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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학교 VS 모텔, 누구 편을 들어야 할까? (2)

[취재파일] 학교 VS 모텔, 누구 편을 들어야 할까? (2)
월요일 아침, 출근해서 메일을 열어 보니 시청자 한 분이 메일을 보내셨습니다. '학교 VS 모텔' 관련 보도와 취재파일을 보고 보내주신 메일입니다.

입장 차가 엇갈리는 기사를 쓸 때, 고민이 된다는 기자에게 덕담과 좋은 충고를 해주셨습니다. 이런 재미 때문에 기자생활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입니다. 맞습니다. 시청자보다 먼저 사건을 접하고 내막을 알게 되고 고민할 수 있는 것은 기자의 특권입니다. 그게 좋아서 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그 특권을 잊고 있었네요. 메일을 보내주신 시청자 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메일을 읽으면서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요, 메일에 이 문제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단서들이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번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는 교육당국. 생각해 보면 말이죠, 교육당국에 계신 공무원 여러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라고 월급 받고 계신 것 아닙니까. 처음에 모텔 업주가 항의전화를 걸었을 때, 더이상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했어야죠.

해결 과정도 문제입니다. 교육당국이 학교를 없애려고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학교가 제출한 서류에 빠진 내용이 있으면 채워 올 수 있도록 챙기고, 주변에 분뇨처리시설이 있어서 인가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분뇨처리시설을 제거할 방법은 없는지 대안을 강구했어야 합니다. 그런 노력은 안하고 무조건 법대로 하겠다는 이런 답답함이라니. 시청자 분 말처럼 이번 일로 골치가 아파야 할 일차적인 이유는 교육당국에 있습니다.

물론 학교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시청자 분 지적처럼 '아무리 때깔 고운 옷을 입어도 그건 그냥 옷 잘입은 사기꾼일 뿐' 입니다. 시설 용도 신청이며 학교설립 인가까지 이 학교는 절차를 지킨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교육이라는 고상한 옷을 입고 고고하게 머리를 세워도, 아닌 건 아닌 겁니다.

그리고 모텔. 이 분은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이번 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측은 모텔일겁니다. 여론이 모텔 주인의 교육적이지 않은 사고방식을 비판하고 있으니까요. 모텔 주인은 많이 답답했던지 언론 보도에 항의했습니다. 저 역시 항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보도가 편파적이라는 주장입니다.

모텔 주인분에게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자녀를 한번 생각해 보시라고 말이죠. 자라고 배우는 당신의 자녀를 생각한다면, 학부모의 마음으로 교육을 생각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너그러운 마음으로 학교를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될 겁니다.

며칠 뒤에 학교 시설폐쇄를 최종 결정하는 청문이 열립니다. 교육청 담당자들과 학교 이사장이 참석하는 데, 시설 폐쇄가 부당한 이유를 소명하지 못하면 학교는 문을 닫게 됩니다. 지금으로서는 학교가 정식으로 인가받을 방법이 없고, 미인가 상태에서는 '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는데 학교는 '학교' 명칭을 포기할 수 없으니, 결국 학교는 문을 닫게 되겠군요. 달력을 보니 이제 청문까지 이틀 남았네요. 당사자들은 해결책을 찾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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