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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표가 된 이해찬과 불편한 진실들

[취재파일] 대표가 된 이해찬과 불편한 진실들
9일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신임 대표가 선출됐습니다. 막판까지 예측 불허의 승부였는데, 이해찬 후보가 김한길 후보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이른바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대한 역풍으로 예상밖 고전을 펼치다가 막판 시민 선거인단의 모바일 투표로 승부를 뒤집었습니다. 지역 대의원 투표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김한길 후보 측은 역전패에 큰 충격을 받은 듯 합니다. 김 후보에겐 패배의 상처가 오래 갈 수 밖에 없는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승부는 끝났습니다. 승자가 이해찬 신임 대표임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해찬 신임 대표 체제는 시작부터 산뜻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깔끔하지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그냥 덮고 가기엔 마음에 거슬리는, 이른바 '불편한 진실들' 말입니다.

불편한 진실 1 : 각본대로 잘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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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선 내내 최대 이슈는 이-박 연대였습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이해찬 당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구도의 역할 분담론입니다. 여기에 당내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의원도 본의 아니게(?) 이-박 연대의 한 축으로 묶인 상황이었습니다. 3각 연대의 고리를 김한길 후보는 밀실 야합이라며 집요하게 파고 들었습니다.

김 후보의 공격은 당내에서 나름 호응이 컸습니다. 자연스럽게 문재인 의원을 경계하는 다른 대선주자들이 김한길 후보에 대한 측면 지원을 알게 모르게 진행하면서 대선 주자 대리전 양상으로도 전개됐습니다. 이 대립 구도는 전국 순회 대의원 투표에서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당내 계파도, 조직도 없다는 김한길 후보가 전당대회 당일 직전까지 1위를 할 수 있었던 건 이런 경쟁 구도가 큰 역할을 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팩트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이해찬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당초 이-박 연대 구상대로 이해찬 대표가 선출된 겁니다. 이-박 연대의 한 축인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미 선출됐었죠. 그렇다면 다음 수순은 무엇일까요? 문재인 대선 후보? 경선 기간 내내 이해찬 신임 대표는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대선 후보 경선을 만들겠다고 공언해왔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강력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만들어야 당 밖의 안철수 교수와도 단일화가 가능하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지금 좀처럼 역동적인 경선을 믿으려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원래 예정대로 이-박 연대가 그대로 구성됐고, 그러다보니 다음 세번째 단계가 자꾸 머릿속에 예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문재인..문재인..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는 문재인 의원도 이 점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문 의원의 측근들 입에서 '김한길 후보가 선출되는 게 덜 부담스럽다"는 말까지 했을까요? 이게 불편한 진실 첫 번쨉니다.

불편한 진실 2 ; 당심과 민심이 다르다?

이해찬 당 대표는 대표 경선에서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당내에선 졌습니다. 대의원 투표수에는 16,326표(이해찬) 대 18,748표(김한길)로 김 후보가 2,422표 앞섰습니다. 당원 투표에서도 이해찬 후보가 졌다고 합니다. 당원 투표 결과는 따로 합산되지 않지만, 이해찬 후보 캠프 측은 당원 투표에서 10%p 정도 차이로 졌다고 실토했습니다. 대신 시민 선거인단 모바일 투표에서 15%p 정도를 앞서 전체 승부에서 0.5%p 차이로 이겼다는 겁니다.

당원들은 말 그대로 민주통합당의 근간입니다. 대의원들은 누굽니까? 쉽게 표현하면 당원 중에 당원인 사람들이 대의원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이해찬 후보를 당 대표로 뽑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해찬 당 대표의 정당성에는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승자는 엄연히 이해찬 당 대표인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대의원, 당원 투표에서 졌다는 건 정치적 함의가 큽니다. 결국 당 운영은 대의원과 당원들과 하는건데... 그런 사람들 절반 이상이 자신을 뽑지 않았다는 건 이 대표가 극복해야 할 난제 중 난제입니다. 벌써부터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는 모바일 경선이 민심을 왜곡했다는 지적까지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해찬 당 대표도 이 점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불편한 진실 두 번째입니다.

불편한 진실 3 : 소통 필요성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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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대표는 선출 직후 소감에서 소통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경선에서 느낀 큰 교훈이라는 것입니다. 소통은 여러 갈래의 소통이 있을 수 있습니다. 국민과의 소통..당 안팎의 소통 등등.. 이 대표가 어떤 내용의 소통을 말한 건지 알 수 없습니다만, 언론과의 소통과 한 갈래임은 분명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이해찬 대표는 취재원으로서 접근하기 쉽지 않은 인물입니다. 국회 복도에서 인터뷰를 요청했다가 꾸중(?)을 들은 기자들도 많고, 질문을 할 때는 반드시 관등성명(소속사 & 이름)을 먼저 밝혀야 합니다. 간혹 심기를 건드리는 질문을 했다간 면박을 당하기도 합니다. 최근엔 정해진대로 질문하지 않은 한 라디오 진행자에게 호통(?)을 치고 생방송 중 전화를 끊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 본인이야 이 일에 대해 할 말도 많을 것이고, 실제로 지금도 대해 굉장히 화가 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찌됐던 이런 분이 대표 경선에서 기분좋게 승리했고, 소통의 필요성까지 언급한 겁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당 대표 선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전화 끊은 방송사와의 당선 인터뷰 거부였습니다.  "난 그렇게 어영부영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 여파 때문일까요? 방송사 당선 인터뷰 직후 전체 기자단 앞에서 당선 소감을 밝힌 이 대표는 기자들과 의례적인, 정말 의례적인 상견례도 하지 않고 회견장을 떠났습니다.

의례적으로 악수를 하며 "축하드립니다"라는 인사를 건네려던 많은 기자들이 머쓱해졌습니다. 이 대표는 "일일이 기자들과 인사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제 생각엔 10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 아니면 그럴 시간이 아낄 정도로 바쁘거나요.. 아무튼 이 모든 광경을 목격한 민주통합당 당직자들이 기자들보다 더 당황한 듯 보였습니다. 이게 불편한 진실 세 번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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