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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권 꿈꾸는 도지사님들의 수난시대

[취재파일] 대권 꿈꾸는 도지사님들의 수난시대
이미 여의도는 날씨만큼이나 후끈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예비 주자들의 열기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에선 출마 선언을 준비 중인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물론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의원, 이재오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김태호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습니다.

민주통합당에선 문재인 의원, 손학규 전 대표, 정세균 전 대표, 조경태 의원이 출마 선언을 했고, 김두관 경남지사, 박준영 전남지사, 정동영 의원, 김영환 의원 등이 출마 선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열거해보니 생각보다 많네요. 

이들 예비 후보 중에 눈에 띄는 점은 현직 도지사가 3명이나 된다는 겁니다. 김문수 경기지사, 김두관 경남지사, 박준영 전남지사는 모두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인물들입니다. 이제 도지사 임기 4년 가운데 절반쯤 채운 셈이네요. 이런 상황에서 대선에 나선다고 하니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잘해보라'는 격려보다는 '도정 팽개친다'는 질책의 소리를 더 듣는 것 같습니다. 영광보다 시련이 더 많다는 얘기입니다.

제일 먼저 직접적인 시련을 겪고 있는 사람은 김문수 경기지사인 것 같습니다. 제일 먼저 무대에 올랐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문수 지사는 일단 지사직을 유지한 채 대선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었습니다. 물론 아직은 경선 레이스조차 시작되기 전이지만 말입니다. 근데 현실은 도지사 직을 유지한 채 레이스에 뛰어든,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스탠스가 봉변의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 에피소드 1

김문수 지사가 주최한 경기북부 국회의원 초청 정책 간담회에서 민주통합당 최재성 의원이 김 지사를 겨냥한 작심 발언을 이어갑니다. 대선 출마 때문에 경기지사 업무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거 아니냐는 겁니다. 대선 준비한 건지, 경기지사 할 건지를 명확히하라며 호통을 쳤습니다. 김 지사는 연신 사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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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성 의원)
"지난달에 경기도 국회의원들과 기자 간담회하자고 통보했지 않냐. 그리고 연기했다. 그리고 연기 이후
어떻게 됐는지 한 달간 깜깜 무소식이었다. (중략) 경기도 행정의 생각이 붕 떠 있는 거 아니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어요? (중략) 지사직 계속할 거냐 말 거냐부터 4월말 대권행보 관련 문건 나오지 않았나. 6월 17일에서 연기하고, 또 아무 통보 없이 한 달 동안 국회의원 한 사람도 아니고 전체에게 무소식이었다가, 북부만 따로 하자고.... (중략) 국회의원들이 무슨 경기도 행정에서 오라 그러면 오고 연기한다면 연기하고 아무런 해명도 못듣고, 새벽 댓바람쐬고 나오라면 나오고. 의원 개개인 자존심 문제아니고 이렇게하면 일이 안 된다. 나부터도 경기도 행정의 진정성을 의심해요. 대통령을 할건지, 지사님 할건지 지사님 발걸음 어디 둬야할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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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지사)
일정이 그렇게 계속 연기되거나 그런 것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여러가지로 대통령 출마선언을 한 이후 지금까지 여러가지로 의원님께서 그런 말씀하실 만한 근거가 있다 생각하고 그런 점에 대해 죄송스럽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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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경남지사도 곧 출마를 선언할 예정입니다. 7월 10일쯤 전후에 공식 선언을 할 것 같습니다. 김두관 지사는 김문수 지사와는 달리 도지사직을 사퇴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선 레이스에 전념하겠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역시 지사직을, 그것도 어렵게 당선된 지사직을 내놓는다는 게 김 지사도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본인이 지사직을 내놓을 경우, 민주통합당이 다시 당선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더욱 부담감이 큰 게 사실입니다. 이런 마음 때문인지 김두관 지사의 대선 출마를 지지하는 원혜영 의원 등이 "더 큰 일을 위해 김 지사를 빌려달라"며 도민들에게 읍소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봉변은 예상치 않은 곳에서 당했습니다. 다름 아닌 문재인 의원에게 뜻하지 않은 일격을 당했습니다.

@ 에피소드 2

문재인 의원이 관훈클럽 초청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김두관 지사에 대한 조심스런 평가를 이어갑니다. 같은 당내 예비 후보인데다 평소 다른 사람 마음 상하게하는 말을 잘 안 하는 성격 그대로 문 의원이  김두관 지사의 장점과 단점을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내용이었는데... 하필 김 지사가 가장 아파하는 부분을 후벼 파버린 모양세가 된 겁니다. 문 의원은 김 지사가 경남지사를 그만두고 대선 출마에 나서는 것이 도민에게 실망을 줄 것 같다고 말하고, 심지어 대선에 악영향을 줄 거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김 지사 입장에선 문 의원을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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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의원)
-김두관 지사에 대한 평가?
=(전략) 김두관 지사 가세하는 것은 크게 환영한다. 다만 지사직을 그만두는 것은 저희들에게 크게 아프다. 경남도민에게 큰 실망 줄 것 같기도 하고, 대선 때 경남에서 지지를 받는 데 어려움 있을 것 같기도 하고..(중략) 김 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하면서 경쟁에 나서고 앞으로 우리쪽 후보가 되거나 가능성 농후해지면 그때 지사직 사퇴해도 경남도민들이 양해해 주지 않을까?


-김두관 지사의 약점은?
=아무래도 그 분이 (지사) 초선 상태기 때문에 초선 지사로 임기 절반 정도 지난 상황에서 도지사를 그만둔다는 점이 가장 부담이 되고 또 그 점에 대해서 경남도민들이 양해해 줄지가 가장 신경 쓰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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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전남지사도 출마를 거의 결심한 듯 합니다. 아직까지 공식 선언을 한 건 아니지만, 야권 후보군으로 자연스럽게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박준영 지사도 출마 선언에 앞서 지사직 문제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당연한 고민입니다. 지사직의 무게가 그 만큼 큰 이유도 있겠지만, 당장 위의 두 사람의 경우에 비춰 봤을 때 역시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에피소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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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우윤근 의원 등이 이번달 안에 법안을 낸다고 합니다. 그런데 법안 내용이 공교롭게도 위 도지사 출신 대선예비 후보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다른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할 경우 국고로 보전된 선거비용을 반환토록 하겠다는 겁니다.

사실 이 법안은 민주통합당이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 심사를 할 때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 공천을 심사하는 것에 감점을 줬던 내용을 아예 법제화하자는 뜻에서 준비했던 겁니다. 물론 이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되더라도 사실상 위 3명의 도지사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내용이 될 겁니다. 그야말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형국이지만, 그래도 도지사들이 기분 언짢은 건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이것도 굴욕이라면 굴욕이겠네요.

정치권의 고위 당직자가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도지사 출신 예비 후보들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당장은 도민에게 미안한 일이 될 수 있지만, 더 큰 정치로 보답한다면 충분히 만회될 수 있을 거라고요. 그 말에 맞습니다.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건 당내 경선을 뚫고 대선 본선에 나서서, 대통령에 당선이 된 다음에 문제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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