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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열 받은 바다…태풍 덕 볼까?

[취재파일] 열 받은 바다…태풍 덕 볼까?
4년 만의 적조에 해파리 떼의 습격, 잇단 어패류 폐사 등 해양 생태계에 이상 징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모두 평년보다 3도 이상 높은 바닷물 온도 때문입니다. 수산과학원은 지난달 남해안 평균 수온이 26~28도로 평년보다 3도 이상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수산과학원이 위성을 통해 해수 온도를 정밀 측정한 지난 1990년 이래 가장 높은 겁니다. 22년 만의 고수온이 바다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수산과학원 서영상 수산해양 정보과장은 지난 5월까지 평년보다 0.5도 정도 낮았던 한반도 주변 해수 온도가 5월 말부터 급격히 오르기 시작해 7월에는 유래 없는 고수온 현상을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달에도 고수온 현상은 지속돼 남해안의 수온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례없는 고수온에 피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저온성 어류인 우럭 등 어류 50만 2천 마리와 전복 172만 마리가 폐사하면서 14억 5천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우럭은 16~18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데, 그 적정 수온 대역을 10도 이상 상회하면서 생리적, 면역학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럭은 22도가 넘으면 먹이를 잘 먹지 못하고, 25도가 넘으면 기생충과 세균에 감염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수온이 올라가는 만큼 세균과 기생충의 발생 빈도와 번식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독소가 강해지는 것도 어패류 폐사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고수온 해역에서 집단 폐사한 어류의 아가미에서는 아가미흡충 같은 기생충과 병원성 세균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고수온에 높은 일조량까지 더해지면서 적조도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수온이 26도를 넘어서면 규조류 등 다른 플랑크톤이 성장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게 됩니다. 적조 종만이 유일하게 3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생존이 가능해 현재 적조가 바다를 우점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높은 일조량과 적당한 영양염류의 유입으로 적조가 번식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실제로 적조 경보가 내려진 전남 여수 지역의 7월 말에서 8월 초 일조량은 12시간으로 30년 평균을 2배 가까이 웃돌았습니다.

적조가 확산되면 바닷물의 용존 산소량이 주는데다가 적조에서 나오는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어류의 아가미에 들러붙어 질식사를 일으키기 때문에 양식 어민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적조 확산을 막기 위해 먹이를 줄이고 산소 탱크를 가동해 용존 산소량을 높이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돌돔과 넙치 등 어류 53만여 마리가 폐사하면서 지금까지 적조로 인한 피해액이 9억 원이 넘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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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온에 해파리 번식이 왕성해지면서 관련 피해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올 여름 들어 지난 20일까지 부산 지역 해수욕장에서만 해파리에 쏘여 치료를 받은 피서객이 천 317명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84명만이 해파리에 쏘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칩니다. 해파리 급증으로 병어 수확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조업 차질과 어구 손실 등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민주통합당 김영록 의원은 이 같은 고수온과 폭염, 적조, 해파리로 인한 피해액이 72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60년 만의 최대’라는 초대형 태풍 '볼라벤'이 북상하면서 적조는 다소 누그러질 전망입니다. 태풍은 강한 바람과 비를 동반하기 때문에 연안 해역의 염분이 낮아지고 바닷물의 심한 교란으로 적조가 약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폭염에 달궈진 바닷물 온도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뒤 다음 달 중순까지 늦더위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 고수온 현상이 한 달 정도 더 지속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태풍이 현재 한반도 먼 바다에 자리 잡고 있는 해파리 떼를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밀려 올려 해파리 피해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어 수산당국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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