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마약운반 혐의 체포 여고생 어떻게 됐나?

[취재파일] 마약운반 혐의 체포 여고생 어떻게 됐나?
지난달 22일 케냐에서 한국 여고생 김 모양이 마약 운반 혐의로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같이 차에 타고 있던 현지인 2명과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들이 김 양에게 선물로 준 목각인형 안에서 마약 3.4kg이 나왔다. 경찰은 김 양을 이들과 한패로 묶었다. 18시간동안 변호인도 없이 케냐 경찰의 조사를 받았고, 김 양은 곧바로 현지 피의자들이 있는 구치소에 갇혔다. 첫 번째 재판은 변호사도 없이 혼자서 치렀다. 이틀 뒤 이 소식이 한국에 전해졌다. 많은 언론이 기사를 전했고, 인터넷에서는 김 양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진행됐다. 외교부도 나서 김 양의 변호사 선임을 도와주고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열흘이 지났다. 김 양은 여전히 구치소에 갇혀있다.

사건 발생 나흘 뒤 김 양의 어머니는 케냐로 건너갔다. 12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키운 외동딸이었다. 구치소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딸을 안정시키면서 변호사도 선임했다. 가장 중요한 보석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재판이 열릴 때마다 보석 신청을 했다. 지난 주에는 법원이 요구한 보석금도 건넸다. 보석금을 낸 뒤 처음 열린 지난 금요일 재판에서 김 양이 풀려나올 것이라고 가족들은 기대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보석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각 사유도 특별히 밝히지 않았다. 가족들은 지금까지 6차례 재판이 열리는 동안 담당 판사가 4번이나 바뀌는 등 케냐의 후진적인 사법체계에 울분을 토했지만, 재판부에 딱히 항의할 방법도 없었다.

김 양은 케냐 검찰의 기소가 끝난 상태다. 속전속결로 기소 절차가 마무리돼 적어도 1심 재판에서 무혐의를 인정받아야만 완전히 풀려나올 수 있다. 1심 재판은 11월에 열릴 예정이다. 보석 신청이 끝내 거부당한다면 앞으로 2달을 더 구치소에 수감돼 있어야 한다. 고3 수험생으로서 대학 입시 준비가 어려워 진 것도 문제지만, 열악한 케냐 구치소에서 현지 피의자들과 두 달을 더 버텨야 하는 것이 김 양에게는 더 큰 고통일 것이다.

김 양 측은 현지인들과 분리해서 사건을 다뤄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마약 운반에 직접 가담한 나이지리아, 케냐인과 김 양이 같은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양 변호인이 계속해서 주장을 하고 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럴 경우 1심 재판 결과조차 장담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또, 현지인들이 고용한 변호사가 상당히 유능한 사람이라고 가족들은 전했다. 혹시 자기들 죄 줄이겠다고 혐의 일부를 김 양에게 떠넘기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이미지
현지 대사관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가족들 마음과 같을 수야 없겠지만, 서운한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단다. 특히, 한국에서 보석금을 송금하는 과정에서 송금 방법과 송금 액수 그리고 화폐 종류 등을 놓고 통화하는 대사관 직원들마다 이야기가 달라 마지막까지 애를 태웠다고 말했다. 대사관 측이 송금하기로 한 약속시간도 지켜주지 않아 그만두겠다며 불평하는 현지 변호사를 달래느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김 양이 보석으로 풀려나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외교부가 말을 했는데 정작 케냐에서는 변호사와 가족들만 뛰고 있는 상황이란다.

사건이 발생한 지 12일이 지났다. 여론의 관심도 줄어들었고, 언론 기사도 사라지고 있다. 그만큼 정부도 긴박함을 덜 느낄터다. 김 양이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에 대한 판단은 케냐 사법부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엄연히 주권을 가진 국가인 케냐의 헌법상 독립기관인 법원의 결정을 놓고 다른 나라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기란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열악한 케냐 구치소에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김 양이 풀려 나올 수 있는 방법은 있지는 않은지 좀 더 열심히 찾아주기를 바란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