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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세균 2400만 마리를 드시겠다고요?

페트병 재사용 문제, 나머지 이야기

[취재파일] 세균 2400만 마리를 드시겠다고요?
지난 주말, 웬만하면 페트병 재사용을 하시지 말라는 내용의 기사를 썼습니다. 뉴스를 보신 주변 분들도 이것 저것 물어보시는 것이 많더군요. 아무래도 그만큼 페트병을 물병으로 쓰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발단은 제가 아는 분 댁에서 본 일이었습니다. 집에서 정수기를 쓰시긴 하는데, 냉온수가 나오는 제품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페트병에 담아서 냉장고에 쭉 세워뒀는데요. 그 물을 마시려고 하니 병이 상당히 탁하더군요. 항상 그 병을 쓰시는 분이야 못 느끼실 수 있지만, 제 눈에는 딱 그 부분이 도드라졌습니다.

그래서 그 집에 있던 페트병과 저희 회사 주변 한 음식점에서 물병으로 쓰는 페트병을 구해서 실험을 맡겨봤습니다. 물병으로 써도 되는 수준인지 말이죠. 실험은 병 안에 들어있던 물을 떠서 세균 수를 직접 세어보는 방법으로 진행되는데 1주일 정도 걸립니다. 그런데 첫 부분에서 실수를 한 것이, 물을 깨끗한 물을 넣는다고 수돗물을 담아간 겁니다. 수돗물은 잔류염소도 있고 해서 사실 세균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결과가 안 좋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주일 뒤 결과를 보니 그래도 먹는 물 기준치의 너댓배나 세균이 나왔습니다. 수돗물을 안 넣었다면 훨씬 더 많이 세균이 나왔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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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엔 약수터에 가서 새 생수병과 바꿔가며 헌 페트병 4개를 구했습니다. 여기도 한 눈에 딱 봐도 ‘이런 물병에 드시면 안될텐데’ 싶은 페트병이 적잖았습니다. 이번엔 수돗물을 끓인 뒤에 식혀서 병에 넣고 실험을 해봤는데요. 이번엔 좀 정도가 심했습니다. 2리터 짜리 한 병은 무려 세균이 2400만 마리가 나온 겁니다. 한 마리도 나와서는 안 되는 대장균도 섞여 있었고요.

아주 건강한 사람이야 이런 물을 먹어도 괜찮을 수 있습니다. 위산이 세균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노년층이나 어린이들은 그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특히 여름철에 배탈을 앓을 수가 있습니다. 사실 저도 최근에 장염으로 고생 좀 했는데요, 크게 먹은 것도 없는데 걸려서 물을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생각보다 물 때문에 장염이나 배탈이 오는 경우가 적잖다더군요.

페트병은 입구가 좁아서 안을 닦기가 어렵기 때문에 세균 번식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소금을 넣고 흔들어도, 얼려도 마찬가집니다. 입구가 커서 손을 넣어서 세균을 닦아낼 수 있는 물병을 쓰거나, 그나마 세균 번식이 어려운 유리병을 쓰는 것이 방법입니다. 페트병은 마실 용도가 아닌, 세제 같은걸 담는 통이나 화분 같은 용도로 재사용하거나 다 쓰신 뒤엔 재활용 통에 넣어 주시면 됩니다. 페트병을 재활용 하면 실과 옷감으로 재활용 가능하거든요.

굳이 깨끗한 물을 오염된 병에 마실 필요는 없겠죠. 하물며 여름에 말이죠. 제 기사가 다들 건강한 여름 보내시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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