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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리금융의 하우스푸어 이벤트

[취재파일] 우리금융의 하우스푸어 이벤트
우리금융의 하우스푸어 이벤트!! 우리금융지주가 ‘매입 후 재임대(sale and lease back)’를 변형한 ‘신탁 후 재임대(trust and lease back)’카드를 공개했다.

<상품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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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 대출원리금을 연체중인 주택담보대출자가 신탁회사에 집을 맡긴다(부동산 신탁). 신탁회사는 그 집의 관리와 처분 권한을 갖는다.
2. 대신 집 주인은 수익증권을 받는다. 수익증권은 1종(선순위)과 2종(후순위)으로 나뉜다.
3. 집 주인은 1종 선순위 수익증권을 대출을 해 준 은행에 넘긴다. 1종 선순위 수익증권에는 은행이 대출해 준 금액만큼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대출금액만큼의 권리를 넘겼으니 채권-채무 관계는 해소된다.
4. 신탁회사는 원래 집 주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는다.
5. 집 주인은 원래 대출이자 수준(5% 안팎)의 임대료만 내면 원래 집에서 살 수 있다.
6. 신탁회사는 집 주인에게 받은 임대료를 은행에 준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해 주고 정상이자를 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신탁기간이 끝나면 집을 판다.

매각대금에서 대출금액만큼을 은행에 준다. 그러고 남는 게 있으면 후순위 2종 수익증권을 가지고 있는 원래 집 주인에게 준다. 신탁기간이 종료되기 전까지 원래 집 주인은 집을 되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한다.

<왜 이렇게 복잡한 구조일까?>

전통적인 ‘매입 후 재임대(sale and lease back)’ 방식은 은행이 대출자의 집을 사들이고 다시 세를 주는 것이다. 이 때 가장 큰 문제는 집을 얼마에 사 줄 것인가이다. 집을 시가에 비해 너무 비싸게 사 주면 대출자에게 특혜가 된다. 집 값을 후려치면 은행이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하지만 ‘신탁 후 재임대(trust and lease back)’는 집을 사 주는 게 아니니까 집 값을 둘러싼 논란에서 자유롭다. 또 집의 소유권을 넘기는데 따르는 취득세와 등록세 부담도 덜 수 있다.

<이벤트성일 수 밖에 없는 이유 1>- 대상자가 너무 적다

우리금융지주가 밝힌 대상자 기준은 이렇다.
- 우리은행에서만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어야 한다.
- 1주택 소유 실제 거주자여야 한다.
- 대출이자 수준의 임대료를 낼 수 있다는 소득증빙이 가능해야 한다.
- 다른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
- 고가 주택(확정된 건 아니지만 9억원 이상) 소유자가 아니어야 한다.
- 대출원리금을 연체하고 있는 사람 중 기한이익을 상실하지 않아야 한다. 즉, 연체기간이 3개월은 넘어서는 안 된다.

이런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이 대략 700여명. 이들이 받고 있는 대출금액은 약 900억원이다. 집 값이나 세금, 도덕적 해이 등 여러 논쟁적인 이슈를 피하려다 보니 이 프로그램은 우리금융지주가 극히 일부의 우리은행 고객들을 상대로 실시하는 시범사업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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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성일 수 밖에 없는 이유 2> - 지속가능성이 의문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이 프로그램을 감독당국의 상품 인가가 나오는 9월말이나 10월초쯤 시행할 예정이다. 1회성이다. 언제 또 이런 프로그램을 가동할 지 아직 기약이 없다. 이 프로그램의 지원 대상자가 3개월 미만 원리금 연체자이기 때문에 첫 번째 시행 이후 새롭게 발생할 연체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제가 될 지 모르는 나중에 똑같은 2차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해도 그 사이 연체기간이 3개월이 넘어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같은 조건의 우리은행 고객이라도 어떤 사람은 저렴한 임대료 내고 원래 집에서 계속 살고, 어떤 사람은 집이 경매로 넘어간다.

이런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아직 거기까지 계획을 세우지 못 했다. 2차 프로그램 할 때 3개월 넘어서 혜택을 못 보는 분들에 대해 아직 생각을 못 했다. 일단 1차로 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거기까지는 미처 검토가 안 됐다”고 답했다.

<누구도 손해보지 않는 하우스푸어 대책?>

우리금융지주의 프로그램은 깡통주택(집을 팔아도 대출금이나 세입자 전세금을 다 갚지 못 하는 주택)에 대한 대책으로 보기도 어렵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의 대상자 700여명의 평균 LTV(담보인정비율)는 50%대 초반”이라고 했다. 원래는 집 값이 50% 가까이 더 떨어지지 않는 이상 은행이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말이었다. 이 말은 이번 프로그램이 깡통주택 대책이 아니라 연체자에 대한 단순 지원책일 뿐이라는 사실도 알려주고 있다.

그러면서 “누구도 손해보지 않는 구조”라고 자랑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연체 채권에 대해 충당금을 더 쌓지 않아도 된다. 대출자로서는 15% 이상의 고금리 대신 5% 안팎의 대출금리 수준인 임대료만 내면 집 팔아서 대출금 갚고, 전세 구하러 다닐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는 ‘단순히 거치기간을 3~5년 연장해 주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문제를 3~5년 연장하는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3~5년 후 집 값이 많이 올라준다면 윈-윈 할 수 있겠지만, 그 반대라면? 

가계부채 문제는 결국 상환능력 이상의 빚을 진 사람들이 빚을 줄여야 해결할 수 있다. 빚을 줄이면 자산도 주는 게 일반적이다. 빚과 자산이 줄어드는 고통을 누군가 져야 한다. 대출자가 지든, 은행이 함께 지든, 정부가 보조하든.

물론 우리금융지주처럼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 것은 바람직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있으랴?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행복한 하우스푸어 대책은 가능하지 않다. 문제 해결은 고통분담에 대한 합의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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