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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주택시장에 적격대출이 뜬다

[취재파일] 주택시장에 적격대출이 뜬다
적격대출(conforming loan)은 유동화에 적합하도록 사전에 정해진 대출조건을 충족하는 주택담보대출이다. 상품의 명칭과 금리는 금융회사(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정해서 판매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이 대출 채권을 매입한 뒤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유동화하게 된다.

아주 단순화하면 이런 그림을 떠올리면 된다.

[대출자들(빌리는 돈 100/연 4.3%) ⇔ 은행 ⇔ 주택금융공사 ⇔ MBS 투자자들(투자하는 돈 100/연 3.3%)]

여기서 대출자들은 100이란 자금을 연 4.3%로 빌린다. 이 100이란 자금은 결국 채권시장의 MBS 투자자로부터 나온다. 대출자들이 연 4.3%의 금리를 지불하고, MBS 투자자는 연 3.3%의 이자수익을 얻는다. 4.3%와 3.3%의 이자 차이는 중간에 끼어 있는 은행과 주택금융공사의 몫이다.

물론 여기에는 채권관리 비용, 설정비용, 지급보증 수수료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은행과 주택금융공사가 온전히 챙기는 이익은 1%에 훨씬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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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화에 적합하도록 사전에 정해진 대출조건이란 대략 다음과 같다.
- 채무자는 신용등급 9등급 이내여야 한다.
- 대출금액은 5억 원 이내, 만기 10년 이상 35년 이하의 대출이어야 한다.
- 담보주택은 9억 원 이하의 주택만 가능하다.
- 근저당 설정은 1순위 설정이 원칙이다. 즉, 주택을 담보로 다른 대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2순위 설정은 안 된다.

이런 조건을 충족한 대출이어야 주택금융공사가 개별 대출채권을 MBS의 형태로 묶어서 발행하는 게, 즉 유동화하는 게 가능하다.

기사를 쓰기 위해 처음 집계한 8월22일 현재 적격대출 판매금액은 4조 6,772억 원이었다. 1주일이 지난 8월 29일엔 5조 2,241억 원으로 늘었다. 1주일 새 5천억 원 넘게 늘었다. 적격대출을 취급하는 은행이 7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열풍이라고 할 만하다.(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은 9월 중 취급을 시작한다.)

8월 22일 10년 만기 비거치식 기준으로 적격대출의 금리는 씨티은행이 연 4.15%로 가장 쌌다. 1주일이 지난 8월 29일 농협은 연 4.14%까지 내렸다. 7개 은행 중 4개 은행이 금리를 내렸다. 7개 은행 모두 4%대 초반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경쟁이 붙은 것이다.

지난주말 현재 국민은행의 대출상품별 적용금리를 보자. 3개월 CD 연동 변동금리 대출은 4.93~6.24%(만기 10~30년). 국민은행 자체 고정금리 모기지론 4.97~5.38%(10년 만기 분할상환 기준).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모기지 대출 4.20~5.61%.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모기지 대출 3.95~5.36%이다.

코픽스 연동 모기지 대출의 최저 금리가 3.95%와 4.20%까지 내려왔지만 변동금리 최저 수준을 적용받는 사람은 극소수 초우량 고객에 한정된다. 상당수 사람들에게 적격대출 금리는 변동금리 대출 이상의 메리트가 있다.

적격대출의 금리 메리트는 자금용도별 분석에서도 드러난다. 적격대출을 받은 사람의 34%는 신규 주택구입 용도로 돈을 빌렸고, 66%는 기존 변동금리 대출을 갈아탄 경우다.

적격대출은 SC와 씨티은행이 지난 3월에 취급하면서 시작됐다. 하나은행과 농협은 6월, 신한은행은 7월, 국민과 기업은행은 8월부터 이 상품을 판매했다.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점유율을 높이려는 외국계 은행이 이른 시기에, 낮은 금리로 치고 나오자 국내 은행들이 부랴부랴 뒤따른 측면이 있다.

과도한 레버리지와 과도한 변동금리 대출은 주택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전히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적격대출이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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