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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단일화 승리, 10년 전보다 어렵다

[취재파일] 단일화 승리, 10년 전보다 어렵다
대선이 불과 5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최대 변수는 역시 문재인-안철수 후보간 단일화 여부입니다. 강력한 1위 후보에 맞서 싸울 반전의 카드로 후보 단일화는 1997년 대선 이후 야권의 단골 메뉴였습니다.

가장 최근의 사례인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의 경우 시기나 방식, 후보간 지지율 격차 등에서 지금 상황과 가장 유사하다는 평가입니다. 이번에도 야권 후보 단일화는 '도깨비 방망이'가 될 수 있을까요? 시계를 10년 전으로 되돌려보겠습니다.

◆ 2002년 후보 단일화는 어떻게 진행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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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말은 여론조사에서 2위를 달리던 정몽준 후보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출렁거렸습니다.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정몽준 후보의 연루설이 터졌는데, 정 후보는 당시 국정조사까지 요구하며 결백을 주장했지만 지지율 하락 추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10월 28일부터 이틀간 SBS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38.2%,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 22.8%, 민주당 노무현 후보 19.9% 였습니다. 특히 정 후보는 한달 전 조사에 비해 8.6% 포인트가 빠지면서 2강 1중 구도가 1강 2중 구도로 재편됐습니다. 8월 여론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이 후보에 앞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그대로 '급전 직하'였습니다. 3자 구도로는 승산이 희박해진 것이죠.

그런데 양자 구도로는 아직도 해볼만한 싸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일화를 전제로 한 양자 대결에서 정 후보는 43.9%로 40.2%의 이회창 후보에 여전히 우세했습니다. 단일화를 생각해 볼 조건이 갖춰진 겁니다.

여론조사 후 열흘 뒤인 11월 9일 정몽준-노무현 두 후보는 전격적으로 단일화 협상에 착수합니다. 밀고 당기는 과정을 거쳐 11월16일 새벽 0시 40분, 두 후보는 단일화 방식에 합의했습니다. TV토론을 거쳐 여론조사 방식으로 후보를 결정한다는 게 합의 내용이었습니다. 여론조사를 통한 최초의 단일화 시도였습니다. 합의 이후 두 후보의 포장마차 러브샷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장면입니다.

여론조사 문구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경쟁할 단일후보로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가운데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로 정해졌습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이회창 후보 지지율이 최근 여론조사 최저치보다 낮은 조사 결과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단서도 붙었습니다. 그 결과 11월25일 노무현 후보로의 단일화가 이뤄졌고 노 후보는 그 여세를 몰아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 10년 전과 여론조사 지지율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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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의 단일화 과정은 여러모로 지금의 상황과 닮아있습니다.

먼저 여론조사 지지율입니다. 이회창 : 정몽준 : 노무현 = 38.2 : 22.8 : 19.9였다고 말씀드렸는데 2012년 10월17~18일 SBS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 안철수 : 문재인 = 40.7 : 25.2 : 19.6이었습니다.(조사기관 TNS, 대상 성인남녀 1천 명, 방식 유무선 RDD, 오차범위 ±3.1%p, 95% 신뢰수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1위 후보가 훌쩍 앞서는 상황에서 2, 3위 후보 간에는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2, 3위 후보가 양자 구도에서는 해볼 만한 상황이라는 점도 2002년과 비슷합니다. 앞서 10월 SBS 여론조사 결과 단일화 가정시 양자대결에서 박근혜 : 안철수 = 44.7 : 47.3 , 박근혜 : 문재인 = 47.5 : 43.2 였습니다. 10년 전처럼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주당을 기반으로 한 '민주 후보'(노무현 ⇒ 문재인)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타고 등장한 '국민 후보'(정몽준 ⇒ 안철수)의 대결이라는 점에서도 2002년과 2012년은 판박입니다. 다만 당시 노무현 후보와 한 배를 탔던 정몽준 후보가 이제는 한나라당의 후신인 새누리당의 공동선대위원장이라는 점은 묘한 대비를 이룹니다.

◆ 이기는 단일화, 10년 전보다 훨씬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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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만 하면 2002년처럼 이기는 구도가 될까요? 당장 두 후보 캠프부터 "그건 아니죠"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는 1위를 달리고 있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는 점이 첫 손에 꼽힙니다. 2002년 8월 이후 단일화 시점까지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이회창 후보는 29%에서 35%까지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은 이회창 후보보다 바닥점이 높고, 고점은 40%를 웃도는 조사까지 있습니다. 또 박 후보는 그동안 한나라당, 새누리당이 고비를 겪을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해 민심을 되돌린 혁혁한 전공(戰功)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말이 달리 나온 게 아닙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간에 지지층이 겹친다는 점도 야권의 고민을 깊게하고 있습니다. 두 후보는 지역 기반이 부산으로 같고, 새누리당의 정권 연장에 반대한다는 분명한 목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또 두 후보는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 지역에서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후보의 이런 공통점은 거꾸로 단일화 이후 표의 확장성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한달 째 박스권에서 횡보하고 있는데, 이는 중도층이나 새누리당 지지층을 효과적으로 흔들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남은 50일, 판세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현 시점에서 분명한 건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다자 대결에서는 1위와 오차범위 밖에서 2, 3 등을 다투는 후보라는 점입니다. 이대로라면 패배가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10년 전처럼 단일화의 마술이 통하려면 두 후보 모두 그 당위성을 한층 더 분명하게, 또 설득력있게 내놓아야 합니다. 이유없는 재방송이라면 시청자들은 곧바로 채널을 돌리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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