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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파격제안' KT, 미소짓기엔 이르다

[취재파일] '파격제안' KT, 미소짓기엔 이르다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전이 KT의 승리로 사실상 끝났다. 22명의 KBO 평가위원들로부터 KT가 부영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사회에서는 'KT의 10구단 창단 승인'을 다음 주에 열릴 총회에 요청했다. 구단주들의 모임인 총회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뒤집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수원은 당연한 결과라며 총회의 승인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여유있는 입장을 보였고, 전북은 단단히 뿔이 났다. “뜻을 이루지 못해 전북도민에게 송구스럽다“면서도 ”KT의 막판 물량공세에 당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서 KT가 내놓은 파격적인 공약들을 일부 공개했다. 이 공약을 보면 이번 게임은 KT가 이길 수 밖에 없는 싸움이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또 “KT가 과연 이겼다고 웃을 수만은 있을까?“하는 의문까지 들게 한다. 부영그룹의 막판 세몰이에 바짝 긴장한 KT가 제대로 지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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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야구발전기금으로 무려 200억 원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KBO규약에 따르면 신생팀의 야구발전기금은 50억원 이상이면 된다. 부영이 제시한 80억원의 두 배가 넘는 엄청난 액수다. 그리고 5천억원을 들여 4만석 규모의 돔구장을 건설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경기지역 인구 40만이 넘는 시에 독립야구단 6곳을 창단해 리그를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상상을 초월한 공약이다.
야구단 운영비는 1년에 대략 300억원에 달한다. 또 돔구장 1년 유지비만도 100억원이 넘는다.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려면 야구발전기금 200억원과 돔구장 건설비 5천 억원을 빼고도 1년에 운영비만 5백억원이상이 든다. 아무리 자산규모 32조원의 공룡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돈을 매년 쏟아 부을 수 있을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KT는 공익성이 강한 국민기업이다. 이석채 KT회장은 “KT 상품을 사랑하는 국민이 3천만이나 된다.”며 부영그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프레젠테이션에서 엄청난 투자를 약속하며 맘껏 힘자랑을 했다. 3천만 국민을 고객으로 모시고 있다면, 그 만큼 책임감도 따라야 할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KT가 10구단을 유치하면 통신비가 오를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임기제 회장(이석채 회장 임기는 2015년 3월까지)이 야구단 유치를 위해 이런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 것을 KT 이사회에서 바라만 볼 것 같지도 않다. KT는 10구단 유치와 함께 엄청난 숙제를 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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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의 양해영 사무총장은 프레젠테이션을 지켜 본 뒤 “마치 꿈길을 걷는 것 같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 만큼 KT의 제안은 파격 그 자체였다. KBO는 총회의 승인이 끝나면 10구단이 제시한 공약을 모두 공개할 계획이다. 공약들을 잘 지키는지 야구팬들과 함께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KT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2007년 말 현대 유니콘스 인수를 눈앞에 두고 KT는 사외 이사들의 반발로 야구계 진출을 포기했다. 당시 120억원이 비싸다며 등을 돌렸던 KT가 5년여 만에 수천억원을 들여 10구단 유치를 하겠다고 나섰다. 이석채 KT회장은 “당시에는 KT와 KTF가 합병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풍부하지 않았다.”면서 “지금의 KT정도면 야구단 운영의 자격을 갖췄다.”고 자평했다. ‘지금의 KT정도’가 그렇게 천문학적인 돈을 써도 되는 정도인지 국민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것이다. 그 때 KT가 포기했던 히어로즈는 모기업의 지원 없이도 흑자구단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번에 KT가 베팅한 금액이 지금의 히어로즈 구단 가치일까? 일각에서는 KT가 10구단을 포기하고 히어로즈를 매입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이겼지만 지나친 출혈 경쟁으로 결국 위기를 자초하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 KT는 이겼지만, 만세만 부를 수 없는 이유다.
물론 KT의 투자는 야구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할 것이다. SK와 KT가 펼칠 통신 라이벌전까지 볼거리가 늘었다.
부영그룹과 제대로 싸움을 붙여 엄청난 투자를 이끌어낸 한국야구위원회 KBO가 진정한 승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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