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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제주의 고래상어는 왜 죽었을까?

[취재파일] 제주의 고래상어는 왜 죽었을까?
지난달 초, 제주 앞바다에서 멸종위기종인 고래상어 두 마리가 그물에 걸렸다는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고래상어는 몸길이가 15미터, 몸무게는 무려 40톤에 달하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어류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큽니다. 이런 고래상어가 우리나라에서 자연 포획됐다는 건 흥미로운 뉴스였습니다. 그물을 설치했던 주민은 생태연구에 이용해 달라며, 이 고래상어들을 제주도의 한 대형 수족관에 기증했습니다.

문제는 이번 달 초부터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고래상어 2마리 가운데 한 마리가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한 것입니다. 먹이를 잘 안 먹는가 싶더니, 몸에서 점액질이 나오는 등 위험한 증상이 이어졌습니다. 수족관은 해양동물 전문가를 수소문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엔 적임자가 없었습니다. 결국, 어렵게 일본에서 ‘고래상어 전문가’를 데려왔습니다. 전문가의 극진한 보살핌에도 고래상어는 결국 고비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 십여 일, 수족관에 들어온 지 40여 일 만에 일입니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은 수족관이 모든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 상어를 좁은 수족관에 가둬 상어가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마리도 폐사하기 전에 풀어줘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결국, 수족관 측은 동물보호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나머지 한 마리도 풀어주기로 했습니다.

고래상어는 왜 죽었을까요? 정말 고래상어가 스트레스를 받아 죽었을까요? 아니면 원래 지병이 있었던 것일까요? 수족관 측은 고래상어가 죽은 뒤 바로 부검을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1차 부검에서는 정확한 사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수족관 측은 제주대 수의과대학(병리학교실 김재훈 교수)에 2차 부검과 조직검사를 의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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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한 고래상어는 지병을 앓고 있었다

폐사한 고래상어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많은 검사들이 진행됐습니다. 검사 과정은 복잡하고 또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사인은 간명했습니다. 부검의가 내린 사인은 ‘만성신부전증’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신장(콩밭)이 조금씩 망가지다가 회복할 수 없는 상황까지 악화돼 죽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고래상어가 수족관에 들어오지 않았어도, 자연에 있었어도 죽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는 것을 뜻합니다.

"신장 (Kidney): 심한 미만성 수종, 신장 간질의 심한 다병소성 괴사, 출혈 및 만성 단핵세포의 광범위한 침윤, 심한 세뇨관의 괴사 및 미네랄 침착, 세뇨관 내 호산성의 단백양 물질, 호염성의 균질 무구조한 물질 또는 세포 붕괴물의 저류, 일부 괴사된 세뇨관의 기저막 등에 미네랄 침착, 사구체의 위축 및 미네랄 침착"

부검소견서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내용이 좀 어렵습니다. 조금 쉽게 풀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부검소견을 보면, ‘심한 세뇨관 괴사’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세뇨관은 신장을 구성하는 중요한 조직입니다. 이 세뇨관은 우리 몸의 노폐물 등을 걸러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세뇨관이 망가지면 단백질 같은 물질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게 됩니다. 신장에 들어온 단백질들은 미네랄(결절) 형태로 신장에 쌓였습니다. 결국, 깨끗하게 열려 있어야 할 신장조직이 단백질 덩어리로 막힌 것입니다. 그렇게 고래상어는 서서히 죽어간 것입니다.

또, 부검 결과 ‘단핵세포(macrophage)’가 나타났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단핵세포는 만성 염증에 나타나 세균을 잡아먹는 세포입니다. 이 단핵세포가 나타났다는 건 염증반응이 급하게 이뤄진 게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 말 그대로 ‘만성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입니다.

"두개골 절개 시 두개강에는 다량의 수액이 들어 있으며, 뇌는 수액에 부유”

마지막으로 이 부분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폐사한 상어는 신장뿐만 아니라 뇌도 망가졌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뇌에 물이 찰 정도로 제법 많이 망가졌다는 것입니다. 신장 기능이 떨어졌는데 왜 뇌에 문제가 생길까요? 신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암모늄 같은 독성 물질을 걸러 주는 것입니다.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하면 이 해독기능이 떨어집니다. 그러면 해독돼 밖으로 나가야 할 독성물질들이 몸 안에 쌓입니다.

이 독성물질들은 몸을 돌고 돌아 머리까지 올라갑니다. 생명체에게 머리(뇌)는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독성물질이 못 들어가게 막아주는 강력한 막(BBB, Blood-Brain Barrier)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암모늄은 혈액에 녹아 이 막을 쉽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결국, 신장에서 걸러지지 않고 몸에 쌓인 독성물질이 뇌까지 파고들어 머리를 망가뜨린 것입니다. 여러 장기가 이 정도까지 나빠지려면 최소 6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진행됐다고 봐야 합니다.

고래상어가 죽은 다른 이유는 없을까?

애초 환경단체들은 좁은 공간에서 오는 스트레스, 나쁜 수질로 인한 세균 감염 등이 고래상어의 폐사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사인입니다. 부검의도 이런 점을 고려해 두고 여러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스트레스에 가장 취약한 기관은 심장입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생명체의 교감신경을 흥분시키고, 이 교감신경은 심박수와 혈압을 높여 심장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게 됩니다. 그런데 부검 결과를 보면 심장에 혈액이 응고된 흔적이 조금 보일 뿐 다른 증상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스트레스가 악영향을 주긴 했겠지만, 결정적인 사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세균감염으로 인한 폐사입니다. 상어가 생활하는 수족관의 물이 세균에 오염됐고, 그 세균이 다시 상어 체내로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세균이 혈액을 타고 온 몸을 돌아다니는 걸 의학용어로 ‘패혈증’이라고 합니다. 만약, 이 패혈증에 걸리면 충분히 급사할 수 있습니다. 부검의도 이런 점을 의식해 세균배양 검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폐사한 상어에서 세균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세균감염은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죽은 고래상어는 오랜 시간 ‘만성신부전’이라는 중병을 앓아왔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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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상어, 방사만이 최선일까?

저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고래상어를 방사하는 것이 최선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현재 고래상어는 멸종위기종 2급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고래상어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할 만큼 고래상어의 생태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더 냉정하게 말하면, 전혀 모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래상어가 '난생’인지, ‘난태생’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습니다. 또, 자연 상태에서는 얼마 만에 몸집이 그렇게 커지는지, 그렇게 큰 몸집을 유기하기 위해 어떤 먹이를 먹고, 번식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전혀 밝혀진 게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자연 포획된 개체라면 고래상어를 가까이 두고, 그들의 생태에 대해 연구하는 것도 고래상어를 위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물원 혹은 수족관의 첫 번째 목적은 사람들에게 동물을 보여주는 ‘전시역할’입니다. (동물의 복지를 생각하면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은 동물 보호를 위해 혹은 종 번식을 위해 멸종위기 동물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9개 동물원과 수족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멸종위기 동물은 275종에 약 천 여 마리에 이릅니다. 고래상어와 같은 멸종위기종 2급 동물만도 133종에 5백여 마리가 있습니다. 멸종위기종의 생태연구와 종 번식이 목적입니다. 미국과 일본은 이런 연구목적으로 특수 제작한 수족관에서 고래상어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수족관이 주장하는 연구목적의 사육도 나름 의미가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간이 경제적 이윤 혹은 심적 만족을 위해 동물을 잡아 사육하는 건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동물들이 원래 자신이 살던 곳에서 마음껏 헤엄치고 살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데도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또, 가능하다면 그런 자연 상태에서 동물들을 연구를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런 문화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동물보호단체들의 노력과 활동을 높게 평가합니다. 다만, 때론 그들의 생태를 이해하고, 멸종하지 않게 돕는 것도 그들을 사랑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해주었면 합니다.

오늘 우리는 ‘인간과 동물의 행복한 공존’을 논합니다. 동물의 행복과 안녕을 지켜주는 게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동물권’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습니다. 무엇이 진정으로 우리 인간과 동물을 위하는 길일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이번 사건만 봐도, 수족관 측과 동물보호단체 양측 모두 동물을 사랑하고 아낀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사랑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겠지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절대적인 길은 없다는 것입니다. 사회구성원들의 인식과 문화, 주변 여건 등에 따라 각기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어떤 동물을 어떤 방식으로 사랑해야 하는지 중지를 모아 같이 고민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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