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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승부의 첫 관문 '경선 룰 전쟁'…민주당도 점화

[취재파일] 승부의 첫 관문 '경선 룰 전쟁'…민주당도 점화
너무 잠잠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저히 이럴 수가 없는 데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벌어질 일은 예상대로 벌어졌습니다.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들 간의 경선 룰 충돌 말입니다.

경선 룰은 때론 승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합니다. 새누리당도 박근혜 전 위원장 대 이른바 비박계 주자들이 경선 룰을 놓고 대립하다 결국 이재오, 정몽준 의원이 경선 불참을 결정했죠? 그만큼 경선 룰은 경선 레이스에 들어선 후보들에게 첫 승부처입니다.

민주통합당 경선준비기획단이 내놓은 경선룰의 큰 흐름은 이렇습니다. 1차 예비경선을 통해 5명으로 후보를 압축합니다. 이렇게 압축된 후보들을 상대로 전국 순회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겁니다. 투표권은 대의원, 당원은 물론 투표를 신청한 일반 시민들도 똑같이 1인 1표를 행사할 수 있게 했고요, 현장 투표와 모바일 투표 모두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기존 전당대회와 달리 특이한 점은 모바일 투표도 지역별로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른 경선 일정도 짜졌습니다. 다음주말에 후보 등록을 마치고 8월 25일부터 9월 23일까지 전국 일정은 이미 공개돼 있습니다. 경선 준비기획단이 마련한 이 방안은 지난 주말 최고위원 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다소 의외였습니다. 경선 룰은 후보들 입장이 가장 중요한데 당에서 너무 쉽게 결정을 한 거 아닌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상하다, 후보들이 가만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 게 이 때부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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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밑에서 경선 룰에 대한 말들은 많이 있었지만, 가장 먼저 이의를 제기한 측은 의외로 손학규 상임고문측이었습니다. 지금껏 '당에서 알아서 잘 정할 것'이라는 점잖은(?) 대응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두고 보기엔 남은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손 고문 측은 3가지를 요구했습니다. 예비경선, 즉 컷오프를 없애고 결선 투표를 하자는 겁니다. 또 모바일 투표가 여러가지 부작용이 많으니 근본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겁니다. 경선에서 30% 지지를 받아 본선에 나서는 후보와 결선투표를 통해 과반 지지를 받아 본선에 나서는 후보는 당내 대표성이나 경쟁력이 다르다는 게 결선투표를 도입하자는 표면적인 이유입니다. 모바일 투표를 재점검하자는 것은 지난 총선 때 불거진 당내 경선에서의 시비, 통합진보당 부정 사태가 행여 재연될까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또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젊은 층의 표심이 지나치게 과장돼 반영된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도 담겨 있습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손 고문 측의 이의 제기에 즉각 호응했습니다. 사실 결선투표제는 물밑에서 김 전 지사 측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김 전 지사는 "경선 룰이 후보를 만들어선 안 된다"며 특정 후보, 즉 문재인 고문을 겨냥한 발언도 덧붙였습니다. 모바일 투표에 대한 문제점도 함께 지적하며 김 전 지사는 손학규 고문과 확실한 공동 연합전선을 형성했습니다.

두 사람의 발빠른 연합 전선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을겁니다. 상대적으로 모바일 투표에서 문재인 고문의 강세가 예상되는 만큼 모바일 투표 반영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점과, 결선 투표를 통해 문 고문과의 일대일 대결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전술적 이해관계 말입니다. 두 사람 중 어떤 사람이라도 문재인 고문과 1 대 1로 맞붙는다면, 친노 대 비노 구도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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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 측은 당연히 반대입니다. 모바일 투표의 경우 투표인단을 대폭 늘리면 많은 부작용이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젊은 층의 표심이 많이 반영되는 것 자체도 여론의 결과라는 겁니다. 결선 투표제 도입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완전국민경선 형태로 1위 후보를 뽑아놓고 그 후보와 2위 후보를 다시 경선을 시킨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당 경선기획단도 문재인 후보 측과 입장이 같습니다. 논리도 논리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없다는 겁니다. 비용도 많이 들고요.

진영 구도로 보면 당 경선기획단과 문재인 후보 대 손학규-김두관 공동전선의 모양새가 된 셈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세균 상임고문의 주가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정세균 고문이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후보간 2대 2 구도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1(문) 대 3(손-김-정) 구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니 손-김 연합이 정세균 고문 포섭 작전에 들어간 건 당연한 일이겠죠. 정세균 고문은 모바일 투표의 문제점이나 결선 투표의 필요성을 원론적으로 공감하는 수준이지만, 손-김 연합만큼 열렬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오히려 투표인단에 국민배심원단을 참여시키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손-김은 애가 타지만, 정 고문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입니다. 이른바 꽃놀이패는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겠죠?

민주통합당 경선 일정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당초 민주당은 다음주 월요일 최고위원회의와 수요일 당무위원회를 거쳐 경선기획준비단이 마련한 경선룰을 확정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후보들이 별 이견이 없으면 그냥 밀어부칠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쉽제 풀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예상대로 각 후보들이 경선 룰 전쟁에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진짜 승부가 이제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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