀의 경우 창틀 사이로 바람이 많이 샙니다. 실험을 한 곳은 비교적 새로운 창틀이어서 틈새로 빠져드는 바람의 영향은 적었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창틀이 있는 집은 문풍지로 바람을 막고, 에어캡으로 창을 덮어주면 가장 효과적으로 보온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에어캡의 보온효과가 좋다는 사실이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던 모양입니다. 대형 마트에서 취재용으로 에어캡을 구하려고 했더니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반나절을 기다려야 겨우 살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면서 마트 직원은 보온용뿐만 아니라 포장용까지도 없어서 난리라고 전했습니다. 포장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입니다.

이미지

   이것도 참 기이한 일입니다. 보온용으로 너무 써버려서 포장용 에어캡이 부족하다니...사실 확인을 해봤습니다. 유통, 물류 업체 세 곳에 전화를 돌렸는데 한 곳만 사정이 괜찮고 나머지 두 곳은 에어캡 품귀로 인해 고민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장을 소개받아 현장을 가봤습니다. 설마했는데 사실이었습니다. 분유를 유통하는 한 업체는 에어캡이 없어서 골판지로 대체해 겨우 발송하고 있었습니다. 돈도 10~20% 더 들고 포장시간도 2배나 더 들지만, 에어캡을 구할 수가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골판지를 골랐다고 말했습니다. 창고에는 50미터짜리 에어캡이 딱 한 롤이 있었는데 하루 분량이라고 합니다. 새로 주문을 넣어놨는데 에어캡이 언제 올지 몰라 가뭄에 물 쓰듯 아껴서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나마 여기는 구해서 다행이었습니다. 다른 물류업체는 일주일째 에어캡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보통 신용거래를 하는데 에어캡은 현금을 선불로 다 갖다줬는데도 물량을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야말로 뽁뽁이 파동 수준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물량이 달리나 봤더니, 생산시설이 주문 물량을 따라갈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보통 에어캡은 포장용으로 주로 생산하다가 겨울을 앞두고 생산시설 일부를 보온용 생산으로 돌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울 한철 보자고 설비를 놀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 보온용 생산이 폭주하면서 포장용 생산설비가 평소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공장을 24시간 돌려도 몰려드는 보온용 주문을 절반도 못채우는 상황인데 포장용을 더 생산할 여력이 있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이렇게 생산된 보온용 에어캡은 올 겨울에 만킬로가 넘는다고 합니다. 만킬로면 서울과 부산을 에어캡으로 이어붙이면 10번을 왕복하고 대전까지 다시 내려갈 수 있는 엄청난 양입니다. 그것도 주문량을 못 채운 양이라고 하니...이 정도면 올 겨울 최고의 히트 상품은 뽁뽁이라고 자신있게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