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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한산 유기견이 불쌍하다?

지난 화요일(27일) '먹이를 찾아 북한산으로 흘러든 버려진 개들이 야생 들개로 변하면서 등산객과 생태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된 뒤, 꽤 많은 메일을 받았습니다. 한쪽에서는 보도 내용에 공감한다며, 들개 떼에게 입은 구체적인 피해를 적어 보내시기도 했고 또, 북한산 주변 주택가로 개떼들이 내려와 쓰레기통을 뒤지고, 주민들을 위협하는 동영상을 보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개들이 전혀 위험하지 않은데 내용을 과장한 것 같다', '버려진 개들이 살아 보겠다고 산으로 가 먹이를 구걸하는 게 그렇게 나쁜 짓이냐'는 따끔한 지적도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 '유기견이 발생하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와 그에 대한 대책'이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수긍이 갔습니다. '지금은 인간이 개들에게 위협을 받고 있지만, 개들을 그렇게 내몬 게 바로 인간이다', '유기견이 산으로 흘러들지 못하게 하는 근본적인 대책 없이 포획만이 능사인가' 하는 부분에 공감을 한 겁니다. 하지만, 이번 기사의 주제가 '유기견의 들개화로 인한 피해'였고, 또 방송 뉴스의 특성상 시간의 제약으로 그런 내용들을 다 담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기사가 과장을 넘은 '왜곡'이고, 북한산 유기견을 잡을 필요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유기견이 불쌍한 것과, 그런 개들로 인한 피해를 바로 잡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개들이 불쌍하다는 지적 가운데, '뉴스를 봐서는 개들이 전혀 위협적이 않았다'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등산객이 개떼로 인해 불안을 느낀다며 개떼의 소탕을 요청하는 민원 글을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에 잇따라 올리고 있습니다. 또, 위협은 공격성만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위생적 측면에서도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기견들이 계곡물을 마시고, 몸을 담그고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마시는 약수까지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기존에 없던 개떼의 출현으로 북한산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 것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개떼들이 야생화되면서 다람쥐 같은 설치류나 새, 작은 포유류를 잡아 먹고 있으며, 이들의 산란을 방해하고 있다고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밝혔습니다. 특히, 개들은 사실상 천적이 없어 우점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리고 일부의 지적처럼 개떼들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당장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라도 개떼들을 북한산에서 몰아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도입종 및 침입종에 의한 생태계 다양성 상실을 방지하기 위한 지침(IUCN information paper, 2000)' 의하면, ‘대부분의 도입종이 토착 생물의 다양성에 끼치는 영향은 예측할 수가 없음으로, 모든 생물종의 의도된 도입과 무의식적인 도입을 막거나 확인하는 노력들은 예방적 차원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또한 도입종이 해가 없다는 합리적인 사실이 없다면, 모든 도입종은 해로울 것으로 간주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북한산의 개떼들은 도입종에 해당됩니다. 게다가 야생 유기견의 번식 속도가 예상을 뛰어 넘고 있어, 초기에 소탕하지 않을 경우, 추후 포획에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9년부터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포획에 나서 지금까지 60여 마리를 붙잡았지만, 아직도 북한산에는 50여 마리의 야생 들개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의 염려처럼 이렇게 포획된 개들이 곧바로 안락사 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이 때문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포획한 개들을 자체 처리하지 않고, 동물구조협회에 인계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개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그 이후에는 다른 유기견들과 마찬가지로 장기보호와 입양, 안락사 등 정해진 절차를 따르게 됩니다. 앞서 도입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애견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포획이 이뤄지지 않도록, 자신이 기르는 개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지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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