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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선임병 욕설 참다가 전역한 뒤 고소

'군대 욕설' 전역 뒤 유죄 판결 논란

<앵커>

병영에서 후임병에게 심한 욕설을 했다고 제대한 뒤에 법정에 서게 된다면 어떨까요? 군대에서 한 일 갖고 뭘 재판까지 받아야 하냐고 생각하십니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박세용 기자가 단독으로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0년 강원도 철원 5공병여단에 신병이 자대 배치를 받았습니다.

한 고참은 이 신병에게 "코를 골면 죽여버리겠다" 이렇게 겁을 주고, 또 신병이 휴가를 나갔다가 다쳐서 돌아오니까 "장애인 다 됐네. 꺼져버려"라고 말했습니다.

이 신병은 '군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고 선임병과 비슷한 시기에 전역한 뒤,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당시 발언이 협박죄와 모욕죄에 해당한다며 민간인 신분이 된 선임병에게 벌금 6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또 신병에게 흡연과 낮잠, 매점 사용을 금지한 다른 선임병에게도 법원이 강요죄를 인정해 징역 4월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습니다.

말만으로 이뤄진 언어 폭력에 대해서 민간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겁니다.

전우가 아닌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관계가 된 이들.

양측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당시 선임병 정은도 씨입니다.

정 씨는 민간 법원이 군의 특수성을 간과한 판결을 내렸다며 항소했습니다.

[정은도/당시 선임병 : 군대는 솔직히 저는 훈련소 들어가면서부터 그렇게 배웠거든요. 군대는 사회랑 다르다.]

[정기종/선임병 아버지 : 22개월 동안 국가를 위해서 갔다 왔잖습니까. 아니 그런데 욕 한 번 했다고 해서 어떻게 벌금이 나오고. 전시에는 앞으로 전진하세요, 뒤로 후퇴하십시오. 이게 군인입니까?]  

신병의 부모도 할 말이 많습니다.

선임병의 언어폭력과 가혹행위로 아들이 2년간 진료기록이 수북이 쌓일 만큼 고통을 받았다며 전역한 선임병을 처벌하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합니다.

[김의배/후임병 아버지 : 구타도 있었고 욕설 같은 것도 많이 있었고, 군인들이 자술서를 저한테 써줬어요. 아들도 (고소를) 결심하고 저도 결심했죠.]

[이석우/후임병 어머니 : 죽을 정도. 첫 휴가 와서 유서를 써놨으니까요. 쟤도 점점 사회생활을 해나가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얘기 하냐고요. 나라에서는 보상 하나도 없지.]

군형법은 '상관'에 대한 협박과 모욕만 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후임병에게 한 같은 말, 즉 욕설이라도 군사 법원에선 무죄, 민간 법원에선 유죄 판결이 나올 수 있습니다.

논란 속에 이번 판결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후임병에게 욕설이나 폭언을 하면 전역한 뒤 사회 진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으니 조심하란 겁니다.

군대뿐 아니라 학교와 직장에서 당연한 듯 욕설을 주고 받는 그릇된 언어문화, 개선해야 할 과제인 건 분명합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설민환,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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