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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찬스 결승탈락' 서영재 "지성이 형한테 미안하냐구요?"

'더 찬스 결승탈락' 서영재 "지성이 형한테 미안하냐구요?"
"저를 뽑아준 지성이 형한테 하고 싶은 말이요? 음… 마이 타임 이즈 나우!"

호기롭게 '내 시간은 이제부터다'를 외치고 있는 이 열여덟살의 소년은 지난 20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 '더 찬스 2012' 글로벌 파이널 결선무대까지 진출하는데 성공한 서영재(18. 보인고)다. 전 세계 55개국에서 총 100명의 선수가 참가한 나이키의 축구 유망주 발굴 프로젝트 '더 찬스'가 25일(이하 현지시간) 최종 16명의 우승자를 선발한 가운데 막을 내렸다. 서영재는 한국대표 3명의 선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26명이 기량을 겨룬 결승전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나이키 아카데미 입학자격에 도전할 수 있는 최종 16명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세계 최고의 유소년 시스템을 자랑하는 FC 바르셀로나와의 협럭 하에 진행된 나이키 '더 찬스 2012'는 지난 20일 첫날 일정을 시작한 뒤 이틀 동안의 훈련을 통해 선수의 개인기와 패싱능력 등 기본기를 바탕으로 평가를 진행, 52명의 선수가 1차 관문을 통과했다. 한국에서는 공격수 엄태준(20), 측면 미드필더 이상준(19, 하남 FC), 왼쪽 풀백 자원인 서영재가 100명의 파이널 진출자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이상준과 서영재가 1차 관문을 통과했었다.

강한 승부욕을 과시하며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였지만 공격수 엄태준은 1차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고, 26일 진행된 11대11 준결승전 경기서는 미드필더 이상준까지 탈락의 고배를 마셔 서영재만이 유일하게 결승무대까지 살아남았었다. 왼쪽 풀백 포지션을 소화하는 서영재는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자원인데다 왼발잡이여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특히 뛰어난 패스감각과 어린 나이를 의심케 하는 침착한 패스 플레이로 바르셀로나의 코칭 스태프가 대거 참가한 1, 2차전 테스트에를 무난히 통과하며 결선진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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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26명이 출전기회를 얻은 결승전은 FC 바르셀로나의 홈 구장인 깜 노우 옆에 위치한 바르셀로나 B군이 실제로 평소 사용하는 경기장에서 진행됐다. 16명 만이 살아남게 되는 마지막 경기인 탓에 경기장은 시종일관 긴장된 분위기에 휩싸였으며 30분씩 3쿼터로 진행된 경기를 통해 최종 16명의 우승자를 선발했다. 이 날 경기는 바르셀로나의 유투브 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되기도 했는데 서영재는 결승전 무대서도 특유의 침착한 패스 플레이를 선보이며 수준 높은 경기운영 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포지션이 수비인 이상 실점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플레이는 다소 자제했고, 2쿼터 경기를 마친 뒤에는 채력적인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경기를 마친 뒤 서영재는 "스페인에 온 뒤부터 감기로 몸 상태가 많이 무서워 컨디션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또 아무래도 조직력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비로서 무언가를 보여준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결국 서영재는 2013년 1월부터 나이키 아카데미의 주관하에 미국 청소년 대표팀을 시작으로 유벤투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세계적인 클럽들의 유소년 시스템을 경험하고, 각 클럽의 유스팀들과 경기를 치르며 스카우트들에게 자신의 기량을 어필할 수 있는 최종 16인의 우승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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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초 한국 지역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심사위원으로 나선 박지성에게 "왼쪽풀백은 전세계적으로 희귀한 자원이고, 왼발을 쓴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자신의 기량을 잘 발휘한다면 세계무대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평가를 받았더 서영재. 자신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되는 글로벌 결승전까지 진출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는 서영재는 본인을 최종 우승자로 택한 박지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느냐는 질문에 "마이 타임 이즈 나우(My time is now)"라는 호기로운 대답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최종 16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서영재는 "나를 택해준 지성이 형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마이 타임 이즈 나우(나의 시간은 지금 이 순간)'이예요. 미안하다기 보다는 제가 무엇이 부족한 지 알게 됐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세계 무대에서 직접 확인했으니 앞으로 더 좋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나 패스 능력에 있어서는 솔직히 세계무대서도 뒤질 것 없다는 자신감이 들었어요. 체력이나 파워가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꼈으니 앞으로 그런 부분을 더욱 보완해야 겠죠. 지성이 형, 마이 타임 이즈 나우!"라며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자신감을 잃지 않게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영재는 발군의 패싱능력과 뛰어난 공격가담 능력을 자랑하는 만큼 자신의 목표인 '제 2의 이영표'가 되기 위해 이번 경험을 소중한 추억으로 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프리미어리그 공격수 출신으로 '더 찬스 2012'의 총 책임자이자 나이키 아카데미의 수석코치인 지미 길리건은 최종 16인 선발에서 기본기보다는 그 후에 선수가 보여주는 그라운드 위에서의 열정과 의지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더욱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이나 기본기가 좋은 선수가 바르셀로나 코치진이 대거 참가한 1차 테스트를 무난하게 통과했으나 투혼과 열정을 더욱 높이 평가한 결승전 무대에서 살아남지 못한 것은 그런 맥락이다.

하지만 '더 찬스' 프로젝트의 의미는 서영재의 말처럼 지금부터다. 이 날 최종 16인 선발명단 발표현장에 자리를 함께한 전 프랑스 대표팀 감독 로랑 블랑은 "축구는 기술과 지능으로 하는 스포츠이지만 통시에 팀 정신으로 하는 스포츠이다. 너의 재능이 너에게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다면, 팀을 위한 열정은 너에게 타이틀을 가져달 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여기서 포기하지 말고 계속 최선을 다 하라"며 탈락의 고배를 마신 선수들에게도 다시 한번 축구의 기본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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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최종우승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 결선무대를 밟은 한국대표 3인방은 평생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찬스'를 경험했다. 세계 최고의 유소년 시스템을 자랑하는 축구클럽 바르셀로나에서, 비록 일주일의 시간이었지만 마치 바르셀로나의 유망주가 된 듯한 꿈을 꿨다. 바르셀로나 유소년 숙소이자 양성소인 깜노우의 최초 '라 마시아' 건물에서 클럽의 전통적인 유소년 행사인 바베큐 파티에 참가하기도 했고, 매일 매일의 훈련은 실제 바르셀로나 유소년 선수들이 사용하는 바르셀로나 시내 외곽의 훈련장에서 이뤄졌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2011년 새롭게 개관한 '뉴 라마시아' 건물이 위치한 이 훈련장을 일반인에게 공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진짜 프로선수를 향한 꿈을 안고, 전 세계에서 모인 100명의 축구 유망주들과 함께 했던 바르셀로나에서의 일주일. 비록 한국대표 3명 모두 최종 16인에 드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이들은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또 다른 희망을 안고 바르셀로나를 떠날 수 있게 됐다. 25일 최종 16인의 명단을 발표하는 것으로 끝을 맺은 나이키의 축구 유망주 발굴 프로젝트 '더 찬스 2012'는 아시아 중에서는 유일하게 일본 선수가 최종 16인에 이름을 올렸다.

(바르셀로나 =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이은혜 기자)
(사진제공 = 나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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