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발단은 제가 아는 분 댁에서 본 일이었습니다. 집에서 정수기를 쓰시긴 하는데, 냉온수가 나오는 제품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페트병에 담아서 냉장고에 쭉 세워뒀는데요. 그 물을 마시려고 하니 병이 상당히 탁하더군요. 항상 그 병을 쓰시는 분이야 못 느끼실 수 있지만, 제 눈에는 딱 그 부분이 도드라졌습니다.
그래서 그 집에 있던 페트병과 저희 회사 주변 한 음식점에서 물병으로 쓰는 페트병을 구해서 실험을 맡겨봤습니다. 물병으로 써도 되는 수준인지 말이죠. 실험은 병 안에 들어있던 물을 떠서 세균 수를 직접 세어보는 방법으로 진행되는데 1주일 정도 걸립니다. 그런데 첫 부분에서 실수를 한 것이, 물을 깨끗한 물을 넣는다고 수돗물을 담아간 겁니다. 수돗물은 잔류염소도 있고 해서 사실 세균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결과가 안 좋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주일 뒤 결과를 보니 그래도 먹는 물 기준치의 너댓배나 세균이 나왔습니다. 수돗물을 안 넣었다면 훨씬 더 많이 세균이 나왔겠죠.
아주 건강한 사람이야 이런 물을 먹어도 괜찮을 수 있습니다. 위산이 세균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노년층이나 어린이들은 그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특히 여름철에 배탈을 앓을 수가 있습니다. 사실 저도 최근에 장염으로 고생 좀 했는데요, 크게 먹은 것도 없는데 걸려서 물을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생각보다 물 때문에 장염이나 배탈이 오는 경우가 적잖다더군요.
페트병은 입구가 좁아서 안을 닦기가 어렵기 때문에 세균 번식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소금을 넣고 흔들어도, 얼려도 마찬가집니다. 입구가 커서 손을 넣어서 세균을 닦아낼 수 있는 물병을 쓰거나, 그나마 세균 번식이 어려운 유리병을 쓰는 것이 방법입니다. 페트병은 마실 용도가 아닌, 세제 같은걸 담는 통이나 화분 같은 용도로 재사용하거나 다 쓰신 뒤엔 재활용 통에 넣어 주시면 됩니다. 페트병을 재활용 하면 실과 옷감으로 재활용 가능하거든요.
굳이 깨끗한 물을 오염된 병에 마실 필요는 없겠죠. 하물며 여름에 말이죠. 제 기사가 다들 건강한 여름 보내시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고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