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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연금저축 갈아타기 바가지 수수료 '꼼수'

[취재파일] 연금저축 갈아타기 바가지 수수료 '꼼수'
지난 달(11월) 금융감독원이 연금저축 상품 수익률 비교 자료를 공개하면서 많은 가입자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가입자들은 노후 대비를 하면서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연금저축 상품에 가입했는데 상당수가 수익률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보험사가 판매하는 연금저축보험 상품의 경우 원금 손실을 본 것도 많았고, 은행에서 판매한 연금저축신탁도 물가상승률을 넘기지 못하는 상품이 많았습니다. 자산운용사에서 판매한 연금저축펀드 상품도 수익률이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낮은 수익률에 실망해서 연금저축 상품을 갈아타는 분들이 늘고 있는데, 갈아타는 과정에서 비싼 수수료 때문에 분통이 터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연금저축 상품은 장기 상품이고 중도 해지 할 경우 소득공제 받은 부분을 다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해지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잡은 고기는 밥을 주지 않는다’ 는 말처럼 금융사들이 자칫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을 줄 까봐 계약이전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습니다. 금융사끼리 서로 경쟁을 해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 있는 불이익을 줄여보겠다는 취지입니다. 문제는 수익률에 실망해 다른 연금저축 상품으로 갈아타는 가입자들에게 일부 금융사들이 바가지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손해보험사들입니다. 모든 손해보험사들은 소비자가 연금저축보험 상품을 연금저축펀드나 신탁으로 옮기려고 하면 해약 환급금 명목으로 사업비 등을 가져갑니다. 많은 곳은 이전 금액의 10% 가까이를 가져가는 회사도 있습니다. 여기에 계약이전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1만 원에서 5만 원까지를 또 가져갑니다. 마치 담합이나 한 듯이 모든 손해보험사가 부과하는 금액이 같은데 계약이전 금액이 100만 원 이하면 1만 원, 500만 원 이하면 2만 원, 1천만 원 이하면 3만 원, 5천만 원 이하면 4만 원, 5천만 원을 초과하면 5만 원을 받고 있습니다. 계약이전이란 것은 말 그대로 송금만 해 주는 것인데 금액이 많을수록 수수료는 더 받고 있습니다. 비용이 더 드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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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해 보니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계약이전 수수료를 높게 부과해서 가급적 고액 가입자들이 계약을 바꾸려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의도입니다. 보험사의 연금저축 보험의 경우 7년 내에 사업비를 많이 가져가기 때문에 수익률 측면에서 다른 금융사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힘들게 지점을 찾아가서 계약이전을 하면서 비싼 수수료까지 내야한다는 점이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 금융사가 잘 운용을 했다면 힘들게 계약이전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말입니다. 같은 보험 업계지만 생명보험사들은 계약이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고 자산운용사 역시 계약이전 수수료를 한 푼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은행 적금 해약했다고 수수료 받지 않는 것처럼 금융사가 추가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거의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니 비싼 수수료를 낸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만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손해보험사 외에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상품도 비슷한 실정입니다. IBK기업은행만이 계약이전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을 뿐이고, 산업은행은 최고 1만5천 원, 우리은행은 최고 3만 원, 신한은행은 1만5천 원, 하나은행은 1만3천 원, 외환은행은 1만4천 원, 전북은행은 최고 5만 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다른 은행들도 5천 원~2만 원 사이에서 다들 계약이전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수수료 금액을 해당 금융사들이 자의적으로 특별한 근거도 없이 부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금융감독원은 SBS 취재에 대해 자신들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연금저축 계약이전을 어렵게 하고 있는 바가지 수수료를 낮추거나 폐지하도록 하는 쪽으로 지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가급적 내년 1분기 이내에 금융사들이 수수료를 조정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손해보험협회는 회원사 별로 시기 차이가 있겠지만 내년 1월부터 계약이전 수수료를 가급적 없애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고 알려왔습니다. 비싼 수수료를 내 온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인데 혹시 말만 하고 시행은 미루는지 여부를 잘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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