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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광 감독 배수진 "농구명가 재건위해 아들도 잘랐다"

김동광 감독 배수진 "농구명가 재건위해 아들도 잘랐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가 김동광 감독 체제로 개편된지 3개월이 조금 넘었다.

한국 농구역사의 산 증인임에도 불구하고 삼성 사령탑에 확정되자 그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엉뚱하게도 '베테랑 감독'이 아닌 '최고령 감독'. 지난 4월 초 기자회견에서 김동광 감독은 "나이 들면 못한다는 법 있나?"라고 반문하며 열정으로 뭉쳐 '나이쯤'은 우습게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펼쳤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기업은행에서 뛰었던 김동광(60)감독은 프로농구 출범 이후 SBS→삼성→KT&G 감독을 거쳤다. 삼성의 2대 감독으로 6시즌 동안 팀을 이끌었고, 2000~2001시즌에는 34승 11패로 창단 첫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일궈내며 감독상까지 수상했다.

그의 재임기간 삼성은 2001~2002시즌 한 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을 정도로 준수했다. 삼성에서의 6시즌 동안 우승 1회, 플레이오프 4강 2회, 6강 2회 등의 성적을 만들었다. 김 감독자신의 감독 캐리어에서도 삼성이라는 팀은 프로 통산 261승 221패, 승률 0.541을 기록하는데 큰 기여를 했던 팀이다.

Q> 과거 이야기를 조금 하면, 특이하게도 첫 감독 경험이 외국인팀이었다. 왜 바레인이었나?

→ 현역에서 뛸때 바레인 팀이 ABC대회에 나왔는데 내가 농구하는 모습을 보고 배웠으면 한다는 연락이 왔다. 당시 은퇴하고 나는 은행 대리 직급이었는데 대리 월급이 30만원 정도 할 때다. 보통 바레인의 클럽팀에서 한국인 감독이 1,500불 정도 받았는데 나에게는 대표팀을 맡는 것 뿐만 아니라 2,500불에 자동차와 주택까지 제공해줬다. 다른 외국인 코치보다도 훨씬 좋은 조건이었다. 좋은 조건이 마음에 들었고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83년 1월에 출국해서 85년 말 까지 약 2년 9개월 동안 맡았다.

Q> 바레인 국가대표팀을 맡고서 성적은 어땠나?

→ 당시 아랍리그라는게 있었는데 사우디에게 져 준우승만 두번했다. 하위권에 맴돌던 팀이었는데 준우승이 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우승까지 할 수 있었는데 그쪽 나라에는 특이한 사고방식이 우승를 가로막았다. 사우디는 '형제국'이기 때문에 당연히 바레인이 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더라. '어떻게 사우디를 이길 수 있느냐'는 식의 사고방식이 깔려 있었다. 결국 결승에서 두번 모두 사우디에게 졌다.

Q> 좋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왜 바레인 대표팀 감독을 그만뒀나?

→ 원래 2년 계약이었는데 1년 더 추가된 것이다. 기업은행의 사규상 휴직이 3년 이상은 안된다. 그래서 2년 9개월 만에 돌아왔다.

Q> 프로 원년부터 감독직(안양 SBS)을 맡았다. 프로농구의 전술적인 변화를 3가지 시기로 나누면?

→ 1기(1997~2002년)는 용병에 의존하는 농구였다. 용병의 개인기를 많이 보여주는 농구였는데 사실 이시기에 국내 선수는 거의 들러리 역할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용병 2명이 뛰면서 두 선수가 팀 득점의 60%이상을 차지했다. 국내 선수들은 거의 볼만 배급하는 농구였다.
2기(2003~2008년)부터는 그 다음은 키큰 선수를 많이 쓰는 형태로 갔다, 그러다보니 국내 선수 중 가드역할을 하는 선수들이 빛을 보기 시작한 시기였다. 주희정, 이상민, 신기성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본다.
3기는 용병을 1명만 쓰다보니 국내 4~5번이 활성화되는 시기다. 박상오, 이동준, 이승준과 같은 4~5번이 살아나는 시기다. 용병 1명이 뜀으로써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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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제 삼성 썬더스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 시즌 삼성에는 부상선수가 많았다.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봐온 팀의 문제점은?

→ 조직력이 나빴다. 특히 존 수비가 안됐다. 공격 위주로 플레이를 하다보니 특정 선수가 많은 득점을 올림에도 불구하고 지는 경기가 많았다. 그리고 공격에서는 1대 1에 의존하는 농구가 많았다.
부상선수가 많았다는 부분은 인정하고 싶지 않다. 어느 팀이든 부상 선수없이 농구하는 팀은 없다. 부상도 비시즌에 몸을 덜 만들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Q> 지난 시즌 결정적인 상황에서 슛이 터지지 않아 답답한 경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 예전에는 전문적인 슛터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제대로 된 슛터를 보유한 팀이 없다. 우리팀에도 이규섭이 있기는 하지만 슈터로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규섭은 포스트 플레이 하다가 슈터로 전향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슛터의 움직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우리 때는 연습 때 3점 슛을 200개 쏘면 보통 160개는 들어갔다. 이충희 감독 같은 경우는 보통 연습때 190개 이상 들어갔다. 지금 선수들의 슛 연습통계를 보면 160개 넘는 선수가 1~2명 밖에 없다. 더 분발하는 방법 밖에 없다.

Q> 이승준이 동부로 가고 그의 동생 이동준이 왔다. 두 선수의 차이점과 활용 방안은?

→ 이승준은 공격력이 좋은 반면 이동준은 수비가 좋다. 이동준은 공격력은 화려하지 않지만 두자릿수 득점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
이동준은 화려하지 않기 때문에 팬몰이 입장에서 보면 마이너스지만 팀 입장에서 보면 승리에 보탬을 주는 선수라고 본다. 예를들어 이승준은 25득점을 하고 26점을 내주지만 이동준은 비록 15득점을 해도 상대팀에게 12점을 내주는 선수다. 공수의 대차대조표에서 누가 팀에 플러스 요인을 주는지 비교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Q> 삼성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과 코드가 맞았던 선수는?

→ 당연히 2000~2001시즌 삼성에서 창단 첫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하고 감독상을 받은 때다. 코드가 맞았던 선수라면 문경은(현 SK나이츠 감독)이다. 당시 나에게 굉장한 질타를 받았는데 애증이 많은 관계라고 보면 될 듯.

Q> 감독 생활중 가장 아쉬웠던 시즌은?

→ 2004~2005 시즌 안양SBS가 단테 존스의 활약을 앞세워 15연승을 기록했지만 4강 진출에 실패한 시즌이다. 단테 존스가 합류한 시즌 막판 16경기에서 15승을 따냈는데 마지막 LG와의 경기를 승리했으면 2위를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LG에  89-107로 패하면서  KCC에 한게임차로 뒤져 3위로 마쳤다. 6강 플레이 오프에서 오리온스를 꺾고 KCC와 맞붙었지만 체력소모가 컸다. 2위를 했으면 편하게 갔을텐데... 마지막 LG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가 참 아쉬운 경기였다.

Q> 올 시즌 용병은 어떤 선수를 물색하고 있나?

→ 국내 검증된 용병인 로드 벤슨이나 찰스 로드에게 관심이 있다. 김승현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높이와 기동력이 있는 선수를 선호한다. 1명은 높이가 있는 선수를, 나머지 한명은 기술이 뛰어난 선수를 뽑고 싶다. 기술이 뛰어난 선수라면 헤인즈 같은 선수를 뽑고 싶지만 드래프트에서 우리팀까지는 안올 것 같다.

Q> 로드 벤슨과 찰스 로드 중 선택한다면?

→ 우리팀에게는 로드 벤슨도 좋지만 찰스로드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벤슨은 김주성 효과를 많이 봤는데 로드는 그런게 없었다. 둘 중 선택하라고 하면 스피드가 뛰어난 로드에게 점수를 더 줄 것 같다.

Q> 2005 드래프트에서 아들 김지훈(안양 KT&G)을 뽑아서 화제였지만 구설수에도 올랐다.

→ 내가 뽑고서도 무척 껄끄러웠다. 당시 이상범 코치가 다른 팀에서 1순위로 안뽑을 꺼면 우리가 뽑겠다고 얘기해서 KT&G가 뽑게됐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포스트에 공을 넣는 타이밍이 좋아서 내가 안뽑았더라도 다른 팀에서 뽑았을 선수다.
하지만 뽑고나서 무척 껄끄러웠던 건 사실이다. 다른 선수보다 더 야단치면 야단을 쳤지 정을 주는 말한마디 조차도 못하겠더라. 사실 선수들끼리 다들 감독 뒷담화 하지 않는가? (아들)김지훈이 오면 다른 선수들이 입을 다물더라. 그런 부분에 있어 선수들과 단절이 되는 모습이 조금 보였다.

Q> 지금 김지훈 선수는 어디에 있나?

→ 무릎 십자인대 수술을 3번이나 하고 은퇴해서 2011~2012 시즌까지 전자랜드에서 주무로 활동했다. 하지만 내가 삼성 감독으로 취임한 후 그만두게 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우리팀의 작전이 상대팀에게 들어간다는 그런 소리 안듣고 싶었고, 과거 아들이 같은 팀에 있다보니 여러 이야기가 나와서 괜한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내가 취업을 하고 아들이 잘린 셈이다. 아들(김지훈)은 교사자격증이 있어서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Q> 적과의 동침을 거부한 것인데 올 시즌의 목표는?

→ 일단 6강이 목표다.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다.   

지난 6일 삼성은 건국대와 연습경기를 갖었다. 김동광 감독은 같은 지적을 두세번 반복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프로에서는 프로다워야 하는 것을 강조하며 지적당하면 수정해야 하는 것이 프로선수들의 집중력이라고 정의한다. 때문에 같은 지적을 3~4번 당하는 선수를 용서하지 못한다. 프로농구란 돈을 받고 하는 직장인데 약점을 수정하지 못하고 계속 똑같이 당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의 말 처럼 삼성은 더이상 떨어질 곳도 없다. 농구명가 부활의 배수진이 그의 어깨에 달려있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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