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달아오른 이집트 대선

[취재파일] 달아오른 이집트 대선
안녕하십니까? 카이로 브리핑입니다.



1> 대선 앞둔 유혈사태…선거운동 중단

지난 주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또다시 대규모 유혈 사태가 발생해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사태의 발단은 이번 대선에 출마 자격을 박탈당한 이슬람 강경파 후보인 아부 하젬 이스마일의 지지자들이 국방부 건물 앞에서 항의 시위와 농성을 벌이면서 시작됐습니다.

이 시위대를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들이 돌과 화염병등으로 공격하면서 폭력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습니다. 사흘 동안 충돌이 계속되면서 십여 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부상했습니다.

군과 경찰 병력이 현장을 장악하고 나서야 사태가 잠잠해진 상황입니다만 이 때문에 대선후보 TV 토론이 취소되고 일부 선거 운동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축구장 폭력 사태에 이어 대규모 유혈 충돌이 또 벌어지면서 과도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군부의 치안능력 부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무슬림형제단이 주도하는 의회는 즉각적인 내각 해산은 물론이고 권력을 즉각 의회에 이양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군부도 오는 23일과 24일에 치러지는 대선에서 과반득표자가 나오면 즉각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죠. 하지만 지금 현재 상황으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 결국 군은 당초 계획대로 대선 결선 투표가 마무리되는 6월말까지는 권력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 달아오른 대선전/ 아무르 무사-아불 포투 양강 구도

이렇게 혼란이 지속되고는 있습니다만 이미 대다수 이집트 국민들의 관심은 이미 30년 무바라크 독재 이후 처음 치러지는 대선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13명의 후보 가운데 아랍연맹 사무총장을 지낸 아무르 무사와 아랍의사연맹 사무총장을 지낸 아불 포투가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의 여론 조사 결과 업치락 뒤치락하고 있는 상황인데, 뒤늦게 선거 경쟁에 뛰어든 무슬림형제단의 모하메드 무르시 후보는 인지도가 낮은 상태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 이슬람 강경파 누르당, 아불 포투 지지선언

이런 가운데 현재 이집트 내 정치세력 가운데 가장 강경한 이슬람주의자들인 누르당 세력이 무슬림형제단의 무르시 후보가 아닌 온건 이슬람주의자인 아불 포투를 지지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성향만으로 보자면 무르시 후보를 지지하는 게 당연해 보였지만, 정치적 경쟁 관계인 무슬림 형제단을 견제하기 위해 온건 이슬람 후보를 전략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렇게 되면 여론조사에 잘 반영되지 않는 저소득층과 이슬람계열의 표가 아불 포투에게 상당히 몰릴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르 무사도 중산층을 중심으로 상당한 지지세를 형성하고 있지만 무바라크 정권 시절 10년이나 외무장관을 역임하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는 비난이 일면서 지지세를 확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보수적이고 친미적인 이미지가 강한 무사가 최근 이미지 변신을 위해 이스라엘과의 중동평화협정 재검토 같은 강경발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친 미국, 친 이스라엘에 대한 이집트의 과거 대외정책은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실제 이집트 국영 가스회사는 최근 무바라크 시절 체결된 이스라엘에 대한 헐값 가스 공급 계약을 파기한다고 선언하기도 했죠.

- 미국, 대선 이후 중동 질서 재편 저지 노력 기울일 듯

문제는 이런 관계 변화의 속도인데, 당면한 최악의 경제난을 이용해 미국이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겠습니다. 최악의 상황인 이집트 경제난 해소를 위한 자금지원과 투자 등을 대가로 중동평화 협정의 기본틀 유지와 미국과의 동맹관계 유지 등을 조건으로 내걸 것으로 보입니다.

3> 이집트 언론…가중되는 서민경제난 만평 통해 비판

최근 이집트 언론들의 만평들을 보면 무바라크 정권 붕괴 이후 지속된 혼란과 무정부상태로 빚어진 이집트 사회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최근 이집트 사회의 치안부재 상황을 비판한 만평입니다. 죄수복을 입은 조직폭력배들의 대화가 나오는데 무법천지가 계속되면서 조폭이 되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두목에게 보고하는 장면입니다.
이미지
그리고 이 장면은 쓰레기를 뒤지는 고양이들의 대화입니다. 요즘 쓰레기를 뒤져도 도통 생선 찌꺼기를 찾을 수 없다며, 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푸념하는 모습입니다. 1년 넘게 이어진 경제난으로 서민들이 먹고 버릴 생선뼈 조차 없을 정도로 생활고를 겪고 있음을 풍자한 것입니다.
이미지
이런 상황에서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는 후보는 그 누구라도 산적한 문제들을 피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만평인데요, 대통령의 의자 아래 경제와 임금, 파업, 물가, 치안 등의 글자가 새겨진 폭탄의 도화선이 타 들어가고 있습니다.

시민 혁명으로 독재권력이 붕괴한 곳 가운데 튀니지와 이집트가 선거 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리비아는 오는 6월 제헌의회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과연 국민의 손으로 선출된 권력이 독재의 잔재를 씻어내고 오랜 세월 억압받던 국민의 땀과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을지 아랍권의 진로에 중대한 영향을 주게 될 한 고비를 넘고 있는 순간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