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나흘 뒤 김 양의 어머니는 케냐로 건너갔다. 12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키운 외동딸이었다. 구치소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딸을 안정시키면서 변호사도 선임했다. 가장 중요한 보석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재판이 열릴 때마다 보석 신청을 했다. 지난 주에는 법원이 요구한 보석금도 건넸다. 보석금을 낸 뒤 처음 열린 지난 금요일 재판에서 김 양이 풀려나올 것이라고 가족들은 기대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보석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각 사유도 특별히 밝히지 않았다. 가족들은 지금까지 6차례 재판이 열리는 동안 담당 판사가 4번이나 바뀌는 등 케냐의 후진적인 사법체계에 울분을 토했지만, 재판부에 딱히 항의할 방법도 없었다.
김 양은 케냐 검찰의 기소가 끝난 상태다. 속전속결로 기소 절차가 마무리돼 적어도 1심 재판에서 무혐의를 인정받아야만 완전히 풀려나올 수 있다. 1심 재판은 11월에 열릴 예정이다. 보석 신청이 끝내 거부당한다면 앞으로 2달을 더 구치소에 수감돼 있어야 한다. 고3 수험생으로서 대학 입시 준비가 어려워 진 것도 문제지만, 열악한 케냐 구치소에서 현지 피의자들과 두 달을 더 버텨야 하는 것이 김 양에게는 더 큰 고통일 것이다.
김 양 측은 현지인들과 분리해서 사건을 다뤄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마약 운반에 직접 가담한 나이지리아, 케냐인과 김 양이 같은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양 변호인이 계속해서 주장을 하고 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럴 경우 1심 재판 결과조차 장담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또, 현지인들이 고용한 변호사가 상당히 유능한 사람이라고 가족들은 전했다. 혹시 자기들 죄 줄이겠다고 혐의 일부를 김 양에게 떠넘기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2일이 지났다. 여론의 관심도 줄어들었고, 언론 기사도 사라지고 있다. 그만큼 정부도 긴박함을 덜 느낄터다. 김 양이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에 대한 판단은 케냐 사법부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엄연히 주권을 가진 국가인 케냐의 헌법상 독립기관인 법원의 결정을 놓고 다른 나라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기란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열악한 케냐 구치소에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김 양이 풀려 나올 수 있는 방법은 있지는 않은지 좀 더 열심히 찾아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