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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승연 회장은 과연 엄벌에 처해진 걸까?

[취재파일] 김승연 회장은 과연 엄벌에 처해진 걸까?
'대기업 회장 선처없다…판결 대전환'
'총수 배려 관행 3-5 공식(징역 3년-집행유예 5년) 깨졌다'
'대기업 총수도 관용없다, 달라진 시대 상징적 판결'


횡령, 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1심 판결을 평가한 표현들. 분명 법원의 달라진 태도와 시대정신을 드러낸 측면이 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을 맡고 있는 김영희 변호사의 관점을 소개한다.

우선 양형이 적적한가 여부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을 보자. 횡령, 배임 범죄의 경우 금액이 300억 원을 넘으면 기본은 징역 5년~8년이다. 감경할 경우 4년~7년, 가중할 경우 7년~11년이다.

김승연 회장의 횡령, 배임액이 2천억 원이 넘으니까 징역 4년은 대법원 양형기준에서 감경을 적용했을 때 최소 형량인 셈이다. 하지만 김영희 변호사는 김승연 회장의 경우 감경이 아니라 가중의 사유가 있다고 본다. 양형위원회의 가중사유 중 ‘대량 피해자(근로자, 주주, 채권자 등을 포함)를 발생시킨 경우 또는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와 ‘지배권 강화나 기업 내 지위보전의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최소 7년은 선고해야 할 사안인데 오히려 감경을 해서 가장 낮은 형(4년)을 선고했으니 양형기준을 지켰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다음은 유, 무죄 판단이 적정한가 여부다. 사실 김승연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 중 1심에서 절반 이상은 무죄 판결이 나왔다. 대표적인 게 한화S&C 사건이다. 공소사실은 이렇다.

“한화S&C는 한화그룹의 IT 회사다. 김승연 회장 등은 한화S&C의 경영권을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에게 승계시키기로 하고 한화가 보유한 한화S&C 주식을 장남 김동관에게 매도하면서 주당 22만 9,903원의 가치가 있는 한화S&C 주식을 주당 약 5,100원에 저가로 매도했다. 이를 위해 삼일회계법인 회계사와 공모해서 한화S&C의 주식가치가 주당 약 4,614원이 나오도록 가치평가 보고서를 조작했다.”

한화S&C를 통해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했다는 게 검찰, 그리고 시민단체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무죄’였다. 판단의 이유는 이렇다.

“한화S&C 주식의 장남에 대한 매각 과정에서 임무 위배의 정황이 보이기는 하지만 매각 당시 한화S&C의 재무 상황은 상속증여세법에 따른 평가에 의할 경우 주당 약 517원에 불과했다. 매각 시점 이후 한화S&C의 수익이 좋아지게 된 것은 추후 이뤄진 유상증자와 한화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등에 따른 것이다. 법원의 감정 결과 주당 4,614원이라는 가격은 다소 보수적이기는 하지만 미래현금흐름할인법에 따른 가치평가의 합리적인 범위 안에 있는 가격이다. 따라서 윤리적으로 비난할 소지는 있다고 하더라도 형사증거법에서 요구하는 유죄를 위한 엄격한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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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보도자료에서 친절하게 이런 설명도 덧붙여 놓았다.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적용으로 형량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에 상응하여 유죄에 대한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여 주된 공소사실의 절반 정도를 무죄 선고했다. 재벌그룹 회장 장남에 대한 편법승계 사례로 많은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는 한화S&C 주식 저가매각 사건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즉, 양형기준이라는 게 있고, 양형기준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 경제민주화나 재벌개혁이 화두가 된 사회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증거가 확실한 김승연 회장의 횡령, 배임에 대해 (기존 관행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할 수 밖에 없었다. 대신 한화S&C 사건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증명을 요구해 무죄를 선고했다. 아버지를 인신 구속하는 대신 아들에 대한 경영권 편법 승계는 인정해 준 것. 이번 선고가 ‘앞에서는 엄한 회초리를 들고 있는 것처럼 하면서 뒤에서는 보다 중요한 잘못을 슬쩍 눈감아 준 판결’이라는 비판은 이 대목에서 나온다. 과연 김승연 회장은 엄벌에 처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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