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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스물세번째 '페이스 오프'

얼굴 이식 수술로 찾은 새 삶

이식 수술로 사람의 얼굴을 바꾼다는 영화 '페이스 오프'. 이 영화에서처럼, 실제로도 이런 얼굴 이식 수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목적은 물론 영화와는 다릅니다. 100% 의료적인 목적이죠. 방식은 이렇습니다. 장기를 기증받듯이, 뇌사자의 얼굴을 기증받아 이식하는 것입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얼굴 이식 수술이 이뤄진 것은 지난 2005년, 주인공은 얼굴을 개에 물려 일부를 잃은 프랑스 여성, 이자벨 디누아르입니다. 디누아르는 고민을 잊기 위해 신경안정제를 먹고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나 보니 개에게 얼굴을 물려 얼굴 일부가 완전히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고 합니다. 디누아르는 코에서부터 턱까지 이식을 받았습니다.

             



이 사진은 2006년 2월, 수술을 받은 뒤 처음으로 얼굴을 공개한 디누아르의 모습입니다. 제가 28일 리포트한 리처드 노리스는 세계에서 스물세번째로 얼굴 이식 수술을 받은 주인공입니다.

             


위 사진이 원래 노리스의 얼굴입니다. 깊은 눈매에 짙은 눈썹, 오똑한 코, 요새 여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외모는 아니지만 어찌됐든 꽤 준수한 외모의 청년이죠? 그런 노리스의 인생은 1997년 불의의 총기 사고로 완전히 바뀌어버리고 맙니다.

혀의 일부만 남고 얼굴이 전체적으로 훼손된 것입니다. 코도 뭉개지고, 입술도 뭉개져버렸습니다. 가운데 사진에 있는 노리스의 얼굴, 많이 흉측하죠. 그나마 여러 차례 수술을 받은 상태입니다. 사고 이후 노리스는 은둔 생활을 했습니다. 마스크 없이는 밤에도 한발짝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15년 간의 은둔 생활은 안면 이식 수술로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익명의 뇌사자가 노리스에게 얼굴을 기증하겠다고 나타난 것입니다. 노리스는 이 뇌사자로부터 코와 턱, 치아는 물론이고 두피에서부터 쇄골까지 모든 얼굴 조직을 이식받았습니다. 메릴랜드 의과대학 외과의학팀이 수술을 맡았습니다. 36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습니다. 수술에 투입된 간호사만 150명에 달했습니다. 횟수로는 스물세번째이지만, 이식이 이뤄진 안면의 범위로만 따진다면 사상 최대의 수술이었습니다.

         


오른쪽 사진이 수술을 마친 노리스의 얼굴입니다. 곳곳에 흉터가 있긴 하지만 정상인과 다름 없는 얼굴로 보입니다. 인상도 많이 바뀌었죠. 의료진의 말에 따르면 기증자와 노리스의 특징이 골고루 나타난 얼굴이라고 하네요. 

지난주 수술을 마친 노리스는 의료진의 예상을 뛰어넘는 회복 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벌써 양치질과 면도를 시작했고, 잃었던 후각도 되살아났습니다. 이식을 받은 치아를 닦고, 이식을 받은 피부에서 다시 수염이 자라 그 수염을 밀고, 이식을 받은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은, 이식받은 얼굴이 완전히 노리스의 것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노리스의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하니 노리스가 직접 나와 얼굴을 공개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하긴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숨어 살아야 했던 예전과 비할 수 있을까요? 노리스는 이제 대낮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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