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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독이 든 초콜릿, 안철수 교수와 '타이밍 정치'

[취재파일] 독이 든 초콜릿, 안철수 교수와 '타이밍 정치'
"뭔가 할 만하면 때마다 초를 친다", "민주당을 죽이려는 정치 천재가 있는 것 같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하소연입니다. 혹자는 절묘한 '타이밍의 정치'라고 분석합니다. 검증 공세로 수세에 몰릴 때나 지지율 하락 추세마다 뭔가를 꺼내 반전의 계기로 삼는다는 거죠. 하지만 당장은 적시타로 보이는 일련의 안 교수 측 움직임이 '대선 후보' 안철수에게는 '독이 든 초콜릿'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 "때마다 초치는, 정치 천재의 타이밍 정치"

안 교수측의 이른바 '타이밍 정치' 시작은 지난 7월 19일 저서 '안철수의 생각' 출간과 나흘 뒤 23일 'SBS 힐링캠프' 출연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두 번의 등판으로 안 교수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의 여론조사 격차를 단숨에 오차범위 안으로 좁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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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계기는 9월 6일 금태섭 변호사 등의 '안교수 불출마 협박 폭로'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이 메가톤급 회견으로 딱지 아파트 구입, 무늬만 전세생활 논란 등 안 교수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일거에 주춤해졌습니다. 또 박근혜 후보에 대한 첫 선제공격이라는 점에서 '안철수-박근혜 구도'가 도드라져 보이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민주당, 특히 문재인 후보 측로서는 섭섭하기 짝이 없는 소식이었습니다. 민주당의 '심장'인 광주·전남 지역 경선에서 문 후보가 이날 1위를 차지했다는 뉴스가 한켠으로 밀려났기 때문입니다.

문 후보 측의 원성은 9월 11일 안 교수 측의 출마 입장 발표 예고로 더욱 고조됐습니다. 경선 10연승으로 대세론을 굳히면서 일부 여론조사에서 '드디어' 안 교수를 넘어서는 결과가 나오자, 안 교수 측이 기다렸다는 듯이 재를 뿌렸다는 겁니다. 안 교수가 입장 발표 시점을 "민주당 후보 선출 이후 며칠 내"라고 밝힌 것도 논란이 됐습니다. 후보 선출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컨벤션 효과'의 싹을 자르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거죠.

◈ "하루 하루도 허겁지겁인데 무슨 타이밍 정치?"

'타이밍 정치'라는 지적에 안 교수 측은 펄쩍 뜁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이라는 반응인데요, 안 교수 측 관계자는 "매일 매일 쏟아지는 관련 뉴스와 각종 검증 공세에 대응하기도 허겁지겁인데 타이밍은 무슨 타이밍이냐"며 어처구니없어 했습니다. 오히려 '타이밍 정치'라는 이름 짓기 자체가 안 교수를 음모론적 인간으로 치환시키려는 악의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안 교수 측은 불출마 협박 폭로 기자회견도 안 교수 개인 문제를 넘어 권력기관의 불법 사찰 의혹이라는 '본질'에 주목해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출마 입장 발표 시점을 민주당 후보 선출 이후로 정한 것 역시 최대한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배려라는 겁니다. 이런 의사결정에는 100% 본인이 확신할 때까지 언행을 삼가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안 교수의 스타일이 반영됐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다만 출마 입장 발표 예고의 경우는 갈수록 커지는 국민의 피로도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정설입니다. 사실 안 교수 측근 사이에서는 11월 25일 대선 후보자 등록시점까지는 시간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 교수가 야권 후보로 나서겠다는 뜻이 분명한 이상 단일화 상대인 민주당과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지지자들에게 더 이상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우세했다고 보아집니다. 

◈ 달콤하지만 허전하고 위험한 '독이 든 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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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수 측은 용어 자체를 부정하지만 이른바 '일련의 타이밍 정치'로 안 교수 측이 공세 차단과 국면 전환의 효과를 거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독이 든 초콜릿'처럼 순간은 달콤하지만 다 먹고나면 허전해지고 어쩌면 안 먹은 것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안 교수를 둘러싼 대표적 논란은 '세인트 찰스(착한 안철수)' 대 '엉큼한 찰스'입니다. 소통 능력을 가진 정의롭고 착한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시각과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이용해 벼락 대통령이 되려 한다는 비판이 상존하는 것이죠.

그런데 '일련의 타이밍 정치'는 높은 지지율의 근간이었던 '착한 안철수' 이미지를 '엉큼한 찰스' 이미지로 뒤바꾸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받아치는 순간은 시원하지만 유권자들이 볼 때는 '그 사람이나 이 사람이나 똑같구나'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몇 차례 '때 아닌 불이익'을 입은 민주당이 안 교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는 점도 '독이 든 초콜릿'입니다. 안 교수가 출마 입장 발표 예고를 한 다음날(12일), 민주당은 당장 '안철수 측의 선제적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고 안철수와 차별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내부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안 교수가 단기필마로 눈보라 휘날리는 '시베리아 벌판'에 나올지, 나온다면 어떤 생존 전략을 보여줄지 그 첫 시험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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