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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동 정세 뒤흔들 이집트 대선, 시민의 선택은?

안갯속 판세…예상 밖 대혼전

[취재파일] 중동 정세  뒤흔들 이집트 대선, 시민의 선택은?
1. 이집트 대선 선거운동 종료…23~24일 1차 투표

무바라크 30년 독재가 무너진 지 1년 3개월여..혼돈을 거듭하던 중동의 심장 이집트가 오는 23일과 24일 역사적인 대통령 선거를 치릅니다. 이 곳 시간 20일 자정을 기해서 선거운동 기간이 종료되고 48시간의 냉각기간을 거쳐 23일과 24일, 5천만 유권자의 선택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선거전은 한치 앞을 전망할 수 없는 대혼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당초 아랍연맹 사무총장을 지낸 경륜이 돋보이는 아무르 무사 후보와 강경 이슬람 세력의 지지를 얻고 있는 아불 포투 후보 간의 양강구도가 예상됐지만 선거전이 가열되면서 어느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복병의 등장과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 대혼전…재외국민 투표에선  무슬림형제단 무르시 후보 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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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본 선거에 앞서 치러진 이집트 재외국민 투표에서는 현재까지 이집트 최대정치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 내세운 모하메드 무르시 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뒤를 강경 이슬람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아불 포투, 이집트의 국부인 나세르를 추종하는 사회주의 정책을 표방하는 함딘 사바히 후보가 각각 2, 3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당초 가장 강력한 후보이자 서방이 선호하는 온건파로 분류됐던 아무르 무사 전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재외국민 투표에선 4위에 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집트 선거제도는 재외국민 투표 결과를 전체 개표 때 합산하지 않고 미리 개표해 결과를 공표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 데, 이런 선거전 개표가 본 선거의 투표행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언론과 전문가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이집트 내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한 번도 선두권을 형성한 적이 없었던 무르시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고, 예상치 않았던 사회주의 후보 함딘 사바히가 강력한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초 샤테르 국회부의장을 후보로 내세웠다가 범죄혐의로 자격을 박탈당하자, 무슬림형제단은 무르시 후보를 급하게 대선후보로 옹립합니다.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데다, 선거전에 늦게 뛰어들어 얼마나 표를 얻을 지 의구심이 제기됐었는데, 이번 재외국민 투표 결과를 보면 무르시 후보가 전국 곳곳의 모스크와 풀뿌리 조직들을 연결한 강력한 조직력으로 선거전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3. 서방 선호 아무르 무사 후보…예상 밖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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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혁명 직후 가장 강력한 대통령감으로 부상했던 아무르 무사는 예상 외의 부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슬람율법 ‘샤리아’ 적용에 부정적이고 종교자유 보장 등 온건한 정책노선으로 서방이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이집트 내에서는 무바라크 정권에서 10년 동안 외무장관을 역임한 경력이 아무래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집트 내 소수 기독교도들인 콥트교인들이 무사를 지지하고 있는 데, 이에 대한 반발로 이슬람표를 모으는 데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최대 관심사는 어떤 후보가 결선투표에 오를 지입니다. 오는 23일과 24일 1차 투표에선 후보가 많은데다, 절대강자가 없는 상황이어서 50%이상의 과반득표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4. 결선투표 가능성 높아…이슬람 후보간 각축장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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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투표에서 드러나 이집트국민들의 민심이 본 선거에서도 이어진다면 결선투표는 무슬림형제단의 모하메드 무르시 후보와 강경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아불 포투 후보간의 각축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이슬람주의자들간의 경쟁구도는 서방과 이스라엘의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르시와 아불 포투 두 후보 모두 술 판매 금지와 여성의 사회활동 차별 등 이슬람 율법의 엄격한 적용과 이스라엘과의 중동평화협정 재검토 등을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어 70년대 이래 미국과 서방이  팔레스타인 문제 등 핵심적 중동문제에 대한 개입과 평화중재의 지렛대 역할을 해 온 이집트의 급격한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시민혁명 이후 최악의 상태인 이집트 경제를 되살린 자금 지원 등을 무기로 미국이 중동평화협정의 기본틀 유지 등 이집트 대외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막기 위해 거래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처럼 무르시나 포투 같은 이슬람 후보의 당선가능성을 높게 간주하기 때문이겠죠.

관전자의 입장에서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대선에 나선 어떤 후보도 시민혁명 과정에서 분출됐던 요구들을 제대로 수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주체가 뚜렷하지 않은 혁명은 젊은 층과 지식인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치세력 형성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그들의 빈자리는 과격한 이슬람주의자들과 무바라크 독재의 잔존세력들이 채우고 말았습니다. 지금 선거전엔 적어도 목숨을 걸고 혁명의 광장에 나섰던 젊은이들과 여성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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