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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카이로 브리핑…중동 반미시위 집중 분석

[취재파일] 카이로 브리핑…중동 반미시위 집중 분석
격렬한 반미시위의 물결이 아랍권을 전역을 휩쓸었습니다. 아랍을 넘어 아시아와 유럽 등 전 세계 이슬람권으로 번져가고 있는 항의시위는 단기적인 분노의 표출을 넘어 장기적인 반미, 반서방 운동으로 번질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카이로 브리핑에서는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 '순진한 무슬림들'이 촉발시킨 이번 반미시위의 원인과 전망을 상세히 다뤄 봅니다.

17분짜리 반 이슬람 비디오…이슬람권 전역을 반미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이번 시위를 촉발시킨 영화 '순진한 무슬림들'은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와 무슬림들을 모욕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무함마드를 성 도착증 환자 내지는 사기꾼으로 묘사하고 있는 무슬림들을 아랍권의 대표적 비속어인 당나귀에 비유해 멍청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제작 배경과 의도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여하튼 이슬람권의 분노는 9.11테러 직후 아프간과 이라크 공격 때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달아 올랐습니다. 전 세계 미국 공관 20여 곳이 공격당했고 아프간에선 경찰에 의해 미군이 피살되기도 했습니다.

튀니지와 수단, 이집트에선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해 인명피해가 잇따랐습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리비아 벵가지의 미 영사관 공격 사건이었죠. 스티븐스 대사 등 4명이 숨지면서 미국민들이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무엇이 무슬림들을 분노하게 했나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전 세계 이슬람권이 이렇게 까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일까요? 우선 이슬람교의 교리와 무슬림들의 생활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모욕으로 묘사된 무함마드는 이슬람교의 창시자입니다. 이슬람의 경전인 꾸란(코란)은 바로 이 무함마드가 알라의 계시를 받은 공식적인 말씀과 이야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또 무함마드의 언행록은 하디스는 이슬람교도들이 일상생화의 생활지침으로 받들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엄격한 이슬람 국가들은 바로 이런 꾸란과 하디스의 주요 내용을 반영한 이슬람율법 샤리아를 헌법의 틀로 삼아서 국가 운영의 기본원리로 적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즉, 무함마드의 존재와 말씀, 언행의 모든 기록은 그 자체로 이슬람교라고 할 수 있고, 이는 곧  종교가 곧 삶인 이슬람교도들에겐 엄청난 중요성을 갖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슬람권에선 이런 신성한 존재인 무함마드를 그림으로 그리거나, 동상을 만들거나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삼는 일체의 행위는 신성모독으로 간주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슬림들의 집단예배가 이뤄지는 모스크 내부에 들어가 보면 십자가나 성모상 등이 있는 가톨릭이나 개신교와는 달리 알라나 무함마드를 상징하는 어떤 구조물이나 조형물도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지자 무함마드를 영화의 소재로 삼은 것 만으로도 이슬람 모욕인데, 무함마드를 폄하하는 조악한 내용으로 가득 찬 비디오에 분노를 터뜨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시민혁명 후 목소리 커진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반미시위 주도

하지만 또 하나의 궁금증이 드는 대목은 두 달 전에 유튜브에 공개된 비디오가 왜 뒤늦게 문제가됐느냐는 것입니다. 일각에선 아랍어 번역본이 나돌기 시작하면서 분노가 확산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또 다른 편에서는 이미 문제의 비디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9.11테러 11주년을 전후해 집중적으로 비디오를 퍼나르면서 분노를 부추겼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이번 시위가 시작된 나라가 이집트와 튀니지, 리비아라는 점입니다. 시민혁명으로 수십년 독재에서 벗어나 급격한 사회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집트와 튀니지에선 온건하긴 하지만 이슬람에 뿌리를 둔 정권이 출범했고, 리비아에서도 새 정부 출범을 위한 권력 이양 작업이 진행 중이 있습니다.

시민혁명 이후 독재권력의 빈 공간을 이슬람주의자들과 일부 근본주의자들이 빠르게 채워나가면서 급속히 이슬람화되고 있는 이들 국가의 사회분위기가 이번 시위에 기름을 부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입니다.

이집트의 경우, 비록 해산되긴 했지만 시민혁명 첫 의회선거에서 무슬림형제단에 이어서 강경 이슬람주의자인 살라피스가 주도하는 누르당이 제 2당이 됐고, 튀니지에서도 살라피스들이 연일 여상 정치참여 배제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목소리를 키워 왔습니다. 리비아의 경우, 시민혁명이 촉발된 벵가지, 이번 영사관 공격 사건이 벌어졌던 곳이죠, 이 곳을 중심으로 한 동부지역에서 이슬람 세력들이 분리독립을 추진할 정도로 급격히 세를 키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집트와 튀니지에선 미 대사관 앞에서 벌어진 격렬한 항의시위를 이들 이슬람근본주의자들이 주도했고, 이집트에선 시위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금품을 뿌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각국 정부와 이슬람지도자들이 자제를 요청하면서 이들 나라의 시위는 주춤해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수단과 예멘은 물론 파키스탄과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 유럽까지 시위가 번져 가면서 이번 사태가 일회적인 반미시위를 넘어서 반미, 반서방 운동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각국 이슬람 정권…미국과 거리두기 속도 내나

시민혁명 이전엔 친미적 성격의 독재권력들이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테러와의 전쟁 차원에서 접근해 강경진압하는 등 방패막이의 역할을 했지만, 이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물론 혁명 이후 경제 재건을 위해 미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 지역의 이슬람 정권이 미국에 완전히 등을 돌리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 직후 각국 정부들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강도높은 비난을 미국에 퍼부었습니다.

가뜩이나 독자적 외교노선을 추구하면서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이슬람교 모욕 영화로 분출되고 있는 반미정서는 이들 국가 정부의 미국에 대한 거리두기 내지는 중립적 태도를 한층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해 빈 라덴을 포함한 알 카에다 주요 인물들을 제거하는 동시에 힘을 앞세운 부시 행정부 시절의 중동정책과 차별성을 강조해 온 오바마의 중동정책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입니다.

대선을 앞둔 상황을 고려하면 리비아에서 벌어진 미 외교관 피살 사건에 대한 강경대응이 유리해 보이지만, 들끓는 반미정서를 고려하면 그러한 강경대응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비아 영사관 습격을 당초 계획적 테러로 보던 미국 정부가 시간이 지나면서 우발적 사건으로 정리해 가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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